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양심이 있어야지” 호통
野, “양보할 게 없어..여당이 양보”
與, “법인세율 1% 인하 못 받아..”
국조기간 연장도 ‘안돼 vs 불가피’

김진표 국회의장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하며 발언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하며 발언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16일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한 김진표 국회의장의 ‘법인세율 1% 인하’ 중재안을 정부여당이 거부하면서 내년도 예산안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김 의장은 전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예산안 처리 해법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법인세율을 현행 25%에서 24%로 1%p 낮추는 중재안을 제시했고,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를 거쳐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이 중재안을 최종 거부하면서 여야 간 연말 ‘강대강’ 대치정국은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김 의장은 이날도 양당 원내대표들을 만나 ‘정치하는 사람들이 양심이 있어야 한다’고 호통까지 치며 거듭 중재에 나섰다.

김 의장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 이건 마치 경제를 살리고 취약계층을 도우려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넘어지고 못 굴러가게 하는 것 아니냐”며 여야 원내지도부를 강도 높게 질타했다.

김 의장은 이날 오후 주호영(국민의힘), 박홍근(민주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오늘 중 큰 틀의 합의안을 발표해주시고 세부사항을 논의해 월요일(19일)엔 꼭 예산안을 합의 처리할 수 있도록 결단을 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김 의장은 또 “제가 마지막 중재안을 내놓고 오늘 중에는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안을 만들어올 줄 알았다. 오늘도 일괄타결이 안 돼 참 걱정이고 서운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피해보는 건 국민이고 그 중에서도 취약계층”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12월2일까지 해야 할 걸 질질 끌어서 16일인데도 합의를 안 하고 있다. (예산안이)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데 집행이 언제 되겠나. 이러면 집행이 어렵다”고 역정을 내기도 했다.

주호영(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주호영(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더 이상 양보 못해” vs “법인세율 못 낮춰”

그러나 김 의장 당부에도 여야는 서로에게 양보를 요구하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장이 주신 말씀에 마음이 더 무겁다”면서도 “민주당은 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을 대승적으로 수용했다. 경제 위기와 국민 민생에 악영향을 미치니 내부적으로 격론과 반발도 있었지만 결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야당도 민생의 어려움을 위해 양보하고, 결단하는데 집권 여당이 더 이상의 고집으로 상황과 시간을 끌어가선 안 된다”며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더 이상 독불장군식 가이드라인 제시를 하지 말고 국회와 여야의 판단을 온전히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민주당은 그동안 예산안 처리 원칙에 양보에 양보를 해서 더 이상 양보할 게 없는 솔직한 상황”이라며 “마지막 한 발짝을 내딛는 건 여당인 국민의힘의 몫이다. 의장이 제시한 최종 중재안에서 더 이상 양보할 게 없는 민주당에 추가로 조건을 내세운다면, 그건 예산안 합의 처리를 의도적으로 막겠다는 술수로밖에 볼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 의석이 많아 나름 의견도 있고 국회 심의권도 있지만, 이런 위기의 순간에는 정부가 소신껏 할 수 있게 조금은 양보하고 도와달라”며 “정부가 경제 상황이나 면밀한 재정 운영은 더 잘 안다. 정부가 위기의 순간에 빠르게 계획대로 재정을 운영하고 집행 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지난 5년 동안 할 만큼 하지 않았냐”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문제에 대해 “지금은 최대 위기고 법인세는 해외 직접 투자 유치 때문에 사활적 문제가 됐고, 의장이 중재안을 냈지만 이것으로는 대만의 (최고세율) 20%나 싱가포르 17%와 경쟁하긴 어려워 선뜻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전날 김 의장 중재안에 대해 ‘언발에 오줌누기’라며 이같이 설명하고 “(법인세율을) 3% 낮추고 2년 유예 하는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여야는 예산안 합의 처리를 위해 계속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박 원내대표는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의장이 중재안을 포함해 조속한 예산 처리를 요청한 만큼 여야가 최선을 다해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필요하면 정부와 만나 의견을 듣는 시간도 갖겠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도 “이견 차가 있는 부분에 대해 최대한 협의를 해 빠른 시간 안에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16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10.29(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에서 유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16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10.29(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에서 유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정조사 기간 연장 두고도 신경전

이런 가운데, 여야는 이태원 참사 49일째인 이날 국정조사 기간 연장 등을 두고서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국조 기간도 줄어들었는데 연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느냐’는 질문에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국정조사를 단기간에 빨리 마쳐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예산안 처리 이후 국정조사 하기로 한 건 합의한 내용”이라며 “예산안 처리가 예정보다 늦어져 기간이 줄어든다면, 그 기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추후 다시 논의돼야 한다”며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예산 통과가 예정보다 늦어진 것에 대한 책임을 어느 당이 부담할 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며 “나중에 기간이 줄어들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새로운 문제가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안 처리 지연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의결 이후 여당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의원 사퇴 표명 등의 여파로 국조가 공전한 만큼 기간을 연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의 무책임 무도함이 진상규명 위한 국조마저 부실하게 해서는 결코 안된다”며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시간이 많이 줄어든 만큼 국조 기간연장은 불가피함을 분명히 밝힌다. 민주당은 무슨 경우에라도 내주부터 이태원 참사 국조를 본격 가동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어 “국조를 통해 부실한 사전 예방 대책, 무능한 현장 대응, 무책임한 사후 대책까지 단 한 점의 의혹도 남가지 않고 낱낱이 밝히겠다”며 “사의 표명했던 국힘 국조특위 위원들도 이제는 제자리로 복귀해 국조 일정과 증인채택 협의에 나서주시길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야당 단독으로라도 국정조사에 돌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집권당이 해태한다고, 정부가 협조를 거부한다고 그냥 손 놓고 있을 거라면 대체 국회와 야당의 존재 이유는 뭔지 국민이 엄중히 묻고 있다”고 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그러면서 “오늘 49재 시민 추모제에 정치권이 내놓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위로는 국정조사 개시”라며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여야가 지난달 25일 본회의에서 의결한 ‘국조 계획서’에 따르면 국정조사 기간은 내년 1월7일까지 총 45일이다.

당시, 여야는 예산안이 처리될 때까지 자료와 증인 채택을 위한 예비 조사를 진행하고 이후 청문회와 현장조사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기간 연장이 필요하면 본회의 의결로 연장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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