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집값 오름세 와중 잘못된 시그널 안 주기 신중전략
내수 부진 등 다른 요소 고려도 필요...검토 저울질 수면 위로

1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사진제공=한국은행]
1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사진제공=한국은행]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또다시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한 가운데, 3개월 후 인하 의견이 나와 관심이 모아진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한다고 결정했다. 지난해 2월부터 12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한 것. 오는 8월 금통위에서도 동결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시장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1년 7개월 이상 현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2016년 6월부터 그 다음해 11월까지 동결이 이어졌던 기록을 넘어서게 되는 셈이다. 

한편 이번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의 의견 일치로 결정된 것이었다. 비둘기파 의견이 일부 대두될 수 있다는 전망은 이로써 깨졌다. 다만, 향후 3개월 뒤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소수 의견이 대두된 점은 관심을 모은다. 

‘금리 인하 결론’까지 상당 시간 걸릴 듯...선반영 과도 문제도 거론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에 따르면,  이 총재를 제외한 네 명의 금통위원은 3개월 뒤에도 현재 3.5%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었고, 나머지 두 명의 위원은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이를 놓고 인하에 대한 확신으로까지 해석하는 것은 무리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3개월 뒤 인하할 가능성이 있게 열어둬야 한다’는 게 가장 정확한 표현”이라고 부연했다. 즉 그때 금리를 인하하자는 게 아니라 그때 가능성 문제를 다시 보자는 뜻이라는 이야기다.

여기까지는 외환과 부동산 문제, 가계부채 동향 등 각종 위험 요인들을 다양하게 고려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상당 시간이 걸릴 수 있어 보인다. 

그는 아울러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도 짚었다. 이 총재는 “최근 우리나라의 장기 국고채 금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폭 하락한 데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곧 인하할 거란 기대가 선반영됐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지난 5월에는 (금리 인하를 위해)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라 차선을 바꿀지 말지 고민하는 상황이었다면, 현재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을 전환할 상황이 조성됐다고는 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인플레이션과의 싸움, 마지막 구간에 접어들어 

결국 우리나라의 경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사실상 마지막 구간에 접어들었고 이를 감안해 기준금리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총재는 “5월까지만 해도 물가상승률이 내려가는 추세인지 확신할 수 없어서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았다. 지금은 물가 추세가 예상대로 가고 있고, 자찬일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 견줘서도 물가안정 측면에서 많은 성과를 이뤘다. 물가안정만 보면 인하를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얼마나 인하할지는 금융안정 등을 고려해야 하는 이슈다. 

이 총재의 시선은 이제 최근 수도권 집값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를 향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완만하게 오를 것으로 봤다면서, 그러나 그때보다 조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짚었다. 

가계부채 증가 고삐가 잡히는 가운데, 고금리 기조 유지로 인한 내수 부진 고통을 더 이상 우리 경제의 체력으로는 감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인하 조정의 시간표를 결정할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연 3.50% 수준에서 장기화되는 동안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최고 5.47%까지 올라 내수 부진 현상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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