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3년간 전산장애 52건…시스템 개선 시급
개미투자자 급증…잦은 사고로 금전적 피해 가능성 높아

여의도 증권가 ⓒ뉴시스
여의도 증권가 ⓒ뉴시스

【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연초부터 증권사들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오류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등 개미들의 주식 거래가 확대됨에 따라 증권사 거래 오류에 대한 피해우려가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주요 증권사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에서 MTS 및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접속 장애가 발생해 투자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NH투자증권은 이날 개장 이후 40분 가량 MTS, HTS에서 주식 잔고 조회 등 일부 업무 조회가 지연됐고, KB증권에서는 같은날 오전 10시부터 10여분 간 온라인 시스템 접속 지연이 발생했다. 두 증권사 모두 접속자 폭주로 인한 전산장애였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측은 “투자자들의 대거 유입으로 인한 일시적인 접속 지연이었다”라고 공통적으로 설명했다. 

이어 일주일이 지난 11일에도 신한금융투자의 MTS인 신한알파에서 장 시작 후 로그인이 되지 않은 사고가 발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주식거래 급증으로 지문 등을 이용한 바이오인증 로그인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현재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접수하는 등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동시간대 접속자 증가로 인해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피해 투자자 분들의 민원접수를 받고 금감원 등 모범기준에 근거해 배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하루 만에 4조4736억원치를 사들였다. 이는 지난해 11월 30일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2조2205억원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로 개인 순매수 최대 규모다.

다만 그러나 일각에선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의 수수료로 최대 규모의 수익을 달성하고 있지만 정작 시스템 개선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함께 증권사 전산오류로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매도와 매수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되는 투자자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툭’ 하면 전산 장애…피해보상 제도 개선 시급

각 증권사 애플리케이션 리뷰 페이지와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는 “MTS가 너무 느리다…증권사에서 서버 증설 해야 되는거 아닌가”, “접속오류가 분기 행사다”, “보상은 해줄건지? 오늘같은 장애가 생기면 어쩌라는 건가” 등 사용자들의 전산오류에 대한 불만과 보상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을 받기란 현실적으로 힘든 실정이다. 한국거래소 분쟁조정센터에 따르면 증권사 MTS 접속장애에 따른 보상은 증권사의 책임 있는 사유로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해야 가능하다. 더군다나 투자자가 전산 장애로 인한 비상주문 등 매수의사를 표시하더라도 증권사마다 피해액 산정 기준이 다르고, 그 기준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MTS 전산장애에 따른 피해 투자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증권사 MTS 전산장애에 따른 피해 투자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현재 금융감독원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르면 HTS·MTS 접속장애가 발생하면 증권사별로 피해액을 산정하는 개별 방식을 적용해 권고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한 강제력은 없고 투자자가 증권사에 피해 보상을 신청하면 사측이 개별적으로 피해액을 정한다.

사용자가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거래 화면 캡처나 녹취 등 증거를 남겨 스스로 피해를 입증해야한다.

특히 증권사마다 보상 조건에 ‘비상 주문 시 주문 폭주로 인한 체결지연은 주문 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을 명시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편 금감원은 증권사들의 잦은 MTS 전산장애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10개 주요 증권사에서 총 52건의 시스템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에 따른 투자자민원은 1만2708건으로 파악됐다. 연평균 17건의 사고가 발생하고 4236건의 민원이 접수된 셈이다.

지난해 금감원이 발표한 ‘1~3분기 금융민원 동향’도 이를 뒷받침 한다. 증권사 민원가운데 내부통제·전산장애 관련 민원은 22.3%로, 이는 대규모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민원 26.3%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산장애는 증권사 시스템 문제와 통신사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검사 대상을 다각도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사들이 시스템 개선에 투자하고 사고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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