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진료과목임에도 소청과 모집정원 확보율 20%에 불과
지속적으로 하락세…성형외과·피부과 등은 이미 전원 확정
전문의 1명당 맡는 중환자 수 평균 6.5명…일본은 1.7명
복지부 “분만·소아 진료 접근을 강화 및 지원 이어갈 것”
의료계 “권역별 소아 진료 중심 병원 구축·지불체계 다변화 필요”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전국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 미달 사태가 이어지고 있어 진료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총 61개 대학병원의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기본정원+별도정원) 결과 전체 과목 모집정원 대비 확보율은 84.1%로 나타났다.
진료과목별로 살펴보면 의료법상 필수진료과목에 해당하는 과목 중 진단검사의학과는 지난해 97%에서 올해 모집에서는 94%로 소폭 하락했고, 마취통증의학과·영상의학과는 모집정원 대비 확보율이 100%로 전년과 똑같았다.
특히 필수진료과목 중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모집정원 확보율은 20%에 불과했다. 모집정원은 2021년(36%), 2022년(22%)에 이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소청과 레지던트 모집정원이 있는 50개 대학병원 중 76%(38개)는 레지던트를 단 한 명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집정원을 다 채운 병원은 서울대병원이 유일했다. 50%를 넘긴 병원도 순천향대서울병원, 아주대병원, 울산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4곳뿐이었다.
실제로 인천의 상급종합병원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2020년부터 소청과 전공의를 충원하지 못해 한 때 소아 및 청소년의 입원 진료를 중단하는 등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내 전국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3308개에서 3247개로 61개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모집정원을 모두 확보한 진료과목은 신경과, 신경외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정신건강의학과, 안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10개 과목이었다
이에 대해 서영석 의원은 “필수의료 문제는 우리나라 전체 의료체계와 직결되는 만큼 필수진료과목 인력 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의대 정원 증원 같은 인력 확충과 필수진료과목 및 치명질환을 다루는 과목에 수가 정책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 의원은 최근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 사업의 예산을 삭감하고 규모를 축소한 윤석열 정부의 결정에 대해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의 1명당 어린이중환자 평균 6.5명
이처럼 국내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국내 어린이중환자(만 1개월~18세)를 담당하는 의사 수가 의료 인프라가 다소 열악한 인도네시아보다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소아중환자의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어린이중환자실을 갖춘 병원 13곳을 대상으로 중환자 및 전담전문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문의 1명당 어린이중환자 수는 평균 6.5명(3교대 근무 시 19.5명)으로 평균 3명인 인도네시아와 비교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1000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국가로 불리고 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은 전문의 1명당 어린이중환자 1.7명, 스위스는 1.8명, 호주는 2.4명꼴로 돌보고 있다. 더욱이 이탈리아는 어린이중환자실 전문의 수가 환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소아과 위기의 원인으로 의료계는 저출생을 꼽았다.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된 현재 소청과의 미래가 불투명짐에 따라 해당 학과에 지원하는 의료진이 점차 감소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출산으로 인해 분만 건수가 지난 2019년 30만건에서 2021년 26만건으로 하락했다. 이처럼 전공의 유입이 줄면서 전문의와 교수의 업무량이 가중된 것도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소아중환자의학회는 “최소 의료진 5~7인으로 구성된 지속가능한 소아중환자실 전문의 24시간 진료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며 ”신생아중환자실 모델 및 응급실모델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질평가지원금의 공공성 부분에 소아중증질환 환자수 포함돼 있으나 실제 중증환자 진료양이 아닌 전문질환군 입원 수에 따른 평가로 중환자실 진료 개선에 한계가 있다”며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보상사업은 기존의 구조를 벗어난 인력 개편이 어려운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아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신규 전문의 부족, 근무여건 악화, 기존 전문의 이탈 등으로 인해 의료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달 31일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분만, 소아 진료 접근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복지부는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 5개소를 신규 선정해 기존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등과 연계한 치료·회복 협진을 활성화하고, 지방 소아암 환자와 가족이 서울을 왕래하지 않아도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추가 확충하고, 야간·휴일 소아 진료기관 등을 확대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이번 대책은 필수의료기반을 강화하는 첫 걸음”이라며 “앞으로도 필요한 분야에 대한 추가 대책을 마련하는 등 계속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의료계에서는 소아의료체계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지불체계 다변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9일 서울의대 건강사회개발원이 주최한 ‘소아의료체계 혁신과 위기탈출’ 포럼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 이진용 소장 겸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수는 “최근 정부가 제시한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과 ‘중증소아 단기입원서비스 시범사업’을 통해 다양한 지불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두 시범사업 목표로는 적자 누적으로 병원에서 소아 진료 과목이 없어질 위협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업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적어도 권역별로 내세울 수 있는 병원으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삼고 달려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 겸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우선 살려놓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은 국내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전 예산만큼 되돌려서 소아과가 유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가장 좋은 대책은 연령 가산을 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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