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일반인 마약 투약 혐의 보도 잇달아
제모·염색·탈색 통한 양성반응 회피설 재확산

마약 사범들로부터 압수한 필로폰 [사진출처=뉴시스/제주경찰청]
마약 사범들로부터 압수한 필로폰 [사진출처=뉴시스/제주경찰청]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머리, 눈썹 밀거나 탈색하면 마약 검사 피해갈 수 있다는데요?”

최근 연예인, 일반인들의 마약 투약 혐의 소식이 잇따르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분명한 정보들이 다시 유통되고 있다. 최근에는 작곡가 돈스파이크의 마약 투약 혐의가 불거지면서 관련 기사와 게시글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돈스파이크는 지난달 28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북부지법에 출석했다.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치고 나온 그는 “죄를 달게 받겠다”고 말하며 마약 투약을 사실상 시인했다. 

경찰 역시 돈스파이크가 투숙한 호텔에서 필로폰 30g을 압수해, 죄를 입증할 수 있는 정황과 물증은 어느 정도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돈스파이크가 탈모가 아님에도 머리를 밀고 있다고 말한 과거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그는 지난 2018년 4월 방송된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타고난 탈모는 아니다”라며 “20년 전부터, 매일은 아니고 이틀에 한번씩 머리 면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얘기가 다시 회자 되는 이유는 체모를 제모하거나 염색‧탈색을 하면 마약검사에서 양성반응을 피할 수 있다는 세간의 설(說) 때문이다. 이는 마약을 투약해도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어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인스티즈 홈페이지 캡쳐]
돈스파이크의 탈모 배경에 관심을 갖는 누리꾼들. [이미지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인스티즈 홈페이지 캡쳐]

경찰의 간이 키트 양성 나오면 국과수에 의뢰

<투데이신문>은 이 같은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국립수사과학연구원의 취재 협조를 요청했다. 국내 마약 투약 양성 검사는 경찰의 간이 검사를 거친 뒤 국과수에서 정밀 검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먼저 경찰은 현장에서 혐의자의 소변을 채취해 키트를 이용, 양성여부를 확인한다. 이를 통해서는 대표적인 마약류 메스암페타민(필로폰), 대마, 코카인, 페노바르비탈 등을 걸러낼 수 있다. 

물론 간이 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마약 투약을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간이 검사기 때문에 위양성(거짓 양성) 반응이 나오는 경우를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 최근 모 배우의 마약 투약 해프닝도 정밀 검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은 채, 키트 결과만을 두고 혐의가 사실인 것처럼 인용되면서 발생한 일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우울증 약 중 신경안전제 계통에 속하는 벤조디아제핀이나 에페드린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 등을 복용했을 때 키트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처방을 받아 약을 투약했다면 당연히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는 추후 질량분석기를 활용한 정밀 검사를 통해서도 정확한 성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독성학과 실험실 [사진출처=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홈페이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독성학과 실험실 [사진출처=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홈페이지]

모낭 세포, 손톱 등 체모 외 검출 방법 다양

논란의 핵심인 체모는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소변의 경우 3~7일 정도의 투약 여부를 검사할 수 있지만 머리카락은 길이에 따라 1년 이상 지난 경우도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모발은 평균 1개월에 1cm씩 자라는데 만약 10cm의 머리카락을 확보했다면 10개월 전의 마약 투약 여부를 잡아낼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약 혐의자들이 전신의 체모를 제모하는 방식으로 양성반응을 피하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염색‧탈색 역시 머리카락이나 눈썹의 멜라닌 색소를 없애는 과정에서 약물이 빠져나갈 수 있다. 이런 경우 정확한 마약 투약 여부 검사에 방해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혐의 사실 자체를 피해가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머리카락이 없더라도 다리털, 겨드랑이털, 음모 등 신체의 모든 체모가 검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체의 체모는 계속 자라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매일 제모를 하지 않는 이상은 결국 수사망에 걸려들 가능성이 높다. 

지속적인 제모와 탈색으로 검사를 방해하는 경우에도 4~5개월 이상 마약을 계속 투약해왔다면 손톱과 발톱을 통해서도 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현재는 기술의 발달로 머리카락을 삭발해도 모낭 주위에 있는 세포를 채취해 검사를 진행할 수 있어 완전 범죄는 더욱 어려워졌다. 

결론적으로 제모와 염색‧탈색은 일부 수사 과정을 방해하거나 번거롭게 할 수는 있지만 마약 투약 혐의 자체를 회피하는 방법이 될 수는 없으므로 이 같은 설은 대체로 거짓으로 판단된다. 

특히 마약 수사는 양성반응 여부만으로 결론짓는 것이 아니며 거래내역을 포함한 혐의 정황 등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또 이 같은 혐의 사실 회피 행위는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점도 잊지말아야할 대목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양성반응을 피하기 위해 제모나 염색, 탈색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모발과 체모는 계속 자라난다”라며 “매일 같이 제모, 탈색을 하지 않는 한 실질적으로 회피는 어렵고 머리카락을 뽑을 때 따라 나오는 모모세포를 통해서도 나오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머리카락이 짧으면 길이를 통한 시기 추정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남용여부를 판단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라며 “또 오래 투약한 경우에는 결국 손발톱이 빌미가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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