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공공주택사업자 종부세 완화 발표 “전월세 고통받는 서민 안정”
SH, 종부세 162억원 감면 예상되는데 임대주택 임대료 최대 5% 인상
‘주거약자와 동행’ 약속 어디로 “인상 통보만 받아…입주민 의견 무시”
서울시 “입주자 의견 수렴해 협의했다”는데…결과는 ‘한 푼도 못 깎아’

SH공사 임대주택 입주민들이 지난달 3일 진보당 서울시당, 공공임대&주거복지연합, 민달팽이유니온 등과 함께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임대료 인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SH공사 임대주택 입주민들이 지난달 3일 진보당 서울시당, 공공임대&주거복지연합, 민달팽이유니온 등과 함께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임대료 인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정부가 주거취약계층인 공공임대 임차인들의 부담을 경감하고자 공공임대사업자 종부세 완화를 추진하겠다 밝혔지만 정작 SH공사는 올해 임대주택 임대료를 최대 5%까지 인상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종부세 감면 명분에 주거약자를 이용만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SH공사는 이달초 무렵 임대주택임대료조정위원회(이하 임대료조정위)를 열고 SH공사 임대주택 임대료를 최대 5% 인상하는 안을 확정했다. SH공사는 지난 20일 임차인 대표들을 불러 설명회를 열고 이를 통보했다.

앞서 SH공사는 지난해 12월 공공임대주택에 부과된 보유세 면제를 건의한 바 있다. SH공사는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보유한 공공주택사업자에게 일반 다주택자와 동일한 보유세를 중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SH공사에 부과된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는 지난 2020년 395억원에서 2021년 705억원(재산세 320억원, 종부세 385억원)으로 1.8배 올랐다. 재산세 부담이 늘어난 이유는 2011년 이전 공공임대주택은 지방공사의 목적사업으로 재산세가 면제됐지만 지방세특례제한법 제정 이후 점차 지방세 감면율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또, 종부세법 개정으로 다주택자 종부세 최고세율이 증가한데다 주택가격 상승이 겹치며 상승폭이 커졌다.

SH공사 김현동 사장도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공임대주택은 임대료 책정 등 재산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없다. 그런데도 공공임대주택 사업자를 일반 다주택자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SH공사는 지난 10년간 임대료를 동결해왔지만 세금을 깎아주지 않는다면 인상이 불가피하다”라며 “결국 부담이 공공임대주택 거주자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을 보유한 자가 납부해야할 재산세 부담이 엉뚱하게 주거취약계층인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사장은 “그동안 납부한 종부세는 위헌 소송을 해서 돌려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국민을 위한 주거복지 자산인 공공임대주택의 보유세를 면제해 더 많은 주거취약계층이 양질의 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정부는 그 다음달인 지난 1월 26일 공공주택사업자 등 법인에 대한 종부세 완화 대책을 내놓았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전월세 부담으로 서민 생활고가 가중되면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SH공사 등 공공주택사업자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공공주택사업자에 대해 세율인하, 합산배제 확대로 종부세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올해분 종부세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라며 “최근 전월세 부담으로 고통을 겪는 임차인 부담이 경감돼 서민 주거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SH공사에 대한 종부세 완화의 목적이 임차인 부담 경감에 있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에 SH공사는 다음날인 1월 27일 “정부가 발표한 종부세재 개편 계획에 따른 종부세 감면액 전액을 ‘주거약자와의 동행’ 예산으로 사용한다”고 화답했다. SH공사는 이번 종부세 개편 계획에 따라 올해 납부할 공공임대주택 종부세가 지난해 대비 162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며 이를 주거 취약계층 지원 예산으로 사용하겠다고 전했다.

서울시 송파구 위례포레샤인 23단지에 임차인 대표회의에서 내건 임대료 인상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투데이신문
서울시 송파구 위례포레샤인 23단지에 임차인 대표회의에서 내건 임대료 인상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투데이신문

그러나 SH공사는 종부세 감면분 전액을 공공임대주택 유지보수 등에 쓴다고 덧붙여 이를 주거 취약계층 지원이라 볼 수 있는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SH공사는 “노후 공공임대주택 시설물 개선 등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의 품질 및 입주자 만족도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부연했다.

유지보수는 주택 소유자인 SH가 해야하는 의무이자 보유재산을 관리하는 성격에 가깝다. 또한, 정부가 밝힌 ‘전월세 부담으로 고통을 겪는 임차인 부담 경감’이라는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시와 SH공사는 올해 임대주택 거주자들의 임대료를 최대 5% 인상하는 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종부세를 깎지 않으면 임대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해서 정부가 감면안을 내놨는데도 인상 제한폭인 5%까지 임대료를 올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위례포레시안 23단지 박지선 임차인 대표회장은 “임대료를 결정하는 임대료조정위가 이달초에 열렸다고 한다. 임대주택 입주민들의 임대료조정위 참관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며 “결론은 임대료 5% 인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났다”고 고 말했다. 그는 “20일 설명회도 SH공사 임대주택 아파트 단지 전체에 연락이 간 것은 아닌 것 같았다. SH공사 관계자 얘기로는 ‘대표성이 있는 곳만 불렀다’고 한다”고 얘기했다.

박 회장은 “설명회에서 임대료 인상 반대한다고 얘기했지만 이미 결정났다는 통보만 받았다”라며 “지난 2월 임대료 인상안을 접한 뒤 계속 반대의견을 내놓았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입주민들과 제대로 된 협의과정 없는 임대료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입주민 의견을 수렴했는데 어떻게 5% 인상안이 그대로 유지되나. 인상폭조차 깎지 않는다는 것은 주거약자인 임대주택 입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처사 아니냐”고 탄식했다.

서울시와 SH공사는 결과야 어쨌든 협의절차를 거쳤으니 문제없다는 태도다. 서울시 주택정책과 임대주택관리팀 관계자는 “입주자와 협의는 공문을 통해 의견수렴을 거쳤다. 입주자 의견을 수렴해서 임대료조정위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인상안에 대해 협의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거듭 강변했다. 이 관계자는 “조례상 임대료조정위에 임차인이 참관하는 규정이 없다”고도 말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종부세 감면은 발표만 나왔다. 아마 오는 연말에 실제 감면이 있을 것 같다”라며 “감면액은 노후임대아파트 시설유지보수에 쓰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임대사업 적자 때문에 임대료 인상을 검토하게 됐다. LH와 비교해도 임대료가 낮은 수준이며 임대료조정위에서 검토해 결정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SH공사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사업은 매년 적자 폭이 늘어났다. SH는 2015년 공공임대주택사업에서 1014억원의 손실을 봤으며 2018년 1137억원, 2021년에는 1766억원까지 적자폭이 커졌다. 이는 보유세 부담이 2015년 201억원에서 2018년 239억원, 2021년 705억원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이 관계자는 “국민임대를 포함해 모든 유형의 임대주택에서 임대료 인상이 진행된다”고 말해 국민임대뿐 아니라 다른 유형의 임대주택도 임대료 인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장기전세는 이달 중으로 최신 시세를 조사해 반영하고 그 결과를 이달말 안내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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