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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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유정 기자】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치를 위반한 사업장에 시정기한을 둬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3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입수한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지침’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사업장에서 조사·조치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25일 이내의 시정기한을 두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한 내 시정이 이뤄지지 않았을 시에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직장갑질 방지법’이라 불리는 근로기준법 제76조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시 회사는 △지체 없는 조사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비밀누설 금지 등을 이행해야 하며 이를 위반했을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직장갑질119는 고용노동부가 이러한 법의 취지를 위반하는 지침으로 ‘직장갑질 방지법’을 ‘직장갑질 방치 법’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직장갑질119가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14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고용부에 접수된 ‘조사·조치 의무 위반 사건’ 신고 건수는 888건이었다. 이 중 조치 의무 위반 관련 신고 건수가 78.7%(696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중 과태료 부과는 55건에 불과했다.

또한 직장갑질119는 “해당 지침에는 회사가 직장갑질 신고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했을 때 14일의 시정기한을 주고 시정하지 않을 경우 범죄인지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불리한 처우에도 노동부는 ‘엿장수 맘대로’ 시정기한을 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는 신고는 1360건에 달했지만 고용부가 검찰에 넘긴 사건은 274건(20.1%)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갑질119 박현서 변호사는 “지난 10월 14일 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거나 객관적인 조사가 진행되지 못해 피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가하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며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의 내부 처리지침 개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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