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13일부터 전 세계 178개 공관에 22대 국회의원선거 재외선거관리위원회를 설치·운영한다고 12일 밝혔다.재외선관위는 내년 5월 10일까지 운영되며 재외투표소 투표관리 및 선거범죄 예방·단속, 선거관리사무 감독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재외선관위는 중앙선관위가 지명하는 2명 이내의 위원과 국회에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이 추천하는 각 1명, 공관의 장이 추천하는 1명으로 구성된다.중앙선관위는 전쟁·폭동 등으로 인해 주재국 정세가 불안한 ▲주아프가니스탄이슬람공화국 대사관 ▲주우크라이나 대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병원에 가면 늘 보는 장면이 있다. 환자와 가족들은 의사를 ‘의사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의사’나 ‘의사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꼭 뒤에 선생님을 붙인다.선생(先生)이란 낱말을 한자 그대로 풀면 먼저 태어난 사람이다. 여기엔 자연스럽게 두 가지 의미가 담긴다. 하나는 뭔가를 알려주고 가르치는 사람이다. 먼저 태어나 익힌 게 많은 사람은 뒤에 태어난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을 전수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지시하고 따르도록 하는 사람이다. 인간은 적대적인 자연환경에 맞서기 위해 집단을 조직하고 이를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반려견의 문제행동을 교정해 주는 TV 예능프로그램이 있다. 개통령이라 불릴 만큼 유명한 강형욱 훈련사가 의뢰인을 찾아가 원인을 짚고 해결방법을 알려준다. 최근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의뢰인이 화제가 됐다. 강 훈련사가 견종의 특성상 반려견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내보내야 한다고 무릎까지 꿇고 설득했지만, 의뢰인과 그의 어머니는 이 전문가의 제안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 이상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었으므로 방송은 그 상태로 끝이 났다. 방송이 나간 후에 소란이 일었다. 의뢰인이 과거에 반려동물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영화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는 1994년에 상영됐다. 이 영화는 안정효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주인공 명길은 그저 그런 영화 조감독. 그의 친구 병석은 어릴 때부터 수많은 헐리우드 영화의 장면들과 대사를 통째로 외우던 영화광이다. 어느 날 명길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병석으로부터 평생의 집념이 담긴 시나리오 한 편을 건네받는다.명길은 병석의 완벽한 시나리오에 탄복하고 연출을 결심한다. 그러나 영화를 찍으면서 그 시나리오가 헐리우드 영화들을 온통 짜깁기했음을 눈치 챈다. 그는 양심의 가책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아킬레스는 달리기가 무척 빨랐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이니 평범한 인간의 속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아킬레스도 거북이와 달리기 시합을 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유명한 역설이 있다.아킬레스가 거북이 보다 10배 빠르다고 가정하자. 거북이는 느리니까 100미터 앞에서 출발하도록 해준다. 경기가 시작되고 아킬레스가 100미터를 달려가는 사이 거북이는 10미터 전진해 있다. 아킬레스가 10미터를 더 달리면 다시 1미터 앞에, 1미터 더 달리면 0.1미터 앞에 거북이가 있다. 이러면 둘의 거리는 무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최근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쓴 라는 책이 떠올랐다.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느낀 감정은 당혹감이었다. 큰 꿈을 가지라는 주장이 곁들여진 대부분의 일화에는 ‘크고 좋은 걸 갖는 게 무조건 옳은 거야’ 따위의 독선이 비대한 결핍들과 함께 녹여져 있었다.가령 소소하게 카페를 차리겠다는 청년을 두고 꿈이 작다며 투덜거리는 식이었다. 당시 청년들 사이에선 전후 살아남는 게 목표였던 부모세대와 달리 평온한 삶에 대한 동경이 막 바람을 타고 있었다. 사회가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지금까지 남극에서 한국으로 이주하여 정착에 성공한 이는 단 둘 뿐이다. 둘리와 펭수. EBS의 새로운 캐릭터 펭수는 아마 2019년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둘리와 펭수는 남극 출신이란 점만 같을 뿐 배경이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일단 둘리는 자의에 의해서 한국에 온 게 아니다. 1억 몇천만년 전 원시자연에서 살던 둘리는 갑작스러운 빙하기에 냉동된다.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둘리는 현대에 이르러 빙하와 함께 한국으로 떠내려 온다. 둘리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족과 생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족을 향한 검찰 수사를 두고 몇 주째 옹호와 비난의 목소리가 사회를 가득 울리고 있다. 결국 조 전 장관은 가족의 곁에서 법정 다툼을 준비하기 위해 법무부를 사퇴했다.그의 사퇴 후에도 여전히 광화문과 서초역에선 집회가 이어지는 중이다. 국회 앞으로도 번졌다. 물론 이런 상황을 혼란과 분열로만 읽을 필요는 없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서초역 집회든, 정부를 비판하는 광화문 집회든, 시민들이 모여서 자신의 주장을 마음껏 하는 과정은 다음 세대 한국 정치의 자산이 될 것이다. 우리는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지하철 안. 다양한 성별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타고 있다.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각자 스마트폰을 보거나, 친구와 잡담을 하거나, 아니면 눈을 감고 이동한다. 자기만의 공간을 가진 사람들이 내리고 타고 내리고 탄다.지하철이 서초역에 섰다. 청년들과 장년들, 성인과 청소년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내린다. 직전의 방배역까지는 내리는 이들이 드문드문했다. 전동차의 문을 나서는 그들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지만, 서로의 행선지를 확인했다는 듯 간간이 시선을 마주친다.9월 28일 저녁의 서초역 개찰구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오랫동안 답을 찾지 못했던 의문이 있었다. 일제와 도저히 상대가 안 되던 100년 전 상황에서 3.1운동과 임시정부 그리고 광복군의 항일투쟁은 어떤 의미인가.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쟁취하지 못한 독립에 그 저항들은 과연 어떤 가치를 지니는가.한없이 무력하여 무의미해 보이기까지 했던 활동들을 왜 높이 사야 하는지, 그 해답의 증거들을 요즘들어 잘 보고 있다.인간에게 생존은 가장 큰 이익이다. 둘 이상의 사람이 생존을 위해 뭉치면 본질적으론 이익공동체다. 살고자 운명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운명공동체이기도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세계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은 오래전부터 태평양에서의 전략적 목적을 위해 ‘태평양 사령부’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1년 전인 2018년 6월에 태평양사령부의 이름이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바뀌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 전 해인 2017년 아시아 순방 때부터 인도-태평양이라는 개념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었다. 이는 이전까지의 아시아-태평양이라는 환태평양 개념에서 좀 더 아시아 대륙을 깊숙이 감싸고 들어간다.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공간 중에 말라카 해협이 있다. 태국, 말레이시아,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6월 25일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으로부터 69년이 지났다. 웬만한 한 사람의 인생이 흘러간 시간이다.나의 할아버지는 일제의 한반도 강점 전에 태어나 일제시대에 청년기를 보내신 분이었다. 재가하신 증조모로 인해 평탄치 않게 자라난 분이셨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집성촌으로 이루어진 마을의 어른들은 젊은 남자들을 멀리 남쪽으로 피신시켰다. 인민군이 젊은 남자를 보면 죄다 죽이거나 끌고 간다는 소문이 들렸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별 생각 없이 있다가 가족을 챙기고 말고 할 것 없이 황망하게 홀로
아이들 싸움의 승패는 단순하다. 먼저 우는 쪽이 지는 거다. 상대를 울리는 게 이기는 거라는 신념은 일종의 규칙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상대의 마음에 상처 주는 방법을 쓴다. 태어나 좀 살아보니 알겠는 거다. 괴로움을 선물하면 상대가 운다는 사실을. 그리고 학습한다. 감정을 요리하는 게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첫째, 안 좋은 별명을 붙인다. 들으면 기분 나빠 할 온갖 것들로 부른다. ‘바보야!’나 ‘멍청이야!’는 순수한 축에 든다. 사람들이 꺼리는 동물이나 냄새나고 더러운 것들의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아니면 듣는 순간 왠지 모욕적일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동네에 있는 아파트 단지 옆을 걸었다. 인도와 아파트 단지의 경계를 따라 얕은 잔디 둔덕이 길게 나 있다. 둔덕은 여러 나무와 식물들로 아름답게 장식돼 있다.잔디 위의 풀과 꽃들을 보며 길을 걷는데 웬 팻말이 달린 말뚝 하나가 리듬을 깨고 툭 꽂혀 있다. 팻말에는 “이곳은 길이 아닙니다.”라고 큼지막하게 써 있다. 아닌 게 아니라 팻말 아래에는 인도와 아파트 사이를 잇기라도 하듯 좁은 길이 나 있다. 아파트 단지에서 만든 팻말인 줄 알았는데 구청이름이 박혀 있다.녹색 잔디 위에 황색 맨흙이 슥 그어져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인류의 미래를 위해 우주를 항해하는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가르강튀아라는 블랙홀이 나온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가르강튀아 블랙홀 근처에 있는 밀러 행성에 잠시 다녀온다.널리 알려진 대로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강해서 한번 빨려 들어가면 빛조차도 다시 돌아 나올 수 없다. 밀러 행성은 그 경계인 사건의 지평선 밖에 있긴 하지만 블랙홀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모선으로부터 작은 우주선을 타고 밀러행성에 간 주인공은 두어 시간 정도 있다가 돌아온다.주인공이 모선에 귀환했을 때, 그를 기다리던 동료는 흰머리와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고등학교 친구에겐 아파트가 두 채 있다. 한 곳에선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고 다른 한 곳은 세를 주었다. 두 채를 합해 25억원 정도 된다. 그러나 그 친구는 고등학교 때부터 이재에 밝다거나, 세상 돌아가는 일에 남다른 촉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녀석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둔한 거 너도 잘 알지 않냐. 그런데 변두리에 아파트 하나 마련했더니 가만히 있어도 집값이 오르더라. 시세차익 노리며 찾아다닌 것도 아닌데 이사 갈 때마다 올랐다. 부동산만이 유일하게 큰돈을 벌게 해주더라. 내가 그걸 20대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대중은 연예인에게 엄격하다. 도덕적 잣대의 기준이 웬만한 장관급 인사 청문회 수준이다. 아니, 언론에 항상 노출돼 있는 그들의 삶을 볼 때 어쩌면 연예인은 정치인보다 혹독한 환경에 놓여있는지도 모르겠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엄혹함은 주로 스타 연예인들에게 집중된다. 그들은 대중적인 명성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다.오늘날 경제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과거엔 왕족이나 하다못해 귀족 쯤은 돼야 누렸을 법한 이익들을 얻는다. 날 때부터 귀한 몸이거나 폭력으로 쟁취하지 않으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남자고등학교를 다녔다. 혈기왕성한 오십여명의 남자 아이들이 한 반에 있었다. 그 시기의 또래들은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몰려다니며 작은 집단을 이루기를 즐긴다. 내게도 자주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이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이름보단 짓궂은 별명으로 자주 불렀다. 물론 상대에 대한 짓궂은 마음은 일종의 친밀감 표시이거나 동류의식을 공유하려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약점이나 주눅들어 하는 부분을 굳이 상기시키는 건 어떤 이유로든 불쾌한 일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짙은 쌍꺼풀과 두툼한 입술과 곱슬머리가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일제가 남긴 조선총독부 건물은 1995년에 해체가 시작되었다. 해체 전까지 중앙청, 정부청사, 국립 중앙박물관 등으로 계속해서 이름과 쓸모가 바뀌었다. 그 곳이 국립 중앙박물관이던 시절에 몇 차례 간 적이 있다. 묘한 상황이라 생각했다. 하필 점령국의 위세를 떨치려 지은 의도가 명백한 건물에서 피식민지였던 나라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문화재와 유물을 전시하는 모순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서울에서도 가장 의미가 깊은 자리에 일제가 지은 건물을 그냥 두고 있다는 건 여러모로 당시 국민일반의 정서와 맞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하루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스마트폰을 충전 케이블에 연결하는 일이다. 보조 배터리는 귀찮아서 가지고 다니지 않다 보니 저녁 즈음엔 배터리 잔량이 간당간당하다. 아니다. 생각해 보니 집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거실 형광등을 켜는 일이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충전한다. 이어서 샤워를 한다. 뜨거운 물을 틀면 보일러가 가동되는 소리가 들린다. 샤워를 하고 나오면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 둔 뒤 전원을 연결하고 부팅 시킨다. 노트북은 와이파이를 잡아 인터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