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가습기살균제, 폐암 유발 가능”
12년 만에 인정…구제 대상자 총 5176명
“신속심사 대상 질환 결정해야” 목소리도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가습기살균제(PHMG)가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공식 인정했다. 다만 다른 유발 요인이 있을 수 있어 개별 피해 판정 시 사례별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함께 내놓았다.
환경부는 지난 5일 ‘제36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노출에 따른 폐암 피해구제 계획을 논의하고, 폐암 사망자 1명에 대한 피해 인정을 의결했다.
지난 2017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도입된 폐 섬유화 등은 피해로 인정된 바 있지만, 폐암은 그동안 피해 인정이 보류돼 왔다.
폐암이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정받은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고려대 안산병원 가습기살균제 보건센터가 진행한 ‘가습기살균제 성분 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인산염(PHMG)에 의한 폐 질환 변화 관찰 연구’ 결과다.
실험 과정에서 연구진들은 살균제의 독성 물질에 오랜 시간 노출될수록 쥐에게서 폐 악성종양의 발생이 증가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날 위원회는 폐암 연관성 인정 외에도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던 피해자 136명의 구제급여 지급 결정 △피해는 인정받았으나 피해등급을 결정받지 못했던 피해자 등 357명에 대한 피해등급 결정 등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구제급여지급 대상자는 총 5176명(누계)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 중 폐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6명이다. 폐암피해가 인정될 경우 특별법 규정에 따라 생존 피해자는 요양급여(치료비), 요양생활수당 등이 주어지며, 사망 피해자는 특별유족조위금, 장의비 등을 지급받게 된다.
다만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사용 이후 폐암이 발병했더라도 타 유발요인이 있을 수 있어, 개별 폐암 피해 판정 시에는 사례별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해 피해자들이 구제 판정을 받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2021년 7월에도 폐암 피해자 1명이 피해를 인정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젊은 나이인 20대에 발병한 점, 비흡연자인 점 등 개별적 인과관계와 의학적 검토 절차를 거쳐 가습기살균제 외에 폐암 발병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 없어 피해를 인정받았다.
이에 대해 오랜 시간 동안 피해자들과 정부의 피해구제를 촉구해 온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환경보건시민센터 입장표명 및 폐암피해자 목소리를 듣는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신속하게 피해자 구제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개별심사로만 진행한다면 이전과 같이 폐암피해자들은 다시 수년동안 판정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며 “흡연, 고연령 등의 이유를 빌미로 불인정되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폐암을 신속심사 인정질환으로 삼아야 하며 폐암의 신속심사 인정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전문가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며 “또한 신속심사 인정기준이 마련될 때까지는 개별심사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피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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