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SM 인수로 유명 아티스트 다수 끌어안아...슈퍼IP 경쟁력
하이브, 치열한 치킨게임 지속 대신 플랫폼 협력 가능성 실속 챙겨
이수만, 수 싸움 효과...설립자 명성 흐려진 대신 큰 이익 챙겨 엑시트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한 달 넘게 이어졌던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이 카카오의 승리로 매듭지어진 가운데, 갈등 당사자들의 향후 이해득실에 관심이 모아진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전날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하이브와 카카오간 협상 결과에 따른 것. 한편 카카오는 오는 26일까지 공개 매수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달 31일 SM 주주총회에서 하이브 측 사내이사 후보들은 사의를 표명할 예정이다.

하이브는 “카카오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주식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였고, 하이브 주주 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결단 배경을 설명했다. 

SM은 하이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SM은 “전략적 파트너인 카카오와 함께 세계 최고의 ‘지식재산권(IP) X IT 시너지’를 창출해 K팝 산업의 ‘넥스트 레벨’을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판교 카카오 사옥 아지트. [사진제공=카카오] 
판교 카카오 사옥 아지트. [사진제공=카카오] 

치킨 게임에 관계자들 모두 부담...윈윈 접점 찾아

이번 상황의 주원인은 SM의 설립자이자 최대 주주로 남아있던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와 현 경영진 간의 갈등이다.  지난달 7일 카카오는 SM과 사업협력 계약을 하고 지분 약 9%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신주·전환사채 인수에 관한 계약 방식이었다.

이에 반발한 이 전 총괄은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방법으로 제동을 걸었다. 그달 9일에는 경쟁사인 하이브와 손을 잡는 초강수를 띄웠다. 자신의 지분 중 14.8%를 인수하도록 한 것이다. 

이달 3일 법원이 이 전 총괄이 낸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승기는 하이브 쪽에서 잡는 듯 했다. 하지만 6일 하이브는 당초 목표한 25% 공개매수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가 인수전에 뛰어든 이후 SM 주가가 12만원을 넘으면서 부담이 커진 것이다. 카카오는 7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를 하겠다며 반격에 나섰다. 

만약 인수 경쟁을 지속할 경우 관련 회사들의 부담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가 다시 공개매수에 나서야 하는데, 이는 카카오 측 공개매수가인 15만원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야 한다는 뜻.

자금 여유가 충분치 않은 경우 SM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나 차입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분율이 희석될 우려가 있고 이자 비용 투입 부담도 커지는 등 악재다. 

한편 카카오로서는 지금 적절한 가격에서 상황을 끝내는 기회를 얻은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대두된다. 

현대차증권 김현용 연구원은 13일 보고서에서 “카카오는 SM 경영권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격상시킬 것”이라며 카카오와 SM을 합하면 연간 음반 판매량, 공연 모객 수는 업계 1위 하이브에 근접하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현대차증권 보고서는 아울러 “향후 SM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등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선택지를 넓힌 점도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SM·에스엠) 인수로 얻게 될 효과와 비교했을 때, 공개매수가격 15만원은 합리적이라는 것.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하이브에 협력 카드를 제시해 윈윈을 모색하는 게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올투자증권은 13일 SM 분석 보고서에서  ‘SM 3.0’ 사업계획이 달성될 경우 올해 매출액은 1조342억원, 영업이익 170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올투자증권 김하정 연구원에 따르면, 공개매수가격 15만원에 해당하는 에스엠 기업가치 3조9000억원은 2023년 예상 PER 29.3배에 해당하는데, 에스엠 경쟁자인 JYP의 직전 5개년 12개월 선행 PER 평균이 26.5배임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김 연구원은 “카카오는 경영권 프리미엄만 고려해도 매력적인 가격에 에스엠을 인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차증권 김현용 연구원은 13일 보고서에서 “카카오는 SM 경영권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격상시킬 것”이라며 카카오와 SM을 합하면 연간 음반 판매량, 공연 모객 수는 업계 1위 하이브에 근접하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현대차증권 보고서는 아울러 “향후 SM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등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선택지를 넓힌 점도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이브가 얻을 이익도 상당하다. 다올투자증권 보고서는 “하이브는 에스엠 인수에 실패한 모양새지만 큰 자금을 지출하지 않고도 카카오와의 플랫폼 협업이 가능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하이브가 얻게 될 이익은 에스엠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협업 방안이 구체화한 이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브 사옥 전경. [사진제공=하이브]
하이브 사옥 전경. [사진제공=하이브]

다음 이슈는 카카오엔터 IPO? 하이브-카카오-카카오엔터 모두 이득 

결국 이번에 카카오가 강한 드라이브를 건 것은 카카오엔터의 IPO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SM과 카카오엔터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진행하는 것은 비상장사와 코스닥 상장사간 합병이라 논란의 소지가 있다. 카카오는 SM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SM 3.0 전략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밝힌 터라 상황이 더 조심스럽다. 

다만 어떤 구체적인 방법을 내놓든 향후 카카오엔터 가치 제고에 SM을 끌어안은 이번 결과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상의 효과에는 이견이 없다.

현재 카카오엔터 매출에서 비중이 큰 음원과 웹툰 말고도 새로운 모멘텀이 SM발로 보강될 여지에 시선이 모아진다. 멜론의 유료 회원수 정체나 웹툰 시장의 크기 한정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것.

한류 경쟁력 지속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전문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려면 일명 슈퍼 IP 리스트가 강화돼야 한다는 요구는 앞으로도 더 강해질 전망이다. SM 인수는 그런 맥락에서 확실히 카카오, 그리고 카카오엔터가 얻을 게 많은 인수합병으로 볼 수 있다.

SM 경영권을 포기한 대신 하이브도 플랫폼 협업 기회를 얻어냈다. 하이브의 팬 플랫폼 위버스와 SM 측 팬 플랫폼 버블 간의 협업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SM 설림자인 이 전 총괄은 앞으로 프로듀싱 참여에서는 사실상 입지가 없겠지만, 큰 돈을 챙겨 떠나는 엑시트 전략을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 

13일 SM 종가는 11만3100원으로 전거래일 대비 3만4700원(-23.48%) 하락했다. 한편 하이브는 18만9600원으로 전장 대비 5900원(+3.21%), 카카오도 6만800원으로 전장 대비 2700원(+4.65%)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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