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전날 “흙 무너지면 교통마비·물난리 날 것” 신고
119 상황실 “갈 만한 인력 부족, 구청 신고 하시겠냐”
국무조정실 “36명 수사의뢰…기관 별 인사조치할 것”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24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전날 119 상황실에 ‘물난리가 날 것 같다’는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국무조정실은 충북소방본부 관계자 등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28일 본보가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119 종합상황실 신고접수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5시 21분 충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미호천교 공사와 관련한 신고가 들어왔다.
녹취록에서 신고자는 “임시로 흙을 성토해(쌓아) 놨는데, 차수막(물을 막는 시설)이나 이런 것을 안 대놨다. 지금 강물이 불어서 그 성토 안 밑단을 지나고 있다”고 알렸다.
이어 “거기가 허물어지면 조치원에서 청주 가는 교통이 마비되고, 오송 일대가 다 물난리 날 것 같다”며 “상류에서 지금 비가 안 오면 괜찮아도, 비가 오면 그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시 119상황실 근무자는 “조금 위험해 보이긴 한다”면서도 “지금 출동 인력들이 다 지금 거기에(다른 신고에) 대처하고 있어서 예방 차원으로 갈 만한 인력이 없다”고 말했다.
‘어디다가 신고할지를 몰라서 관련 기관에 협조 요청을 한다’는 신고자에게 상황실은 “구청이나 이런 데 한번 전화를 해보시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신고자가 “아, 제가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답한 채 전화는 종료됐다. 신고 시점은 사고 발생 약 15시간 전이며 해당 내용은 다른 기관에 전달되지 않았다.
실제로 국무조정실이 사고 전후 사실관계를 분석한 결과 청주에는 사고 이틀 전인 13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전날인 14일 낮 12시 10분에 호우경보가 발령됐다.
국무조정실 방문규 실장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은 사고와 관련해 지난 17일~26일 열흘간 충청북도, 청주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 등을 대상으로 감찰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감찰 조사로 국무조정실은 청주시 관계자 6명과 충북소방본부 관계자 5명 등 18명을 대검에 추가로 수사 의뢰했다.
방 실장은 “호우경보와 홍수경보가 발령된 비상 상황에서 신고 등 수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여러 기관이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이러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관별로 직위해제 등 책임에 상응하는 후속 인사조치를 인사권자에게 건의하거나 지자체장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로써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수사 의뢰된 인원은 총 3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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