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전날 유보통합 실행계획 발표…교육계 ‘들썩’
어린이집·유치원 관리부처 교육부로 일원화…본격 추진
교사 자격 통합 여부·재원 확보 등 미흡하다는 지적↑
교원단체 “예산 명확히 산정해 국가에서 충당해야”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교육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육·보육 체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유보통합’ 운영을 반년 앞두고 시행 계획안을 발표했지만 현장의 혼란은 잠재워지지 않는 모습이다. 당장 올해 말부터 시범 운영에 돌입해야 하는데 아직 예산 배정과 통합 교원 자격 부여 대책 등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되지 않아서다.
28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전날 ‘세계 최고 영유아교육·보육을 위한 유보통합 실행 계획’을 공개했다.
앞서 지난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는 유보통합 추진을 국정과제로 꼽은 뒤 유보통합 추진방안 발표, 유보통합추진단 출범 등의 활동을 펼쳐왔다. 이날 정부는 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단일부처 중심 추진 기반을 마련했고, 이를 계기로 영유아 교육‧보육 질 제고 및 유보통합을 위한 본격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날 교육부는 5대 상향평준화 과제를 제시했다. 과제에는 △충분한 이용시간 및 일수 보장 △교사 대 영유아 비율 개선 △단계적 무상 교육·보육 실현 △통합연수체계 마련 △수요 맞춤 교육·보육 프로그램 강화 등이 포함됐다.
정부의 계획대로 유보통합이 무사히 안착되면, 0~5살 통합기관인 가칭 ‘영유아학교’를 오는 9월부터 약 100곳이 시범운영된다. 정부는 이를 내년부터 해마다 1000곳씩 추가 지정해 오는 2027년까지 3100곳으로 확대해 나간다.
영유아학교는 희망하는 누구나 이용 가능하며 기본 8시간, 아침·저녁 돌봄 4시간 등 하루 12시간으로 운영된다. 기본 운영 시간은 교육과정(4~5시간)과 연장과정(3~4시간)이다. 아침 돌봄은 오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저녁 돌봄은 오후 5시부터 7시 30분까지다.
다양한 돌봄 수요에 맞춰 운영 일수도 늘린다. 공립 유치원의 방학 중 운영 학급을 확대하며 희망하는 모든 유아가 참여할 수 있도록 맞벌이 등으로 제한하고 있는 신청 자격을 없앤다. 내년부터는 토요일과 휴일에 돌봄을 제공하는 거점기관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교사 대 영유아 비율을 낮추는 방안도 나왔다. 현재 0세반은 교사 1명이 평균 영아 3명을 맡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2명으로 줄인다. 3~5세반은 교사 한 명당 평균 12명에서 8명으로 낮추기로 했다. 0~2세반은 보조교사를 세 학급당 1명씩 두는 현재의 방식에서 두 학급당 1명으로 확대한다.
영아에서 유아로, 유아에서 초등학생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잘 적응할 수 있도록 2세와 5세를 이음연령으로 지정한다. 2세는 놀이 중심 교육을 늘리고 3~5세는 누리과정과 연계성을 강화한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5세를 위해서 유아-초등교육과정 간 연계를 두텁게 해 어휘력, 읽기, 쓰기에 관심을 갖게 하는 초기 문해력과 사회정서, 생애학습, 신체운동 등 기초역량‘을 향상할 수 있도록 이끈다.
유치원·어린이집 교사 자격도 통합될 전망이다. 정부는 통합교사 자격에 대해 ‘영아 정교사’(0~2세)와 ‘유아 정교사’(3~5세)를 분리하는 안과 ‘영유아 정교사’(0~5세) 통합안 중 하나를 연말까지 결정한다. 현장교사, 학부모, 학계·단체, 양성대학의 의견과 0~5세 영유아 교육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발맞춰 교사 양성체계에 대한 개편에도 돌입한다. 현재 전문대를 졸업해도 유치원·어린이집 교사가 될 수 있으나, 이를 4년제 학사학위로 강화한다. 고졸 학력자가 보육교사교육원 등을 통해 취득 가능했던 보육교사 3급은 폐지한다.
현재 유아교육과와 아동보육 관련 학과를 가칭 ‘영유아교육과’로 개편한다. 대면 중심의 학과·전공제를 구축해 신규 교사를 양성한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현직 교사는 특별교원양성과정이나 대학(원) 신·편입학으로 통합교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통합교원 자격으로 개편돼도 기존에 취득한 보육교사와 유치원교사 자격은 인정한다.
이외에도 정부는 내년 5세를 시작으로 오는 2027년까지 단계적 3~5세 무상교육·보육의 실현과 교원의 4대 분야 중심의 맞춤형 직무연수 등을 추진한다.
혼란에 빠진 교육계
가장 혼란스러운 사안은 교사자격과 처우 문제다. 현재 전문대학 이상에서 교직과정을 이수하고 임용시험을 거쳐야 유치원교사(3~5세)가 될 수 있는 반면, 보육교사(0~5세)는 전문대학 이상 외에도 보육교사교육원(3급), 평생학습기관과 같은 학점이수 등으로도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정부 발표 내 통합기관에서는 보육교사의 법적지위가 근로자에서 교원으로 바뀌지만, 자격요건이 달라 유치원 교사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 자격증을 인정하겠다고만 언급했을 뿐 세부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충당할지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이 부총리는 유보통합 방안의 상당 부분이 범정부적으로 힘을 받고 있다며 향후 예산협의와 확정 과정을 통해 최대한 실현시키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교육계는 교육부의 재원 마련 계획이 부실하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학부모 단체 등과 함께 지난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육업무가 교육청으로 이관되면 유보통합에 따른 추가 예산이 6조~7조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이 같은 추가 비용을 지방교육교부금으로 충당하면 보육과 교육의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보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산을 명확히 산정하고 이를 국가 예산에서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 교원단체들의 입장이다.
국회에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보건복지위원회·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교육부 발표에 앞서 지난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에서 유보통합에 필요한 비용을 추가 국고 보조 없이 충당하려 한다면 과거 박근혜 정부 때의 누리과정 보육 대란 사태와 같은 큰 사회적 혼란이 유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위원회 문정복 야당 간사는 “추가 재정 없이 유보통합을 말한다는 건 빈껍데기”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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