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론 뇌관…‘4월 위기설’이 ‘5월 위기설’로
금융당국, 다음달 부동산 PF 정상화 발표 윤곽
“부실 정리로 땅값 낮아진 뒤 다시 사업해야”

지난달 21일 서울시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서 부동산PF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 건설업계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달 21일 서울시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서 부동산PF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 건설업계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부동산PF 부실로 인한 건설경기 침체가 심화되는 가운데, 개별 PF 사업장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리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건설업 4월 위기설에 이어 5월 위기설도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다음달경 부동산 PF 정상화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내용은 정상 사업장과 부실 사업장을 구분해 사업 재구조화를 추진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불룸버그통신은 지난 23일(현지 시각) PF 등 부동산 대출 부실 우려가 높아지며 그림자 금융 분야에서 약한 고리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당국이 1990년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 급락에 따른 대출 부실과 경제 타격이 심해지면 대응 여력이 부족할 것으로 진단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은행권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926조원으로 10년 전보다 4.2배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은 6.55%로 2022년 대비 3.14%p 상승해 12년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으며 올해 1분기 연체율은 지난해 말보다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들은 문제 있는 PF 부채 규모를 111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2일 부동산PF 손실인식 현황과 추가손실 전망 세미나에서 “부동산PF 문제가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브릿지론 금리 부담과 더불어 공사비가 크게 상승해 브릿지론 단계에 있는 상당수 사업장의 사업성이 하락한 상태다. 따라서 브릿지론을 중심으로 부동산PF 관련 손실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또, “문제를 덮어서는 안 된다는 목표와 금융시장의 충격 강도를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브릿지론은 시행사들이 사업 초기 자금을 융통한 단기 차입금으로 착공해야 본 PF 대출로 넘어가게 된다. 대개 시공사들은 수주과정에서 브릿지론 보증을 제공하고 본 PF로 전환할 때 책임준공 약정을 맺는다. 그러나 부동산경기 침체로 상당수 현장의 사업이 지연되며 시공사인 건설사들의 PF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지난달 27일 “자금조달 여건이 보다 경색되는 스트레스 상황을 전제할 경우 A-~BBB- 등급 내 일부 건설사는 올해 발생할 수 있는 자금소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의 유동성 및 자구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신평은 “분양시장 침체는 건설사들이 직면한 리스크의 근본 원인”이라며 “위축된 수요와 확대된 입주물량 등을 감안할 때 분양시장이 올해 내에 큰 폭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미분양 주택은 총 6만4874호로 전월 대비 1.8%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1만1867호로 전월 대비 4.4% 증가했다. 이는 통계상 수치일 뿐, 분양을 연기하고 대기중인 물량을 감안하면 미분양 물량 해소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부도 건설사 수는 9곳이며 1분기 폐업신고 건수는 998건(종합 134건, 전문 864건)에 달하고 있다. 특히 중소·전문건설업체부터 경영위기를 견디지 못하는 모습이다.

총선 이후 유동성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를 점친 ‘4월 위기설’은 ‘5월 위기설’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위기설을 일축하며 PF 관련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부실 PF 사업장을 정리하는 ‘옥석 가리기’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에 의하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2일 저축은행이 토지담보대출이 투입된 사업장을 경매 혹은 공매할 시 낙찰자에게 경락잔금대출을 시행할 때 신용공여 한도를 준수하도록 한 요건을 연말까지 완화하는 내용의 비조치 의견서를 발급했다. 시장에서는 부실 PF 구조조정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기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 내용은 신규 자금 지원보다 부실 PF 사업장을 구분해 정리하는 방안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건설경기가 회복되려면 분양시장이 회복돼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시기조차 섣불리 장담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임재만 교수는 “분양이 안되는 상황에서 부실 PF 사업장은 별다른 방안이 없다. 조기에 정리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임 교수는 “건설업 위기의 핵심은 공사물량이 없다는 점”이라며 “옥석 가리기를 통해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면 땅값이 낮아질 수 있다. 조기에 정리하고 다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땅값이 낮아져 분양가가 내려가면 사업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현재 분양가는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공사비가 오르며 분양가를 좀체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땅값이 낮아져야 건설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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