[집중진단] 이정현 대표 체제 언제까지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뉴시스

최순실 게이트로 새누리당 특검 도입 만장일치
차가워진 민심, 새누리당은 위기에 빠진 상황

이정현 대표 체제 물러나라 요구 빗발치고 있어
이정현, 최순실 게이트 수습 때까지 버티겠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박근혜 대통령을 정치적 위기로 몰아넣은 것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지도부도 정치적 위기로 몰아넣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총사퇴 요구가 나왔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자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이정현 대표는 ‘수습이 먼저’라면서 거부를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거부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제 친박계 지도부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과 함께 순장조가 된 새누리당 지도부에게 과연 미래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대략 80여일 전에 화려하게 탄생한 새누리당 지도부였다. 당초 비박계가 당권을 장악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정현 대표를 비롯해 친박계가 약진했다. 비박계 최고위원이라고는 강석호 의원 이외에는 없었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남은 임기를 편안하게 마무리를 할 수 있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80여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바뀌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뭐기에

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나올 때까지만 해도 상황은 잘 수습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처리됐을 때 새누리당은 국정감사 전면 보이콧을 했고, 이정현 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농성까지 벌였다. 당시 새누리당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잘 버텨냈다는 평가도 있었다. 야당의 공세를 제대로 잘 막아냈다는 평가이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가 점차 불거졌을 때 국감 전면 보이콧과 단식농성을 통해 이슈의 눈을 제대로 돌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박 대통령이 개헌 이슈까지 꺼내들면서 새누리당은 쾌재를 불렀다. 정국의 주도권을 박 대통령이 쥘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개헌은 정국의 블랙홀이다. 모든 이슈를 빨아들여서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게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다. 따라서 개헌 이슈를 던졌을 때 새누리당은 ‘살았다’면서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 안도감은 깨졌다.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입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새누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욱이 구체적 정황증거까지 터져 나오자 새누리당으로서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개헌이 모든 정국의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 생각했는데 정국의 블랙홀은 따로 있었다. 바로 최순실 게이트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밝혀지면서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민심은 극도로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대학가는 시국선언을 잇따라 내놓았다.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까지도 터져 나왔다. 물론 야당에서는 하야 혹은 탄핵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이다. 왜냐하면 하야 혹은 탄핵을 주장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어쨌든 새누리당으로서는 상당히 당혹스런 상황이 됐다. 익명을 요구하는 새누리당 모 국회의원은 하루에도 수 백 통의 항의 전화를 받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박 대통령과 한 몸으로 읽혀지는 새누리당 지도부에 대한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 사안을 갖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이정현 대표는 자신이 연설문을 작성할 때 친구에게 물어본 일이 있다고 편을 들면서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 대표 등의 경우에는 지인에게 자문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연설문은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지인에게 자문을 구할 수 없다. 그런데 이정현 대표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입수한 것이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이야기를 해 그의 부적절한 태도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각종 사안에 대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던 이전 모습과는 달리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놓고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이정현 대표는 리더십에 상당한 상처를 입게 됐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대통령의 탈당 요구도 있지만 당 지도부 총사퇴 요구도 있다. 지도부가 총사퇴를 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목소리다. 이에 대해 이정현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가 수습될 때까지 총사퇴는 없다고 밝혔다 . 그리고 최순실 게이트가 수습될 때까지 당사에 머물면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정현 대표로서는 최순실 게이트 수습을 최대 정치적 과제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의 반격

문제는 비박계의 반발이 만만찮다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현 지도부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 대통령으로 인해 차가워진 민심이 새누리당으로 향하고 이런 상황으로 내년 대선을 치르게 된다면 현 지도부로서는 정권재창출이 상당히 힘들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현 지도부의 총사퇴와 더불어 비대위 구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문제는 비대위를 구성하고 그 이후 새 지도부를 구성한다고 해도 과연 정권재창출을 이뤄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왜냐하면 새 지도부를 누구에게 맡기느냐의 숙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정현 대표 체제를 뛰어넘는 그런 지도부가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미 차기 대권 주자들도 야권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새누리당 대권 주자로 나서줄 것이냐는 문제도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과연 반기문 총장이 새누리당 특히 친박계 대권 주자로 나서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따라서 새 지도부가 들어선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없다. 특히 내년 4월 재보선이 예고돼있다. 내년 4월 재보선은 미니 총선이자 내년 대선을 가늠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내년 4월 재보선을 치른다면 새누리당은 필패할 수밖에 없다. 특히 특검이 도입되고 특검을 하게 된다면 특검 도입 후 최소 두 달 후에 특검 결과가 나오게 된다. 일정으로 볼 때 아마도 특검이 실시되는 시기는 올해 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특검 결과는 내년 2월이나 돼야 나올 수 있게 된다. 특검 결과는 새누리당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새누리당은 내년 4월 재보선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정치일정으로서는 새누리당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박계로서는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만약 비대위를 구성해 향후 당권 경쟁에 돌입한다면 차기 대선 경선 역시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차기 당권 경쟁에서 밀리게 된 세력이 과연 그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계파 갈등은 앞으로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개헌 문제도 있다. 새누리당은 최순실 게이트 수습도 있지만 개헌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개헌에 대한 입장이 서로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둘로 갈라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둘로 쪼개질 수밖에 없다고 점치고 있다. 이미 친박과 비박은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정계개편을 주도하는 세력은 비박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박계가 제3지대로 뛰쳐나가면서 일부 야권 세력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야말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난무하는 요즘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친박계가 상당히 위축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친박계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부분도 없다. 만약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특검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일부 친박은 비박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는 박 대통령이 권력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친박 인사로 행세를 했었지만 박 대통령이 점차 권력을 상실하게 되면 일부 친박은 비박으로 돌아서면서 친박을 향해 비판의 칼날을 세울 가능성도 있다.

친박의 미래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박을 모래성으로 비유하고 있다. 그동안은 박 대통령 밑에서 어느 정도 이득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에 친박 행세를 했지만 박 대통령 밑에서 더 이상 이득을 취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말을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친박의 세력은 급속히 위축될 수도 있다. 여기에 비박계 대권 주자가 점차 부각되기 시작하면 친박계의 분화는 급속도로 진행될 수도 있다. 이정현 대표 체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이런 부분이다. 친박계가 분화되면서 친박계의 세력이 급속도로 위축이 된다면 박 대통령에게 상당히 불리한 정국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정현 대표가 당 지도부 총사퇴에 대해 일단 반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의 각종 의혹이 점차 구체화되면 될수록 당 지도부 총사퇴 여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박계의 목소리를 높아지고, 친박계의 분화는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이정현 대표 리더십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이정현 대표 리더십은 사실상 끝났다는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오고간다. 이정현 대표로서는 당심을 수습하고 민심을 수습해야 할 대책을 빠른 시일 안에 내놓아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

문제는 뾰족한 수습책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정현 대표가 정치적 도박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당 지도부가 위기에 봉착하면서 이에 대한 돌파구로 재신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다. 전국상임위원회 등을 통해 재신임을 물음으로써 내년 대선 경선 때까지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비박계의 반발을 어떤 식으로 무마할 것이냐는 숙제가 남아있다. 박 대통령이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하면서 동시에 이정현 대표도 식물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향후 예산정국에서 새누리당이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국을 파행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당시 정국을 파행으로 만들면서 오히려 당의 결집을 가져왔다. 따라서 이를 다시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심이 이에 대해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워낙 민심이 차가워졌기 때문이다.

한 가지 변수는 있다. 새누리당은 내각총사퇴 및 청와대 참모진 전면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일단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만약 내각총사퇴 및 청와대 참모진 전면 교체가 단행된다면 이정현 대표로서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하지만 만시지탄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파문과 최순실 게이트가 초창기에 불거졌을 때 수습을 했다면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설사 박 대통령이 내각총사퇴 및 청와대 참모진 전면 교체를 한다고 해도 이정현 대표가 당청관계를 완전히 바꾸지 않는 이상 이정현 대표의 리더십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정현 대표가 이제는 박 대통령을 바라보는 그런 당 대표 역할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정현 대표가 박 대통령의 중계차 역할을 하고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것은 인정하지만 과거와 달리 이제는 당 대표이기 때문에 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작정 박 대통령을 보호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정현 대표가 그동안 너무나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 보좌를 해왔던 습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버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도 박 대통령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발 벗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때마다 당내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이로 인해 당이 둘로 쪼개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팽배해 있다. 현재 새누리당의 미래는 보이지 않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새누리당의 미래를 바꿔버린 듯하다. 이대로 가면 새누리당은 침몰할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새누리당이 변화를 모색해야 하고, 이정현 대표가 변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쉽게 이뤄질지는 미지수인 것이다. 이정현 대표의 리더십은 그렇게 상처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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