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 [사진 제공=뉴시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 [사진 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시선이 한국 게임 산업을 향하고 있다. 그의 게임 사랑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 관련기업에도 ‘오일머니’가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에도 게임 산업에 대한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관련업계가 그 수혜를 입게 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최근 국내 게임사들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고 있다. 

올해 초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한 것이 그 시작점이었다. PIF의 넥슨 지분율은 7.09%로 4대주주이며, 엔씨소프트의 경우 9.26%의 지분을 확보해 김택진 대표에 이어 2대주주에 올라있는 상태다. ‘승리의 여신: 니케’를 개발한 시프트업은 사우디 투자부와 MOU를 체결했으며, 펄어비스와 네오위즈 등도 PIF의 투자 리스트에 올라있다는 후문이다.

앞서 PIF는 2020년 총 33억달러를 들여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렉트로닉 아츠(EA),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등 미국 게임사 3곳의 지분을 확보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증시에 상장됐던 일본 게임사 SNK를 인수하기도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평소 게임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비디오 게임과 함께 자란 첫 세대”라며 자신을 소개하는가 하면, 아이폰과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를 좋아하고 액티비전의 FPS 게임 ‘콜 오브 듀티’를 즐긴다는 점도 알려져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어 ‘미스터 에브리띵’으로 불리는 그의 관심이 국가 정책에도 강력하게 반영되는 모습이다. ‘비전 2030’이라는 이름의 청사진으로, 석유산업 중심의 기존 구조를 벗어나 산업 다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게임을 미래 먹거리로 삼았다는 것이 산업계의 분석이다. 

사우디는 2020년 기준 약 3480만명의 인구 중 절반이 30대 이하인 젊은 국가이고 인터넷 보급률도 95%에 이르지만, 문화적·자연 환경적 이유로 놀이문화가 많이 발전하지 못했다. 최근 빈 살만 왕세자가 문화 개방 정책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게임과 e스포츠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사우디의 게임 인구는 193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인구 15만명 이상 주요 도시 게임 이용률은 73%에 이른다. 

이 같은 오일머니의 게임업계 유입은 향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PIF 산하 법인인 새비 게임즈 그룹(Savvy games group)은 2030년까지 게임 및 e스포츠 산업에 총 378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메이저 게임사 인수에 133억달러를 사용하며, 기존 게임사 지분 인수에도 186억달러를 투입한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게임 및 e스포츠 기반 산업 육성에 5억3200만달러를 지출할 방침이다. 

코트라 김태민 리야드무역관은 “비전 2030을 통한 국가 발전 추진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주택 내 활동이 증가하며 게임시장이 빠르게 주목받기 시작했고, 정부의 투자와 함께 이러한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시장이 성숙되지 않아 진출 및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아랍어로의 언어 변환만 잘 반영한다면 사우디뿐만 아니라 중동 시장으로도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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