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근로자 50여명…올해 1월 시행된 법 적용 대상
아리셀 관계자 3명 산안법·중처법 위반 혐의로 입건
경찰, 대표 등 5인 피의자 전환 이어 압수수색 착수
불법 파견·특례고용허가 부재·안전교육 미흡 정황도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난 24일 경기 화성시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2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번 사고로 인한 희생자 수는 지난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여서 추후 조사 과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31분경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전곡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로 23명이 숨을 거뒀고 2명이 중상을, 6명이 경상을 입어 총 31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처럼 사망자가 20명을 넘으며 화학공장 사업장 폭발 화재 사고 가운데 역대 최악으로 남게 됐다. 이번 참사는 지난 1989년 16명의 사망자와 17명의 부상자를 낸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럭키화학 사고’과 비교해도 피해 규모가 더 크다.
해당 공장은 상시근로자가 50여명임에 따라 올해 1월 27일 5인 이상 사업장에 전면 시행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이에 노동부는 사고 후 산업안전보건본부에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경기지청에는 지역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하는 등 즉각 대응했다.
이와 더불어 산업안전보건본부와 경기고용노동지청에 본부와 지방을 잇는 수사 전담팀을 꾸려 본격적인 중대재해법 조사에 돌입했다.
그 결과, 노동당국은 아리셀 관계자 3명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입건된 3명은 전날 경찰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입건한 5명 가운데 아리셀 공장 관계자 3명과 같은 인물이다.
고용노동부 민길수 지역사고수습본부장(중부고용노동청장)은 이날 경기 화성시청에서 화성 화재사고 관련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오전 9시부로 아리셀 공장 전체에 대해 동종·유사재해 방지를 위해 전면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며 “(입건된 관계자 3명을)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해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당국은 경찰 수사와 별개로 관계자 3명에 대해 안전 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사고 예방에 대한 노력을 했는지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아리셀 공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하며 강제수사 돌입을 알렸다. 이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업체 관계자 등 5명을 입건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25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아리셀 박순관 대표 등 5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전원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현재 아리셀은 불법 파견에 따른 파견법 위반 의혹도 받고 있는 상태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한 모 업체의 대표는 계약서 형식상 도급이지만 실질적인 계약 관계는 파견이었다고 증언했다.
만일 해당 업체가 실질적으로는 원청인 아리셀에 인력을 파견하는 역할을 했다면, 제조업은 파견이 허용되는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파견에 속하게 된다.
이에 노동당국은 아리셀과 인력파견 업체 간 불법 파견 및 편법 도급 계약 논란에 대해서도 관련 증거를 바탕으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노동당국은 두 업체 사이 도급계약서는 없고 구두상으로 계약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 본부장은 “아리셀 대표이사는 전날 대국민 사과 과정에서 적법한 도급계약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당국에서는 실제 공정, 인사관리 등 실질적인 고용 및 노동 형태까지 철저하게 확인한 후 법 위반 사항이 파되면 엄정 조치할 것”이라며 “인력파견 업체는 산재 및 고용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희생된 외국인근로자들의 자격도 문제로 떠올랐다. 그간 아리셀에서는 재외동포(F-4), 방문취업(H-2), 영주(F-5), 결혼이민(F-6) 등의 자격을 가진 근로자들이 근무를 이어왔는데, 현행 법상 H-2 비자를 가진 외국인 고용은 제조업, 건설업 등 일부 업종에만 제한돼 있는 것은 물론 특례고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리셀과 인력을 공급한 업체 모두 해당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원인은 아직 규명 중에 있지만, 희생자 대부분이 출입구가 아닌 반대편 공장 내부에서 발견되면서 기본적인 사업장 내 안전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사망자 23명 가운데 18명은 외국인으로 더욱 안전교육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25일 성명서를 내고 “그동안 ‘위험의 외주화에서 위험의 이주화’로 불리며 매년 100여명이 사고성 산재로 사망하는 이주노동자 예방 대책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정부 대책은 전달체계도 부실한 이주노동자 안전교육 교재 개발이 전부였다”며 “고위험 사업장에 파견, 일용직 고용으로 위험도가 더욱 높은 가운데, 안전교육이나 최소한의 대피 방법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되지 않은 이중삼중의 구조에서 20명의 이주노동자가 희생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7조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해당 근로자의 모국어로 쓰인 안전보건표지를 게시해야 한다. 하지만 중소영세업체에서 제대로 안전교육이 이뤄지는지 점검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아리셀처럼 외국인 근로자를 일용직으로 고용하는 사업장은 더욱 열악하다.
특히 아리셀에서는 해당 사고 불과 이틀 전에도 화재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제대로 된 안전장비 설치와 안전조치 여부가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아리셀 측은 전날 대국민 사과문 발표와 함께 “안전교육을 충분히 했고, 리튬 보관 상태도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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