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유류세 인하 등 2개월 추가 연장”
중동 상황 예의주시…‘호르무즈 해협’ 분수령 전망

1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1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로 중동 정세가 더욱 불안해지며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있다. 정부와 관련업계는 당장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란·이스라엘 간 군사적 충돌로 국제유가에 민감한 국내 산업에 미칠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정유업계는 유가 상승으로 수요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으며 석유화학업계는 침체된 시장에 ‘엎친데 덮친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약 300여기의 드론과 미사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했다.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데 따른 보복 차원으로 진행됐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회의를 주재하며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정부는 불안정한 중동 정세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국제유가와 환율 움직임에 따른 파급 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14일 긴급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급 및 가격, 수출입 및 공급망 등을 점검하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산업부는 현재까지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원유 LNG 도입에 차질이 없는 상황이며 중동 인근에서 항해 또는 선적 중인 유조선 및 LNG 운반선도 정상 운항 중이다. 난연재로 쓰이는 브롬 등 일부 중동 고의존 석유화학제품도 국내 생산 및 대체 수입이 가능해 국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최남호 2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각 분야별 비상대응팀을 가동해 일일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최 2차관은 “상황 전개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5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해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라며 “현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CNG 유가연동보조금을 6월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에 편승한 가격 인상이 없도록 현장점검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제유가 동향을 보면 지난주 두바이유는 배럴당 90.6달러로 전주와 비교해 1.2달러 상승하는 등 오르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중동 상황이 악화되면 배럴당 100달러 이상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등 추가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사태가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중동지역에서 지정학적 불안이 발생하면 반사적인 가격 급등이 있다”면서 “아직 사태 초기라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 아직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 언급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우리나라처럼 원유를 도입하는 경우에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원가 경쟁력 저하 등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고유가로 인해 수요가 위축되면 결국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선 석유시장을 긴밀하게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공급과잉으로 긴 침체를 겪고 있는 석유화학업계도 일단 사태 추이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현재 공급과잉이 심각해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원료 가격이 바로 반영되기 어려워 채산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비축물량도 있고 국내 내수도 있기에 원료 수급에는 아직 문제가 없다”라며 “호르무즈 해협만 정상적으로 운항할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