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유성욱 시장감시국장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글의 앱마켓 시장 경쟁 저해 행위에 대한 제재 결정을 밝히고 있다. [사진 제공=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 유성욱 시장감시국장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글의 앱마켓 시장 경쟁 저해 행위에 대한 제재 결정을 밝히고 있다. [사진 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암암리에 진행됐던 구글의 반경쟁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제재를 가했다.

11일 공정위는 국내 모바일게임사들의 원스토어 등 타 플랫폼 출시를 막아 경쟁을 저해한 구글의 행위에 대해 과징금 421억원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구글은 원스토어가 출범한 지난 2016년 6월부터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2018년 4월까지 피처드 및 해외진출 지원 등을 구글플레이 독점 출시 조건으로 제공, 게임사들이 자유롭게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이는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뿐만 아니라 중소 게임사들까지 포함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실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피처드는 소비자가 구글플레이를 열었을 때 가장 잘 보이는 1면에 게임을 게재해주는 것으로, 게임을 효과적으로 노출시켜 다운로드와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특히 글로벌 진출 장면에서 그 영향력은 매우 커지는데, 국내와 달리 해외 시장에서는 마케팅 경로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위 조사 착수 당시 일부 게임사 관계자들은 “구글 피처드 선정 전후 다운로드 및 매출 차이가 수 배에 달하는 수준이라 구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공정위가 확보한 구글 내부 이메일에서도 “‘금주의 신규 추천 게임’ 피처링은 구글 팀이 게임사들을 관리할 수 있는 힘이다”라고 언급되는 등 구글 측도 그 영향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원스토어도 출범 직후부터 페이백 이벤트 등 공격적인 마케팅 혜택을 제공하며 국내 게임사들의 입점을 촉구했지만, 이 같은 구글 측의 견제로 인해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게임업계 관계자들도 “충성도 높은 유저층과 각종 프로모션 등 원스토어의 장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구글의 영향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며 우회적으로 이러한 ‘외압’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구글은 2016년 7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독점 출시 조건부 지원 전략’을 면밀히 수립했다. 매출비중과 원스토어 동시출시 가능성 등에 따라 게임사들을 5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각 등급별로 독점 출시를 위한 별도의 대응 전략을 세운 것이다. 

이와 함께 신작들 중 중요도가 높은 게임들, 이른바 ‘P0(Priority Zero) 게임’을 선정해 특별 관리를 실시했으며, 지속적으로 원스토어 배제를 성과목표로 설정 및 관리했다. 이 같은 배타조건부 행위의 경쟁법 위반 소지를 인식해 최대한 은밀한 방식으로 게임사들에게 조건을 전달했으며, 사내에서도 관련 메일을 삭제하거나 오프라인 논의를 유도하는 등 최대한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 했다.

당시 P0 게임으로 중점 관리 대상이었던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엔씨소프트 ‘리니지M’, 넥슨 ‘메이플스토리M’, 웹젠 ‘뮤오리진2’ 등이 모두 구글에만 독점 출시됐으며, 원스토어 출시는 철저히 차단됐다. 이 같은 대형 게임들은 2017년 구글플레이 게임부문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중요도가 매우 높았기에, 2017년과 2018년 원스토어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당시 원스토어의 게임 관련 유료 구매자 수가 절반 이하로 감소한 반면, 구글플레이는 약 30% 증가했다. 또한 국내 앱마켓 시장에서 구글의 저유율은 2016년 80% 수준에서 2018년 90% 이상으로 상승해 독점력이 강화됐으며, 반면에 원스토어의 시장 점유율은 5~10% 수준으로 하락했다. 원스토어가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점차 상실해간 반면, 구글은 자사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구글에 모바일게임사에 대해 경쟁 앱마켓에 게임을 출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피처드, 해외진출 지원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배타조건부 행위가 재차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그 운영결과를 보고하도록 하는 등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421억원의 과징금은 잠정 수치로, 추후 관련 매출 확정액에 따라 일부 변동 가능하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모바일 앱마켓 시장에서 자신의 독점력을 유지·강화하는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서는 국내외 기업 간 차별없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는 개발자들이 앱을 어떻게 배포할지에 대해 완전한 결정권을 제공한다”며 “구글은 개발자들의 성공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오늘 공정위가 내린 결론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공정위의 서면 결정을 통보받게 되면 신중히 검토하고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원스토어 측은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들은 “오랫동안 개발사들을 대상으로 행해진 구글의 불공정 행위가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합당한 제재가 내려졌다”며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독점 행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한 공정한 경쟁이며, 국내 앱마켓 및 플랫폼 시장에 올바른 환경이 조성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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