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중구 부림빌딩에 위치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 등 유가족들이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을 제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16일 서울 중구 부림빌딩에 위치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 등 유가족들이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을 제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서울광장에 설치됐던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가 설치 499일 만에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했다. 유가족들은 앞으로 진상규명에 더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17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전날 중구 을지로 1가 부림빌딩 1층에 ‘별들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합동 분향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유가족들은 서울시청 분향소에서 운영 종료식을 진행한 뒤 분향소에 있던 희생자의 영정 사진을 든 채 별들의 집으로 행진했다.

이전 이유에 대해 협의회는 “1년 6개월의 싸움 끝에 지난달 21일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공포되고 현재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과정에 있는 상황에서, 진상규명 과정에 보다 집중하고자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임시 기억·소통 공간’으로 합의한 공간은 유가족들은 물론 시민들이 찾아오기에 편리한 곳이란 점이 주요한 판단의 기준이 됐다”며 “또한 해당 공간은 분향소가 아니라 참사의 아픔과 희생에 대해 기억하고, 유가족 간 위로와 치유, 소통의 공간이자 시민들을 만나고 연대하는 공간으로도 조성·운영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위원장은 별들의 집 개소식에서 “끝맺음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우리의 투쟁을 시작하고자 한다”며 “우리 아이들을 잃고 만났던 그 순간을 항상 기억하면서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위해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별들의 집’은 오는 11월 2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이후 유가족 측과 서울시는 새로운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별들의 집이 위치한 부림빌딩은 시가 1∼2층을 기부채납 받아 소유 중인 건물로, 올해 말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곳이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16일 서울 중구 부림빌딩 내 임시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16일 서울 중구 부림빌딩 내 임시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시 오세훈 시장은 이전을 앞두고 사전 행사가 개최된 서울광장 분향소를 찾아 “가족을 잃은 참담한 심정은 여전히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안정적인 공간에서 희생자 추모와 유가족 간 소통을 이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한 서울시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추모이자 가장 깊은 위로라는 생각으로 가슴 아픈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시와 유가족 측은 분향소 설치를 두고 그간 갈등을 빚어온 바 있다. 지난해 2월 서울시는 녹사평역에 피해자 분향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내놨으나 이를 유가족 측이 거절했고, 이후 참사 발생 99일째인 지난해 2월 4일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했다.

이들은 진상 규명 가능성이 명확해질 때까지 서울광장에서 분향소를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반면 서울시는 불특정 시민들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해야 하는 광장임에도 유가족 측이 불법적으로 고정 시설물을 허가 없이 설치한 것으로 보고 규정상 분향소 설치는 허용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 과정에서 서울시는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유가족 측과 그동안 54차례 걸친 대화와 협의 시간을 가졌다. 양측은 끝내 지난 5일 장소 이전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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