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2023] 건보공단 ‘건강보험 환자수 현황’
지난해 흡연·음주 여성 환자 409.9%·52% 증가
금연 관련 교육 예산 삭감…금주 사업은 폐지
“평생 건강 좌우돼…실태 파악해 적극 나서야”

서울 소재 모 고등학교에서 여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소재 모 고등학교에서 여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최근 2년간 흡연 관련 질병으로 진료받은 10대 이하 여성이 4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음주 관련 질병으로 진료받은 경우도 52%나 급증했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령별 성별 흡연 및 음주로 인한 건강보험 환자수 현황’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한 질병의 10대 이하 여성 환자수는 지난 2020년 1449명에서 지난해 7389명으로 폭증하며 무려 409.9%의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동안 음주로 인한 질병의 10대 이하 여성 환자수도 4595명에서 6986명으로 늘어나 증가율 52%로 파악됐다.

10대 이하 남성의 경우는 흡연 관련 질병 환자수가 지난 2020년 1666명에서 지난해 2112명으로 26.8% 증가해 10대 이하 여성과 비교해 소폭 늘었다. 음주 관련 질병 환자수는 오히려 21% 감소해 지난 2020년 3289명에서 지난해 2597명으로 집계됐다.

성비를 비교해 보면, 지난 2020년 흡연 관련 질병 환자수에서 10대 이하 남성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3년 동안 흡연·음주 관련 질병을 통틀어 10대 여성 환자수가 10대 남성 환자수에 비해 많은 수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10대 이하 흡연 관련 질병 환자수 성비는 남성 53.5%, 여성 46.5%였던 것에서 여성 비율이 급격히 높아져 지난해에는 남성 22.2%, 여성 77.8%로 나타났다. 10대 이하 음주 관련 질병 환자수 역시 여성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 2020년 남성 41.7%, 여성 58.3%에서 지난해 남성 27.1%, 여성 72.9%으로 확인됐다. 

이에 한 의원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여성 환자의 성비가 높은 것이 흡연·음주 관련 질병이라며 보다 시급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대 이하 성별 흡연 및 음주로 인한 건강보험 환자수 현황.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
10대 이하 성별 흡연 및 음주로 인한 건강보험 환자수 현황.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

그러나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청소년의 흡연·음주 행태는 이러한 통계와는 다른 수치였다. 질병관리청이 시행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파악된 청소년의 흡연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남학생은 6.2%, 여학생은 2.7%이며, 음주율도 남학생 15.0%, 여학생 10.9%으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흡연과 음주에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여학생의 흡연율은 지난 2020년과 2022년 모두 2.7%, 남학생의 음주율은 지난 2020년 12.1%에서 지난해 15.0%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흡연·음주 관련 질병 10대 이하 환자수 양상과는 전혀 다른 추이였다. 

청소년 흡연·음주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반면, 금연·금주 관련 교육 예산은 윤석열 정부에 들어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연도별 청소년 금연정책 관련 교육 예산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03억1500만원이었던 학교흡연예방사업 예산은 지난해 221억3800만원까지 해마다 증액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예산을 작성한 올해에는 예산이 동결됐으며, 현재 국회에 제출된 내년 예산안에서는 183억4500만원으로 삭감됐다.

청소년 금주 관련 교육 예산은 더 심각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연도별 청소년 금주정책 관련 교육 예산 현황’에 따르면, 청소년 금주교육 관련 예산은 지난 3년간 4200만원으로 동결됐다.

그러나 국회에 제출된 내년 예산안에서는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기존에 진행하던 청소년 대상 금주교육 관련 사업들은 폐지하고 전 국민 대상 금주홍보사업만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에 한 의원은 “정부가 청소년의 흡연과 음주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흡연·음주 관련 질병으로 병원을 찾는 청소년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지금 행태를 정확히 파악한 후에 원인 규명과 대책 수립을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흡연·음주를 시작하는 연령에 따라 평생 건강이 크게 좌우될 수 있는 만큼, 금연·금주 교육 예산은 삭감이 아닌 증액이 필요하다”며 “윤석열 정부는 예산 삭감을 철회하고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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