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장 자연발화로 발생하는 가스 관련 민원 지속돼
서부발전 “유해가스 검출되지 않아…근거 없는 민원”
대기로 메탄 등 가스 그대로 배출, 오염 가능성 여전
“충남에 화력발전소 밀집돼 피해 누적, 조기 폐쇄해야”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이하 태안화력)가 오랜기간 인근 주민과 대기오염 분쟁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태안화력 저탄장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가스 등은 그대로 대기에 배출되는 것으로 확인돼 유해성 여부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이 필요한 모습이다.
4일 본보 취재 결과 충남 태안군 원북면에 위치한 태안화력은 인근에 양식장을 운영하는 한 주민과 오랜 기간에 걸쳐 환경분쟁을 겪고 있다. 이 주민은 발전소 내 저탄장에 적재된 석탄이 자연발화하면서 발생한 가스로 인해 가족들이 응급실에서 응급치료를 받는 등 건강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안화력의 옥내화 저탄장과 민원을 제기한 주민 A씨의 거주지 및 양식장 간의 거리는 약 100여m 남짓 떨어져 있다. A씨는 “가스 같은 냄새가 나면 일단 피신을 한 뒤 발전소에 전화를 한다. 자연발화가 났으면 언제쯤 불이 꺼지냐고 물어보지만 마땅한 답을 듣지 못한다”면서 “태안화력은 자체 매뉴얼에 따라 일정한 가스농도 이상을 넘으면 직원들이 대피할 수 있지만 우리 가족들은 피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거주지 내에도 경보기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다. 저탄장 내 자연발화로 위험해지면 우리에게도 알려줘야 할 것 아니냐. 근본적으로 불안을 해소할 방법이 나왔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태안화력이 한때 양식장 등을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보여 협의했지만 진짜로 매입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내가 과도한 고가매입 요구를 한다고 하는데 감정절차를 거쳐 평가대로 진행하면 되지 않느냐”고 탄식하기도 했다.
태안화력을 운영하는 서부발전은 이 주민의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일축하는 상황이다. 서부발전은 “발전소 부지경계와 민원인 양식장 사이에 유해가스측정기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가스농도를 측정하고 있으나 민원인의 주장과 달리 유해가스가 검출되지 않고 있다”라며 “유해가스로 인한 119 출동 등의 피해 주장은 법원에서 근거 없다고 판결해 최종적으로 지난해 5월 민원인이 법원에 제기한 저탄장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저탄장 내 자연발화는 석탄을 주연료로 하는 화력발전소의 오랜 난제 중 하나다. 환경부는 화력발전소 내 저탄장을 단계적으로 옥내저탄장으로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 통합허가제도과 관계자는 “태안화력은 오는 2025년까지 옥내화를 완료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민원은 저탄장과 연관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환경부의 계획대로 저탄장을 옥내화 하더라도 자연발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취재를 종합하면 태안화력 내의 옥내저탄장도 자연환기 방식으로 운영돼 여전히 대기오염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태안화력 한 관계자는 “자연발화는 한번 발생하면 쉽게 소화하기 어렵다. 사나흘씩 이어질 수도 있다”라며 “현재로서는 예방할 방법이 없고 자연발화되면 빨리 탄을 소비하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동력을 이용해 옥내저탄장에서 발생한 가스나 먼지 등을 포집하는 곳은 국내 어느 발전소에도 없다. 환경부에서도 요구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석탄은 공기 속 산소와 접촉해 산화하면서 열이 발생한다. 자연발화로 이어지면 메탄 등 온실가스를 비롯해 여러 유해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저탄장 자연발화에 대응하고자 석탄더미에 살수, 표면경화제, 폼바인더 등 자연발화방비제 살포, 중장비를 이용한 압탄, 석탄보관일 최소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옥내화의 기본 콘셉트는 탄가루 등의 비산저감에 있다. 자연발화로 발생한 연기나 가스 등은 바람에 따라 흘러가면서 바로 희석된다”고 말했다.
서부발전 측의 조치를 감안하더라도 석탄의 자연발화로 발생한 여러 가스 성분은 아무런 조치 없이 대기 중에 배출되고 있는 셈이다.
석탄을 주원료로 한 화력발전소는 여러 환경오염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태안화력 역시 저탄장 자연발화 이외에도 바다로 흘려보내는 방류수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이에 지역에서는 화력발전소 전환 논의가 추진되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관계자는 “충남지역은 화력발전소가 밀집돼 미세먼지나 분진으로 인한 피해, 온배수 배출에 따른 어업 피해 등이 누적되고 있다”면서 “2050년 탈설탄을 목표로 화력발전소 폐쇄가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사안인만큼 보다 빠르게 조기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주요기획: [청년정책], [탈서울 인지방], [2023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좋은주택 만들기], [건설산업 선진화], [농민권리를 외치다]
좌우명: 지난이진(知难而进) 다른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