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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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여야 10대 총선 공약을 보면 ‘살만한 세상이 만들어지겠다’는 부푼 꿈을 갖게 된다.

총선 때마다 내 집 앞에 지하철을 만들겠다, 복합문화시설을 짓겠다, 재개발을 하겠다는 등 지역 현안부터 아이를 낳으면 돈을 주겠다,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겠다,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는 정책까지 나온다.

하지만 공약(公約)이 공약(空約) 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정치인들의 말에는 좀처럼 신뢰가 가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21대 국회의원들의 공약 이행율은 51.83%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난 1월 31일 지역구 국회의원 251명(지난해 12월말 기준)을 대상으로 공약 이행도와 의정활동 평가를 실시한 결과, 공약 완료율은 절반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수치상으로는 지난 세 번의 국회(20대 46.80%, 19대 51.24%, 18대 35.16%)보다 높지만 ‘일하는 국회’를 선언하고 출범한 21대 국회인만큼 절반의 공약 완료율은 입법부 본연의 역할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선거 공약 당시와 상황이 달라지거나, 오히려 국민이 반대하는 경우가 있기에 모든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많은 정치인이 공직선거법 제 66조의 악용, 즉 국회의원들은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과 달리 선거 공약의 재원 조달 방안을 기재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 기대는 건 문제다. 어떻게 이행할지, 소요 기한 등에 대해 구체적 제시도 없이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공복이 되겠다고 나서는 것은 출발점부터 보여주기식 공약이 나올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여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팬덤 정치와 진영 논리만 정치에서 그나마 확실한 카드 대접을 받으며 부각되는 게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공약에 대한 중간 점검을 강제하거나 일 안 하는 국회의원에게 패널티를 묻는 법안이 만들어져야 일하는 국회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 명확하다.

선거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첫 단추다. 선거를 통해 내 생각에 좋은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만으로 유권자의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표자가 국민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도 알고 평가해야 한다. 극단의 정치, 혐오의 정치, 막말과 궤변이 가득한 진영 의식에 갇혀 옥석 구분 없이 뽑는 선거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갈등과 분열의 피해는 온전히 국민 몫이기 때문이다.

여야가 내놓은 이번 총선에 내놓은 어젠다는 비슷하다. 그래서 엇비슷한 공약이 나오고 있다. 공약보다는 핵심 지지층 입맛에 맞는 발언만 하거나 원색적인 막말, 네거티브 설전에만 몰두하고 있다. 공약을 제대로 수립하고 실천하는지 법적 강제성이 없더라도, 유권자부터 차별성 없이 보여주기식 공약을 발표한 것인지, 실제 이행될 수 있는지, 재원은 있는지 면밀히 평가 후 투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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