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 LG 구광모 회장,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SK 최태원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농협 이성희 회장, HD현대 권오갑 회장, 포스코 최정우 회장, GS 허태수 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 [사진출처=각사 및 청와대, 뉴시스]<br>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 LG 구광모 회장,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SK 최태원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농협 이성희 회장, HD현대 권오갑 회장, 포스코 최정우 회장, GS 허태수 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 [사진출처=각사 및 청와대,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국내 재계는 2023년 계묘년 키워드로 ‘미래’와 ‘위기’ 그리고 ‘노력’을 꼽았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다양한 경제 지표들이 ‘장기 불황’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높아진 기업들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는 2023년 들어 팬데믹의 여파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 거리두기 해제 이후 월드컵 특수까지 겹치면서 오프라인 경기는 빠르게 회복했다. 해외여행 인파도 지난해 11월 기준 월 100만명을 넘어서 여행‧통신 업계가 호재를 맞았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가 불러온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의 벽은 높았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도 고물가‧고금리의 영향으로 69% 감소했다. 서민들 역시 높아진 대출 금리에 가계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3.25%까지 치솟은 기준금리가 올해부터 실물 경제를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주요기관들도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1% 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물가 상승이 잡히지 않는 한 올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어 장기간 경기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 속 기회 모색하는 기업들

6일 <투데이신문>이 국내 10개 주요 그룹과 3개 경제 단체의 신년사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들은 ‘미래(40회)’, ‘위기(28회)’, ‘노력(27회)’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사업(26회), 경제(25회), 글로벌(24회), 변화(24회), 국민(23회), 혁신(23회), 경쟁력(23회) 순으로 많이 등장했다. 

이번 조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상위 10개 그룹과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의 신년사 3만여 자를 대상으로 했다. 또 ‘우리’, ‘임직원’, ‘새해’, ‘확보’ 등 맥락상 의미가 없는 단어들은 최종 집계에서 제외했다.  

‘미래’는 주로 ‘세대, 먹거리, 도전, 준비, 경쟁력, 위기, 성장, 도약, 고객, 기술’ 등의 단어와 짝을 맞춰 등장했다. 전경련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고 대한상의는 “미래를 향한 도전은 게을리 할 수 없다”라며 “대외 불확실성과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위기는 ‘경제 위기’, ‘위기감 고조’, ‘위기 극복’, ‘위기 대응’, ‘위기를 기회로’, ‘영구적 위기’, ‘복합 위기’ 등의 표현으로 나타났다. 경제 단체와 기업들은 현재 한국사회가 글로벌 경제 위기의 앞에 서있다는 데 생각을 함께 했으며, 위기 속의 기회를 찾아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경총은 “우리가 직면한 거대한 경제위기의 파고를 극복하려면 모든 경제주체들이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라며 “경제위기 극복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 경영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줘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대한상의는 ‘고난을 극복해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이환위리(以患爲利)’를 인용하며 “어려운 여건이지만 그 안에 내재돼 있는 기회를 포착하고 청사진을 만들어가는 일에 역량을 집중해 올 한 해 새로운 성공 스토리를 많이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환경‧신뢰‧혁신도 주요하게 언급 

주요 기업별로 살펴보면 삼성은 2023년을 ‘新환경경영전략’의 원년으로 삼았으며 과감한 도전과 변신을 요구했다. 무엇보다 어려울 때일수록 ‘세상에 없는 기술 발굴’, ‘품질력 제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는 관계와 네트워크를 올해의 키워드로 지목했다. 최태원 회장은 “기업에게도 관계가 중요한 시대다. 비용만 낮다고 해서 거래하던 시대는 지났다”라며 “나를 지지하는 찐팬이 얼마나 있는지 내가 어떤 네트워크에 소속돼 있는지가 곧 내 가치인 세상이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관계의 크기와 깊이, 우리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의 크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경제위기를 주요하게 언급하면서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통한 도약’의 해로 삼자고 독려했다. 이를 위해 정의선 회장은 ▲전동화 체제로의 전환 ▲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전환 ▲고객의 신뢰 ▲사회적인 신뢰 ▲계속해서 변화하는 능동적인 기업문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목했다. 

롯데는 대내외의 정세를 ‘영구적 위기’라고까지 표현하며 철저한 리스크 대비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끊임없는 변화를 주문했다. 신동빈 회장은 “생존을 위해 자기 혁신은 필수 불가결 하다”라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예측하기 힘든 영구적 위기의 시대,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면서 함께 도전한다면 올해는 새로운 롯데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제철소가 가동 중단 됐음에도 구성원의 노력으로 극복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위기에서도 주저앉지 않는 기업문화와 2030 성장비전 달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포스크논 사업별 중점 추진사항으로 ▲2050 탄소중립 로드맵 ▲친환경 미래소재 분야 경쟁 우위 극대화 ▲친환경 인프라 분야 지속 가능 경쟁력 확보 ▲세계 최고 수준 연구역량 확보 ▲ESG 가치 제고‧조직문화 혁신 등을 꼽았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