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초콜릿, 그림, 음악, 영화…감각적 예술이 어우러진 곳

“사람들이 사유(思惟)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파”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밥 먹고 카페가자”

여러분은 카페를 얼마나 자주 가시나요? 술을 즐기지 않는 기자는 지인들과 만날 때 9할 이상은 밥을 먹고 카페를 갑니다. 남들이 술을 마시며 3차까지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1차(밥집), 2차(쇼핑), 3차(카페)를 가는 풀코스를 즐기곤 하죠. 흔히 ‘여자는 밥 배, 디저트 배가 따로 있다’라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이 정말인지 배부르게 밥을 먹고도 또 카페를 가면 어느새 저도 모르게 잘도 먹고 있더군요.

카페를 고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요즘은 카페가 넘쳐나는 덕분에 눈만 돌리면 들어갈 곳이 많아 주위에 카페가 없어 곤혹스러운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비슷한 카페의 분위기에 조금은 지겨워 색다른 곳을 찾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커지더군요.

이런 마음으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닌, 하나밖에 없는 이색적인 곳을 찾아 헤매던 중 발견하게 된 곳이 있어 오늘 소개해볼까 하는데요. 그곳은 바로 도시로 떠나는 작은 여행의 여섯번째 목적지인 ‘SAYOO(이하 사유)’입니다.

 

여유 없는 당신, 한 숨 돌리고 가세요

시끌벅적한 이태원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조용한 한남동 골목길에 자리한 사유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사유를 알게 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뜻이 무엇일까’였는데요. 사유는 말 그대로 사유(思惟) 즉, 생각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사유 김혜연 대표는 태어날 때부터 한쪽 귀에 문제가 있어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견뎌내야만 했고, 어릴 때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으로 “왜 나는?”, “나는 누구일까”를 비롯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김 대표가 생각하는 훈련을 통해 깨닫게 생각의 장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내가 누구인지 알게 해준다, 둘째는 세상의 여러 유혹에서 나를 지켜준다, 마지막으로 나의 열정과 시간을 가치가 있는 곳으로 집중시켜준다. 이렇듯 김 대표는 생각을 깊게 하는 방식으로 힘들었던 지난날을 극복할 수 있었고 삶에서 얻은 가르침을 담아 이 공간의 이름을 ‘사유’로 짓게 됐다고 합니다.

사유의 입구에는 ‘사람과 사랑을 생각해’라는 문구가 적혀있는데요. 이는 사유만의 철학을 담은 것으로 ‘사유의 대상을 사람과 사랑으로 규정하고, 사유의 결과로 작은 기적을 이야기한다’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핸드폰과 인터넷이 사람들을 속도 경쟁으로 내몰고 결국 생각한 뒤에 행동할 여유가 없는 요즘, 사유에서만이라도 사유(思惟)하게 되는, 사람과 사랑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공간이기 위해서 사유에는 늘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한다고 합니다.

 

사유의 전체적인 테마는 ‘카페’입니다. 그러나 그냥 평범한 카페이기만 한 것은 아닌데요, 단순히 디저트와 음료를 마시는 기존 카페와 달리 곳곳에 복합문화요소가 어우러진 공간이기 때문이죠. 이곳은 1층은 플라워숍과 카페와 초콜릿, 2층은 패션, 3층은 시네마 카페, 4층은 갤러리 카페, 5층은 루프탑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먼저 1층을 둘러볼까요? 오후 4시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유의 1층은 어두컴컴하고 큰 음악소리가 흘러나와 카페가 아닌 마치 바(Bar)가 연상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카페가 음식이 잘 보일 수 있는 환하고 하얀 조명 아래 각각의 테이블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있는 반면 사유의 1층에는 계단식으로 이뤄진 자리가 있었고 상당히 이색적으로 보였습니다.

 

그 앞으로는 보통의 카페와 같이 커피 머신과 메뉴판, 카운터가 있었고 애매한 경계를 두고 옆에 자리한 꽃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카페에 존재하는 꽃집이라니, 굳이 한편에 꽃집을 둔 이유가 궁금하시죠? 사유에는 플로리스트로 일하고 계신 청각 장애인들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한쪽 귀가 불편했던 김 대표의 뜻에 따라 청각장애인들과 함께하게 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김 대표는 청각장애인의 직업으로 소리가 필요 없는 플로리스트가 적합하다고 생각해 플로리스트를 양성하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유에서 장애인 플로리스트를 양성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꽃소리’라는 이름의 꽃집을 짓게 됐다고 하더군요. 참으로 예쁜 이름인 ‘꽃소리’는 ‘꽃에는 소리가 없지만 꽃으로 마음을 전할 수 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꽃소리에서는 플라워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장인들을 위한 런치 타임 클래스가 아주 인기라고 하는데요, 수강료를 내면 직접 꽃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면서 음료와 케이크도 먹을 수 있다고 하니 아주 알찬 클래스인 듯 싶네요.

 

커피에도 사유만의 철학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요. 고객에게 전해지는 커피 한 잔에 소중함과 정성을 담아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 바리스타들의 정확하고 섬세한 서비스가 있다고 하네요.

사유에는 바리스타로 일하는 청각장애 직원들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유의 메뉴판 아래에는 조그맣게 ‘사유는 눈으로 소리를 듣는 청각장애 직원들과 함께 합니다. 천천히 소통하며, 당신의 아름다운 마음의 소리를 들려주세요’라고 적혀있는데요, 그분들을 배려해 고객들이 조금만 여유를 갖고 천천히 눈을 맞추며 메뉴를 주문해주시면 어떨까요.

사유에서는 초콜릿을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메인메뉴로 내걸고 있는데요,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빈을 직접 볶아 가공해 각 나라만의 특별한 맛을 녹여내어 포장, 판매하는 반투바 초콜릿이 사유의 대표 초콜릿입니다. 원재료인 카카오 빈을 다루고 그것이 하나의 초콜릿으로 만들어지기까지의 전 과정을 다루는 곳이 국내에는 거의 없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사유는 카카오 빈에서부터 초콜릿까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통해 고객들에게 최고의 초콜릿을 선사하고자 한다네요.

 

한 층을 올라가면 패션과 관련된 ‘FASHION’ 편집숍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디자이너 브랜드를 취급하며 패션 관련 서적들을 고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따스하고 편안한 공간을 추구하는 편집숍이라고 합니다.

‘FASHION’ 공간을 찾은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하는데요, 그것은 바로 ‘편견을 갖지 말라’는 것이라고. 흔히 사람들은 “해외 유명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는 차원이 다르다”, “값비싼 제품은 비싼 값어치를 한다”라는 편견을 갖곤 하는데 사유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접하기 어려운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고객들이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면서 해외 유명 브랜드나 값비싼 브랜드가 좋은 제품이라는 편견을 깼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자, 이제 사유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인 3층과 4층을 가볼 차례입니다. 1층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3, 4, 5층은 누구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먼저 3층으로 올라가보니 한쪽 벽에 상영되고 있는 영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네마 카페라는 테마답게 이 공간에서는 언제나 영화가 흘러나온다고 하는데요, 고객들은 이 곳에서 주로 상업적이지 않은 독립 영화를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획일적이지 않은 책상과 자리의 배치,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조명 등 예술성이 짙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네마 카페의 조명은 약간 붉은 빛이었는데요, 이는 기쁨과 슬픔 그리고 사랑과 이별과 같이 일반적인 반복을 표현한 것으로써 반복되는 일상에 색다르고 흥미로운 자극이 오는 순간조차도 그 순간일 뿐, 결국엔 또 반복된다는 것을 붉은 빛으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이 공간의 본질적인 목적은 관객이 참여하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공간이자 숭고와 같은 자극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유의 바람대로 이 곳을 찾은 고객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영화를 보고 느낀 것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참여하고 있더군요.

▲ ⓒ사유

4층에는 사유가 추구하는 예술의 연장선인 갤러리 카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열 개 남짓한 액자들이 이 공간 곳곳에 자유롭게 놓여 있어서인지 기존 딱딱한 분위기의 전시회에서 봤던 그림들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갤러리 카페는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화가의 작품들로 구성이 된 전시공간과 인터스트리얼 가구가 놓인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음악과 함께 직접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고객들은 이 곳에서 사진도 찍고 작품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각자 예술을 즐기고 있는 듯 했습니다. 갤러리 카페에는 스케치북과 색연필이 준비돼있었는데요. 고객들은 마치 학창시절 미술시간으로 돌아간 듯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면서 예술적 감각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유의 가장 꼭대기 층인 5층엔 루프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탁 트인 공간인 만큼 상쾌한 바람이 솔솔 불어와 누구나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더군요. 루프탑 곳곳에는 식물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요, 각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과 열매들이 사계절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가만히 밑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밤에 보는 야경이 궁금해지더군요.

관계자에 따르면 루프탑에서도 영화가 상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보수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루프탑에서 영화가 상영된다고 하면 왠지 낮보단 밤에 이곳을 찾고 싶어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요, 밤공기와 영화가 어우러진 분위기는 상상만 해도 왠지 모르게 로맨틱할 것 같은 느낌이네요.

 

카페인 듯 카페 아닌 카페 같은 너

사유를 전체적으로 둘러보고 나니 카페이지만 카페 같지 않은,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꽃, 커피, 초콜릿, 옷, 영상, 갤러리 등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고객들에게 사람과 사랑을 생각하는 마음을 건네는 사유가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으니까요.

커피 한 잔을 들고 여유롭게 영화를 보고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다 문득 바람이 쐬고 싶을 땐 옥상으로 올라가기만 하면 되니 힘들게 멀리 가지 않고서도 지루할 틈 없는 이보다 더 완벽한 공간이 어디 있을까 싶네요.

매일 똑같은 분위기의 카페가 지겹다면 오늘은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혹은 연인, 가족과 시간을 내 특별한 사유를 찾아가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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