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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독서를 통해 인생의 갈피를 찾고 싶은 청년들이 독서모임 ‘청년살롱 북갈피’에 모였다. 투데이신문 청년플러스 독서모임 ‘북갈피’는 청년과 여러 분야의 책들을 읽고 소통하며 풍부한 인사이트를 얻고자 개설됐다. 북갈피의 두 번째 책은 양귀자 저자의 <모순>이다. 책을 읽은 청년들이 서로 어떠한 생각을 나눴는지 지금부터 소개한다. 다만, 자유로운 토의를 위해 실명 대신 가명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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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 저자의 ‘모순’ 책 표지 [자료제공=쓰다/그래픽=투데이신문]

내 인생의 볼륨이 이토록이나 빈약하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절망한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 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이 없다는 것이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_ <모순>中

새로운 한 해가 열리는 연초면 서점 베스트셀러 반열에 빠짐없이 오르는 서적이 있다. 바로 양귀자의 장편소설 <모순>이다. 이 책은 25세 청년 ‘안진진’을 통해 청춘에 대한 흔하고 지난한 고찰을 이어가는 줄거리로 이뤄졌다.

가족과 사랑, 현실과 사랑, 진실과 사랑. 명징하지만 선뜻 고를 수 없이 대비되는 두 대상 사이에 갈팡질팡하며 독자들은 어느 순간 소설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저자는 작가 노트에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해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전적 정의에 만족하지 말고 그 반대어도 함께 들여다볼 일이다. 행복의 이면에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에 행복이 있다”고 전한다.

1998년 초판 발간 이후 132쇄를 거친 <모순>이 2024년의 청년들에게 남다른 인기를 자랑하는 까닭은 시대를 막론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통찰 덕분이다.

저자 양귀자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천년의 사랑>, <모순> 등 베스트셀러를 다수 보유한 작가로, 섬세한 심리 묘사와 잘 읽히면서도 통찰력 깃든 문장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곱 명의 청년들은 독서 후 “현실과 사랑에 대한 날카로운 묘사가 돋보인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하게 만든다”, “삶을 능동적으로 살 동기가 돼 주는 책” 등의 평가를 남겼다. 한편, 책의 말미에 등장하는 반전에 놀라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다수 존재했다.

‘안진진’과 동세대 청년들이 감상한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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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에 대한 하이디(24·여), 마틴(24·남), 토마스(24·남)의 감상 ⓒ투데이신문

하이디(24·여)는 <모순> 속 대비되는 개념에 주목했다. 이모와 어머니, 나영규와 김장우, 현실과 몽상 같은 것이 그러하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사랑 이야기지만 작가의 인생을 담은 통찰과, 사랑과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묘사력이 이 소설을 가장 돋보이게 만드는 장치”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너무 사랑해서 진실된 나를 속이게 되는 그 마음을 나 역시 알기 때문에 굉장히 몰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마틴(24·남)은 <모순>의 독서 경험이 즐거웠던 이유 중 하나로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데 각자의 삶을 경험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나와 본인만의 이야기를 하고 본인의 가치관을 보여주기 때문”이라며 <모순>이 지닌 폭넓은 관점을 높게 평했다.

이어 “소설<모순>에서 멀리서 봤을 때, 어떤 이의 삶을 행복하고 어떤 이의 삶은 불행하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어떤 삶이든) 가까이서 봤을 때는 단순히 그렇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뒤이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무엇을 지향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라고 총평했다.

토마스(24·남)는 “처음에는 제목이 왜 모순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까닭을 알게 되는 매우 좋은 소설이었다”면서, “사람은 모순적인 점이 있어서 완벽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라는 말을 남겼다.

‘모순’에 대한 영(19·남), 이브(23·여), 유미(24·여), 에일린 (24·여)의 감상 ⓒ투데이신문
‘모순’에 대한 영(19·남), 이브(23·여), 유미(24·여), 에일린 (24·여)의 감상 ⓒ투데이신문

영(19·남)은 “안진진의 선택이 옳거나 틀렸거나 하는 건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책 속에서 그녀는 선택을 한다는 결심을 했고, 그 결심에 맞게 선택을 했으니 곧 그 선택이 정답이라 생각한다. 모순 속 유일한 해답은 선택”이라며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브(23·여)는 “행복하게만 살아간다고 느껴졌던 이모의 자살은 대단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면서, 나영규를 결혼 상대로 결정한 안진진의 선택에 대해 “소설 속 반전은 어쩌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인생사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보여지는 것과 다른 모순적인 삶을 살고 있기에 ‘사람 일은 정말 몰라’라는 말이 괜히 존재하는 것도 아니라고 느꼈다”고 감상했다.

유미(24·여)는 “주인공과 같은 25살, 내 인생은 무엇인지 탐구하던 날, 모순을 읽게 되었다”면서 “다양한 시점에서,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게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연상케 했다. 이모의 죽음은 정말이지 충격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으로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다’를 꼽았다.

더불어 자신이라면 김장우와 나영규 중 김장우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험과 안전 사이, 앞으로 제대로 된 사랑을 찾고 싶다”고 소망했다.

에일린(24·여)는 소설 속 여성주의적 관점에 주목하며, “뻔한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작가 특유의 개성을 담아내며 흥미롭게 묘사한 책”이라고 평했다. 또한, “2024년을 기준으로 하면 또 다른 전개도 가능할 것 같아 흥미로웠다. 우리가 살면서 놓쳤던 부분들을 무덤덤하게 꼬집는 문장도 좋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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