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저하고 전망 개선됐지만, 실물경제·금융 전반에 남은 그림자
자동차, 항공, 조선 호조 가능성에 타 산업영역은 아직 우울해
금융 불안감 높이는 부동산PF, 주시하며 관리대응 필요 높아
주식시장 하락론에 베팅하는 기관투자자, 곱버스 대거 매수해

7일 실적 발표로 삼성전자 반도체 위기론이 한풀 꺾였다. 사진은&nbsp;<span data-cke-bookmark="1" style="display: none;">&nbsp;</span>&nbsp;지난 2021년&nbsp;삼성전자가 내놓은 전력관리반도체(PMIC, Power Management IC) 3종의 모습이다. [사진제공=삼성전자]
7일 실적 발표로 삼성전자 반도체 위기론이 한풀 꺾였다. 사진은   지난 2021년 삼성전자가 내놓은 전력관리반도체(PMIC, Power Management IC) 3종의 모습이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삼성전자 실적과 경상수지 동향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 전망에 대한 안도의 한숨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산업 각 영역에 대한 전망이나 증시 등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위험성을 간과하지 말고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여전하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상저하고’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 이동원 금융통계부장은 ‘2023년 5월 국제수지(잠정)’를 발표한 뒤 기자들에게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저점은 벗어났다”고 말했다. “(경상수지가) 회복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는 것이 이 부장의 평가다. 

정부도 올해 상저하고 흐름을 기반으로 내년에는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기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같은 날 기획재정부 방기선 제1차관은 “정부는 글로벌 복합위기 대응을 위해 총력을 다해왔으며, 최근 들어 어려웠던 경제여건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께서 실생활에서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주요 정책과제들을 최대한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경제 성장률 낮춘 정부, 문제는 반도체였는데...삼성전자, 바닥 확인한 듯

이 같은 흐름은 정부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낮추는 등 우울한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를 상쇄하기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일 정부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3%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런 전망은 지난해 12월 1.6%로 제시했던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고용과 물가 등 주요 경제지표가 선방했음에도 반도체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0.2%p 낮추는 길을 택했다는 해석이다. 6월 기준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동월보다 28% 하락하면서,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11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한 바 있다.

수출기업 관계자들은 상황 개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1000대 기업 가운데 12대 수출 주력 업종 150개 기업을 대상으로 ‘2023 하반기 수출 전망’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전년 동기 대비 10% 안팎의 수출 감소 흐름은 이제 확연히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수출이 올해 하반기에는 평균 1.3% 감소에 그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

한국무역협회 정만기 상근부회장도 최근 한 간담회에서 “지난해 하반기 수출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 반도체 수출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올 하반기에 수출 적자 폭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공인회계사들 역시 긍정적 예측을 제시한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6월 30일 내놓은 ‘공인회계사가 본 경기실사지수(CPA BSI)’를 통해 공인회계사들은 우리 경제 상황이 저점을 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가장 큰 수출 개선 걸림돌로 꼽히던 반도체의 경우 바닥을 확인했다는 안도감이 퍼지고 있다.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2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냈다.

2009년 1분기의 영업이익 5900억원 이후 14년 만에 가장 작은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 다만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 적자 규모에 대해서는 이제 축소 가능성이 점쳐진다. SK증권 한동희 연구원은 “3분기부터 메모리 재고가 빠르게 축소되면서 업황 회복을 웃도는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이 있을 것”이라고 짚었고,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D램 및 파운드리 부문의 개발 총책임자 교체의 핀셋 인사를 통해 경쟁력 제고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span data-cke-bookmark="1" style="display: none;">&nbsp;</span>하반기 조선, 자동차, 항공 등은 상대적으로 전망이 밝다는 예상이 나온다. 사진은&nbsp;1만1700TEU급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이다. [사진제공=HD한국조선해양]
 하반기 조선, 자동차, 항공 등은 상대적으로 전망이 밝다는 예상이 나온다. 사진은 1만1700TEU급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이다. [사진제공=HD한국조선해양]

자동차, 긍정적...금융과 식음료 등 많은 산업영역 전망 부정적

한편 산업 영역별로 전망을 보면 전망이 엇갈린다. 앞서 언급한  ‘공인회계사가 본 경기실사지수’ 자료에서 하반기 산업별 CPA BSI 전망을 보면 조선, 자동차만 기준선 100을 넘었다. 조선은 136, 자동차는 115였다.

섬유·의류 98, 금융 96, 식음료 95 등 대부분 산업은 현황 BSI가 100을 밑돌며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미래 전망 BSI에서도 조선 144과 자동차 109만 100을 넘겼다.

한편 한국기업평가는 조선과 함께 항공을 주목할 만한 하반기 긍정적 성장 업종으로 제시했다. 한기평의 ‘2023년 주요 산업별 정기평가 결과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는 조선업과 항공업의 등급전망을 기존 ‘중립적(상)’에서 ‘긍정적(하)’로 상향 조정했다. 2021년 이후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인 LNG선과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발주가 증가했고 항공은 리오프닝 바람을 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자동차의 경우도 마냥 좋은 건 아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권은경 실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성장세가 둔화하며 (올 하반기) 자동차 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하고 수출은 전년도 역기저 효과로 인해 2.4%로 소폭 하락할 것”이라는 진단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은 금융과 증시의 주요 화두다. [사진출처=뉴시스]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은 금융과 증시의 주요 화두다. [사진출처=뉴시스]

금융과 부동산은 불안? 증시, 하락 전망 시각 강해

문제는 금융시장과 부동산이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기초체력이 나빠진 내수와 가계부채의 발목잡기가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달 말 ‘2023년 하반기 설명회’에서 하반기 중 소폭의 달러 약세를 예상했다. 글로벌 주가 상승세 지속시 위험선호 심리가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정책금리 인상이 부각될 경우 달러 약세 기대는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증시의 경우, 낙관적 시각과 비관적 전망이 공존한다. 밸류에이션 부담과 함께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도 증시에는 악재다. 

이에 기관에서는 우리 증시의 하반기 하락에 베팅하는 일명 국내 증시 곱버스(기초기수 하락을 두 배로 추종) 상장지수펀드(ETF) 대거 매수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지난 6월 6일에서 7월 6일까지 3600억원어치가 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를 순매수했다.

왜 이런 하락 우려가 나올까. 교보증권 강민석 연구원은 “현재 금리와 유동성 흐름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성장주라도 랠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프로젝트금융(PF) 우려가 한동안 잠잠했으나 새마을금고 PF 이슈와 GS건설 부실시공 문제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점도 금융 전반에 악재가 될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3일 보고서에서 “올 들어 주식거래대금이 다소 회복됐지만 금리가 과거 대비 높아진 수준이 지속될 것이며, 최근 차액결제거래(CFD) 사태로 신용공여 한도에 CFD 익스포저를 포함하는 등 규제가 강화될 예정이다. 이는 위탁매매부문의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라고 증시 관련 배경을 풀이했다. 

부동산의 경우, 건설정책연구원은 주택 연착륙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각종 위험 요인이 병존한다고 봤다. 건정연 박선구 연구위원은 “건설시장을 둘러싼 위험요인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은 작다. 따라서 올해 건설경기 부진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안정과 부동산PF 등 금융시장 불안 해소가 선행되어야 (본격적) 회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문제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져 글로벌 흐름에 더욱 크게 휘둘리는 면이 부각되는 하반기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한국산업연합포럼 정만기 회장은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긴 하지만 산업체질의 근원적 개선과 경쟁력 강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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