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감방서 내의 챙겨줘”...50년 인연 회상
‘노무현 변호사’ 구속 당시 공동변호인 활동도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서초구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한승헌 전 감사원장 빈소를 찾아 조문,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서초구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한승헌 전 감사원장 빈소를 찾아 조문,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유신 독재에 맞선 ‘1세대 인권변호사’로 평생을 인권 변론에 힘쓰다 세상을 떠난 고(故) 한승헌 전 감사원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한 전 원장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기리고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한 변호사는 지난 20일 저녁 향년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SNS에 ‘감방 동기’ 인연 언급하며 고인 추모

고인은 유신 독재 시절 군부에 대항하며 시국사건들을 다수 변론했던 1세대 인권변호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57년 고등고시 사법과(8회)에 합격한 뒤 1960년 법무부·서울지검 검사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검찰에서 5년 간 근무하다 사직하고 1965년부터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고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매개로 문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쌓아왔다. 1987년 대우조선사건으로 노 전 대통령의 구속 당시 부산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문 대통령과 공동변호인단으로 변론했다.

또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대리인단에 이름을 올리며 총괄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선거캠프 통합정부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9월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헌신하고 사법개혁과 사법부의 탈권위화를 위해 노력한 공로로 고인에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문 대통령은 고인을 추모하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중요한 직책들을 맡으셨지만 당신은 영원한 변호사였고 인권 변호사의 상징이었으며 후배 변호사들의 사표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승헌 변호사님의 영전에 깊은 존경과 조의를 바친다”며 이같이 적었다.

문 대통령은 “한 변호사님과 인연은 제가 변호사가 되기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간다. 대학 4학년 때 유신반대 시위로 구속돼 서대문 구치소에서 감방을 배정받았던 첫날, 한순간 낯선 세계로 굴러 떨어진 캄캄절벽 같았던 순간, 옆 감방에서 교도관을 통해 새 내의 한 벌을 보내주신 분이 계셨는데 바로 한 변호사님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어떤 조사(弔辭)’라는 글로 반공법 위반으로 잡혀와 계셨을 땐데 그렇게 저와 감방 동기가 된 것”이라며 “가족과 오랫동안 면회를 못해 갈아입을 내의가 무척 아쉬울 때였는데 모르는 대학생의 그런 사정을 짐작하고 마음을 써주신 것이 그때 너무나 고마웠고 제게 큰 위안이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꽤 많은 세월이 흘러 제가 변호사가 된 후까지도 엄혹한 시절이 계속돼 저도 인권 변호 활동을 하게 되었고 ‘노무현 변호사’가 대우조선사건으로 구속되었을 때 저와 한 변호사님은 공동 변호인이 됐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재판을 받을 때는 공동대리인이 돼 한 변호사님은 변론을 총괄하고 저는 대리인단의 간사 역할을 했으니 인생은 참으로 드라마틱하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꼽아보니 한 변호사님과의 특별한 인연이 50년 가까이 됐다”며 “저를 아껴주셨던 또 한 분의 어른을 떠나보내며 저도 꽤 나이를 먹었음을 실감한다. 삼가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빈다고 덧붙였다.

한 변호사는 전북 진안군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전북대 정치학과를 나왔다. 1957년 고등고시 사법과(현재의 사법고시) 8회에 합격한 뒤 법무관을 거쳐 60년 법무부·서울지검·법무부 등에서 근무하다 1965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그는 이후 50여 년 간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다.

한 변호사는 2017년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을 당시 선거캠프의 통합정부추진위원회 자문위원단장으로 활동했다. 2018년에는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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