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골드라인 혼잡도 242% 달해, 올해만 18건 사고
경기도, 예비비 투입해 전세버스와 DRT 연내 운영
서울시, 교통체증 없는 한강 위 ‘리버버스’ 도입 검토
역사 내 추가 CCTV와 김포소방서 구급대원 투입도
기간별 대책 실행해 ‘지옥철’, ‘골병라인’ 오명 떨칠까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정부가 이른바 ‘지옥철’로 일컬어지는 김포골드라인의 승객 과밀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특별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경기도·김포시가 내놓은 이번 대책에는 ‘김포골드라인 혼잡 완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마련돼 있어 그간 지속적으로 지적받던 김포골드라인 승객 과밀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김포골드라인(김포도시철도)은 한강신도시에서 서울 9호선 김포공항역까지 총 23.67km 구간을 오가는 무인운전 전동차다. 김포지역 유일의 철도 교통망이다 보니 출퇴근 시간대 승객 과밀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김포시에 따르면 출근시간대 평균 혼잡률은 242%인데 이는 서울교통공사 기준 ‘매우 혼잡’에 해당하는 기준 혼잡률 171%을 훌쩍 뛰어넘는다.
19일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경기 김포갑)이 김포도시철도로부터 전달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1일까지 김포골드라인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모두 18건으로 집계됐다. 닷새에 한 번 꼴로 사고가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 11일 오전 7시 50분께 김포공항역에서는 10대와 30대 여성이 호흡 곤란 증상을 호소해 구급대의 처치를 받은 바 있다.
이렇듯 안전사고가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혼잡도를 완화하기 위해 차량을 추가로 연결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김포골드라인 승강장이 당초 2량짜리 꼬마열차 기준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김포시는 조속한 추진을 위해 국비 지원이나 지방채 발행 없이 재정 부담을 감당하며 2량 규모의 도시철도를 건설했다.
김포도시철도 이재선 노조위원장은 “차량이 2량으로 다니더라도 역사는 향후에 증차될 것을 대비해 설계한다”며 “그러나 김포도시철도는 애초에 2량짜리 차량에 2량짜리 역사를 만들어 확장성이 아예 없다”고 설명했다.
‘골병라인’에 칼 빼든 경기·김포...‘김포골드라인 혼잡 완화 특별대책’ 발표
김포골드라인 탑승객들의 호소가 이어지자 경기도와 김포시가 ‘골병라인’이라 불리는 김포골드라인 혼잡 완화를 위한 긴급재해 대책을 내놓았다. 이번 대책에는 전세버스와 수요응답형버스(DRT) 도입과 더불어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개통 추진 내용이 담겼다.
전날 경기도 오후석 행정2부지사와 김포 엄진섭 부시장은 경기도청에서 ‘김포골드라인 혼잡 완화 특별대책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김포골드라인 혼잡 완화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오후석 행정2부지사는 “지난 11일 김포공항역에서 승객 3명이 호흡곤란으로 실신하는 등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률(수송정원 대비 수송인원)이 평균 242%, 최대 289%에 이르러 특별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포골드라인 대상 특별대책은 △연내 시행 △단기 대책 △중장기 대책으로 나뉘는데, 연내 시행 대책으로는 예비비 32억 원을 투입해 전세버스 및 수요응답버스를 도입하는 방안이 있다. 이어 출근 시간대인 오전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걸포북변역, 사우역, 풍무역, 고촌역을 경유하는 전세버스가 추가 도입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는 김포골드라인 혼잡완화 문제를 긴급재해대책으로 지정한다. 지방재정법상 예비비는 코로나19 등 긴급재해대책을 위해서만 보조금으로 집행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를 통해 경기도는 김포시와의 협의를 바탕으로 예비비 32억원(경기도와 김포시 5:5 분담)을 투입할 방침이다.
또 수요응답버스(DRT) 30대도 오는 7월부터 투입된다. 이에 더해 김포골드라인 주요 지하철역 전문안전 요원이 배치될 전망이다. 이를 활용해 승차 인원 제한 등 승객 안전을 위한 대책도 추진할 계획인데,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2024년까지 시행하는 단기대책으로는 김포대로~개화역 구간 서울방향 750m 구간을 2차로에서 3차로로 확장하는 방안이 있다. 현재 고촌 IC 이후 서울 방향 도로 분리·합류 구간은 3차로에서 2차로로 차선이 좁아져 병목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다.
이밖에 2년 이상 소요 될 것으로 보이는 중장기 대책으로는 △간선급행버스(BRT) 도입 추진 △지하철 5호선 연장 노선 조기 확정 △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D노선) 예비타당성조사 신속 추진 등이 있다.
오 부지사는 “시행할 수 있는 대책은 즉시 추진하고, 관계기관 간 추가 협의가 필요한 대책은 내일 출범 예정인 국토교통부 주관 관계기관 TF에 적극 참여해 정책 방향을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편안한 출근길을 보장하기 위해 국토부·서울시·김포시 등 관계기관과 적극 협력하고 모든 행정 역량을 집중해 혼잡률을 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수륙양용 제친 수상버스 도입, 기존 교통수단과 ‘환승’ 여부 관건
경기도에 이어 서울시도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완화 대책의 일환으로 서울~김포 구간 수상 교통운송망 구축 방안을 내놨다. 교통정체 없는 한강 자원을 활용해 ‘수상버스(리버버스)’를 띄워 김포골드라인의 교통 혼잡도를 개선한다는 것이 골자다.
서울시는 같은날 수상운송수단인 수상버스를 서울에서 김포까지 연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과 김포는 같은 한강 생활권으로 연계성이 높아 수상버스 수송능력과 속도 등에서 효율성이 높다”며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앞서 지난 14일 김병수 김포시장이 서울시에 제안한 수륙양용버스는 물과 뭍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송능력(40인승)이나 속도(15km/h)를 고려할 때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에 부딪힌 바 있다.
시는 “물 위에서 시속 50km로 달릴 수 있는 수상버스가 수륙양용버스에 비해 속도가 빨라 이동 편의성이 좋고, 1회 수송 가능인원이 200명 내외로 가격대비 수송능력도 월등해 경제성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높다”고 전했다.
국내 도입을 앞둔 수상버스는 영국에서 지난 1999년 개통 후 2018년 기준 연간 1040만명이 이용할 만큼 상용화된 수상교통수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월 공무국외출장 중 영국 런던 템즈강에서 ‘리버버스’를 체험한 뒤 출장 직후부터 도입을 검토해왔다.
서울시는 이를 계기로 ‘서울형 수상버스’를 도입해 신곡수중보와 잠실수중보를 기점으로 행주대교 남단부터 잠실까지 10개 선착장에 걸쳐 30여km 구간을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상버스를 이용하면 행주대교 남단 선착장에서 여의도까지 20분 이내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는 “빠르면 1년 이내에 리버버스를 본격 운항하겠다”고 발표하고 “노선 등 세부시행 방안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수도권 시민 모두가 곧 서울 시민이라는 시정 철학을 갖고 광역교통 혼잡도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상버스를 이용할 경우 행주대교 등 각 선착장까지 대중교통을 또 다시 이용해야 하는데, 여기서 서울 교통망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녹색교통운동 김광일 사무처장은 “수상버스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선착장까지 지하철이나 버스로의 환승이 필연적”이라면서 “이외에도 안전사고나 기상문제 등의 위험을 감수하고 수상버스를 시민들이 이용할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시민 안전이 최우선’…김포골드라인, 역사 내 CCTV·상주 구급대 투입
김포시는 경기도·서울시와 연계한 대책 외에도 김포골드라인 역사 내 자체적인 방안 마련에도 착수했다. 이를 통해 역사 내 추가 CCTV와 혼잡도 확인용 영상장비를 구비하고 김포소방서 구급대가 출근길에 상주하게 된다.
김포시에 따르면 시는 오는 6월까지 김포골드라인 고촌역과 풍무역(김포공항 방향), 김포공항(양촌역 방향)에 승강장 혼잡도 확인용 CCTV를 추가로 설치한다. 지하철 역사에 실시간으로 승강장의 승객 혼잡도 표시기를 설치하는 곳은 김포골드라인이 처음이다.
시는 새로 추가 설치하는 CCTV를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뿐 아니라 영상장비를 통해 승객들도 승강장의 혼잡도를 미리 확인해 시민들이 다른 교통수단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김포골드라인에 도입되는 해당 영상장비는 긴급 자막 및 음성 송출 기능을 겸비해 긴급 상황 발생 시 상황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선 17일 소방당국은 평일 오전 7~9시 김포골드라인 고촌역에 구급차 1대와 구급대원 3명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고촌역과 550m 떨어진 김포소방서 고촌 119안전센터에도 김포소방서장이 총괄 지휘하는 신속 대응센터를 마련했다.
역사에 배치된 구급대원들은 승강장 등지를 돌면서 현장을 순찰하고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초기 대응을 하게 된다.
출근시간대 고촌역 근무를 맡은 김포소방서 김유중 소방위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장에 나가보니 위험률이 상당히 높다”면서 “본연의 임무에 집중해 안전 사고 발생 시 현장에서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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