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비동의 강간죄 도입’ 지시도
여가부 “폐지, 양성평등 정책 효율적 추진 위한 것”

지난 2022년 10월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가족부 장과의 여성단체 간담회를 끝낸 당시 주요 여성단체 대표들이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UN(국제연합)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이하 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을 철회하고, 즉각 여가부 장관을 임명할 것을 권고했다.

5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에 따르면 위원회는 지난 3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한국의 전반적인 여성 차별 실태에 대한 우려사항, 긍정적인 면, 개선 방안에 대한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s)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지난 1979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여성차별철폐협약이 원활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감독하는 기구다. 한국은 지난 1984년 12월 협약에 가입(지난 1985년 1월 발효)한 후, 지난달까지 총 9차례 심의를 받았다.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여성 관련 정책을 맡은 유관 부처로 구성된 우리 정부 대표단은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제9차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대한민국 국가 보고서 심의에 참여한 바 있다.

이날 위원회는 대한민국 국가보고서 심의 최종 견해를 통해 “정부조직법 개정안 제15525호의 여성가족부 폐지를 우려스럽게 지적한다”며 “여성가족부 폐지 조항을 철회하고, 즉각 부처 장관을 임명하는 한편, 어떤 형태의 조직 개편에서든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은 앞서 여성가족부의 역할과 자원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위원회의 최종 견해에서 퇴보하는 움직임이 될 수 있다”며 “여성 발전을 위한 국가 계획을 세울 때 여성단체의 참여가 제한적인 부분도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여성가족부의 인적, 기술적, 재정적 자원을 대폭 늘리고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 밖에도 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및 구체적인 입법의 타임라인 설정 △여성가족부의 인적·기술적·재정적 자원 대폭 확대 및 직원 역량강화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배우자 강간 및 모든 비동의 강간을 포괄해 동의 여부로 강간을 정의하도록 형법 개정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생존자에 대한 완전하고 효과적인 구제 및 배상 등을 주문하면서 이행 상황을 2년 이내로 추가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부처 폐지의 취지는 양성평등 정책을 더욱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유엔이 꼬집은 ‘개정안 제15525호’는 정부가 추진하는 여성가족부 폐지 법안이 아니라며 사실과 어긋났다고 반박한 상태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자, CEDAW 제9차 한국정부 심의 대응 관련 26개 여성·시민사회단체 및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위원회의 최종견해를 환영하며 한국 정부가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정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네트워크는 “현 정부 취임 이후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 등을 비롯한 심각한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퇴행과 관련 예산 삭감, 여성 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의 실종, 한국 사회의 안티페미니즘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위원회가 발표한 이번 최종견해는 현재 한국 정부가 한국사회의 심각한 여성차별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성평등 정책 전반의 큰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권고 전반에서 상기하고 관련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 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위원회의 최종견해를 환영하며, 한국 정부가 최종견해에 담긴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정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며 “특히 권고 이행을 위해 성평등 정책을 총괄·조정해야 할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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