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편하게 하시고 싶은 말씀하시라”
李, ‘채 해병·이태원·김건희’ 작심발언
전국민 25만원 지급·‘가족 의혹’ 정리
尹, “야당 파트너 인정” 요구에 끄덕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첫 영수회담을 가졌다. 윤 정부 출범 720일 만이다. 회담은 2시간 10분여 만에 종료됐다.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편하게 하시고 싶은 말씀하시라”고 말했고, 이 대표는 “채 해병 특검법이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4분경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통령 집무실에서 만나 의제 없이 차담 형식으로 130분간 회담했다. 이번 만남은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이 대표에게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

이날 회담에서 두 사람은 각각 모두발언을 하고 비공개로 민생 현안을 포함한 국정 전반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맞이하는 인사말로 모두발언을 대신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에 오셔서 여러가지 얘기를 나누게 돼 반갑고 기쁘다. 편하게 여러 가지 하시고 싶은 말씀하시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며 해병대 채상병 사건 외압의혹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은 물론 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한 유감표명 등을 촉구하며 15분에 걸쳐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의제에서 빠질 것으로 예상됐던 김건희 여사 특검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면서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이 대표는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한 수용도 촉구했다. 사실상 야당으로서 제기할 수 있는 대부분의 현안을 영수회담 의제로 올렸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먼저, “저의 입을 빌린 국민들의 뜻”이라며 “국민들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건 대통령님도 절감하실 것이다.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2년은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면서 “대통령께서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 주시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고, 또 정중하게 요청드리는 바”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이 대표는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도 말씀했던 R&D(연구개발) 예산 복원도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가능하면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이 있다면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추경 논의를 본격화하자고 제안했다.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시민들이 영수회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시민들이 영수회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의정 갈등 장기화 문제와 관련해선 국회 공론화 특위를 띄워 의료계와 여야가 함께 풀어갈 것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민주당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달째 이어진 의정 갈등 때문에 의료현장이 혼란을 겪고, 우리 국민들께서도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그리고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공공·필수·지역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서 대화와 조정을 통한 신속한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금개혁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정부, 여당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개혁안 처리에 나서도록 독려해 주시기를 바라고,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 대외정책에 관해 “대일관계 문제에서 국민의 자긍심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노력해 달라”며 “독도와 과거사, 핵오염수 같은 대(對)일 관계 문제에서 국민의 자긍심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남북관계에 관해서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또한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강력한 안보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하고 계신 것을 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화와 협력에도 조금 더 관심 가져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입법부와 행정부는 견제와 균형 속에 국정을 함께 이루는 수레의 두 바퀴”라며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고 하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민생회복지원금 수용을 촉구했다.

그는 “발목잡기가 아니라 선의 경쟁으로 국민에게 편안함과 희망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며 “상대를 죽이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시고 더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화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모두발언을 들은 뒤 “좋은 말씀 감사하고, 또 평소에 우리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저희가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엔 대통령실의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고 민주당에선 천준호 대표비서실장,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자리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오후 2시 4분부터 4시14분까지 130분간 회담했다. 공개 모두발언을 제외하면 비공개 회담 시간은 112분가량이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자 회담 결과 브리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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