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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대면진단 없이 ‘필요시(PRN: pro re nata) 강박’ 조치하는 것은 환자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높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17일 정신의료기관에서 정신과 전문의의 대면진단 없이 이뤄지는 PRN 처방은 의료진의 안전을 위한 예방적 조치일지라도 대안에 대한 검토 없이 과도하게 입원환자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높아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 중인 진정인 A씨는 입원과정에서 격리실에서 주사약만 투약 받고 48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강박을 당하는 등 인권침해와 폭행을 당했다며 이 사건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입원초기 3일간 1차 3시간 50분, 2차 4시간, 3차 14시간, 4차 2시간에 걸쳐 총 23시간 50분 동안 강박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해당 병원 측은 “중간에 강박을 해제했으나 계속된 A씨의 난폭한 행동으로 직원 폭행 위험이 예상돼 다시 강박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주치의가 퇴근하면서 ‘환자 상태 심각시, 공격성 표출이 심할 경우 PRN 가능하다’는 지시가 있어서 강박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격리·강박지침’은 ‘강박 시 1회 최대 4시간, 연속 최대 8시간으로 규정하고 있고, 최대 허용시간을 초과할 경우 정신과 전문의의 대면평가와 사후 다학제팀에 의한 적합성 평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해당 병원은 진정인에 대한 3차 강박을 14시간 지속하면서 당직의가 있었음에도 대면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등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해당 병원은 의료기록에서 ‘필요하면 강박하라’는 주치의 PRN 처방이 있을 경우 간호사들이 격리 및 강박실행일지에 ‘주치의 지시 하에’라고 자체적으로 기록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입원 과정에서 보호사들이 A씨의 강한 입원 거부를 제지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 과정에서 폭행 등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객관적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서 “진정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어 인권위법 제39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기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인권위는 “PRN에 의한 강박지시는 대안에 대한 검토 없이 신체적 제한이 과도해질 우려가 있어 미국·호주 등의 국가에서 금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격리·강박지침’상 강박의 최대 허용시간을 4시간으로 규정하고 연장 시 전문의 평가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PRN 지시에 의한 강박이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해당 병원이 보건복지부 ‘격리·강박지침’을 위반하고 PRN 처방에 의해 A씨를 과도하게 강박해 헌법 제12조에 의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해당 병원에 PRN 지시 관행을 개선하고 재발방지 대책 등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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