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이지만 쉽게 택할 수도 없는

▲ ©뉴시스

정우택의 수도권 후보 단일화 제안으로 파장
국민의당·바른정당 반응은 시큰둥…쉽지 않아

“골리앗 민주당 물리치기 위해 다윗 뭉쳐야”
“다윗 뭉쳐도 골리앗 이길 기술 없으면 안돼”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내년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들의 ‘수도권 빅텐트론’이 점차 논의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야당들로서는 민주당 후보를 이기기 위해 빅텐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수도권 빅텐트론에 대해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빅텐트론이 마냥 무시할만한 선거공학은 아니라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내년 지선에서 수도권 지역의 야3당 후보단일화를 제안했다. 자유한국당이 수도권 빅텐트론을 꺼내 든 것은 현실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이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민주당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대로 내년 지선에서 각 당이 후보를 낼 경우 모두 망하는 길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은 영남, 특히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아직 지역적 기반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수도권에서 각자 후보를 내 경쟁할 경우 민주당 수도권 후보는 어부지리로 당선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 ©뉴시스

2010년 지방선거의 추억

이는 흡사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당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에 대항하기 위해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이 야권연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일부 지역에서 야권연합이 탄생했다. 그리고 민주당이 승리했다. 야권연합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한나라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심리가 크게 작동했고, ‘의무교육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 등의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당시 천안함 폭침으로 인해 안보 위기가 고조되면서 한나라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결국 야권연합과 무상급식 공약으로 야권이 승리를 거뒀다. 이때부터 선거 때마다 야권연합은 이뤄졌고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로 야권연합은 정점을 찍기도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이런 야권연합의 역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 빅텐트론을 꺼내 들었지만 아직까지 다른 야당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도둑질도 너무 빠르다면서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고 언급,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바른정당은 아예 반응조차 없다.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이나 모두 수도권 빅텐트론에 대해 꺼내 들 입장은 아니다. 국민의당은 현재 안철수 당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며, 당 존재감을 살려 내년 지방선거의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겠다고 선언한다면 국민의당은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수도권 빅텐트론과 같은 지엽적인 문제를 갖고 고민할 겨를이 없다. 바른정당의 경우, 수도권 빅텐트론에 동조하게 된다면 바른정당은 공중분해 되면서 자유한국당에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이나 모두 수도권 빅텐트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빅텐트론의 논의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빅텐트론이 그만큼 매력 있는 제안이기 때문이다.

▲ ©뉴시스

수도권 빅텐트론, 실현 가능성은

수도권 빅텐트론에 대해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모두 현재까지는 부정적이지만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두 당 모두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 수도권, 특히 서울시장·경지지사·인천시장 등 광역단체장 후보로 내세우기는 쉽지 않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버티고 있는 바른정당은 유승민 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차출론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이 만약 서울시장 후보가 된다면 의원직을 던져야 한다. 문제는 바른정당의 현재 의원 숫자가 20명이라는 것이다. 유승민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던진다면 의원 숫자는 20명에서 19명으로 줄어들게 되고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때문에 바른정당으로서는 현역 의원을 광역단체장 후보로 내세우기가 쉽지 않은 결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기에는 아직까지 당의 존재감이 크지 않다. 국민의당 역시 서울시장 출마론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것 이외에 새로운 인물의 영입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수도권을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수도권 빅텐트론이 그냥 하는 소리는 아니라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결국 민주당이라는 골리앗과 싸워 이기기 위해 다윗들이 하나로 뭉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 빅텐트론은 과연 현실성을 갖고 있느냐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혹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연대는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3당이 하나로 뭉치는 수도권 빅텐트론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의 정체성이 워낙 다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보수를 지향하고 있지만 국민의당은 중도를 지향하고 있다. 또 자유한국당은 영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물과 기름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하나로 뭉쳐 야권 단일 후보를 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 게다가 정치권 일각에서는 세 정당이 하나로 뭉쳐서 수도권 빅텐트를 친다고 해도 지지자들이 외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을 물리친다는 것 이외에 매개체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권 연합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단순히 한나라당을 물리치겠다는 것이 아니라 무상급식 등 야권 정책 공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에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심판론이 강하게 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내년 지선에서 과연 문재인 정부 심판론의 바람이 불지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또한 수도권 빅텐트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정책 공조부터 먼저 이뤄져야 하지만 그러기에는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의 성격이 워낙 다르다.

정체성은 어찌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아무리 민주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고 해도 이 지지율이 지방선거까지 그대로 유지될지 의문이며, 아무리 지지율이 높다고 해도 수도권 빅텐트의 효과가 발생하게 되면 민주당 후보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민주당은 수도권 빅텐트론을 ‘정치공학’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2010년 야권 연합 당시 한나라당이 내놓은 반응과 비슷하다. 어쩌면 2010년 지선 결과를 내년 지선에서 그대로 볼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 단순히 민주당을 이기겠다는 선거공학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정책 공조 등을 통해 야권의 단일대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수도권 빅텐트론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키워드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