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최근 정부가 이달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9월로 미루며 가계부채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이와 같은 결정이 부동산 PF 연착륙에 있다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부동산 PF를 두고 “분양 가격 폭락 시 줄줄이 폭망”하는 구조라고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분양가 떠받치기를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조는 자칫 부동산 부양을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실제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6조원 증가한 111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3월 1조7000억원 감소 이후 한 달 만인 4월 5조원 늘어나며 증가세로 전환, 6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은 주담대가 견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는 6조3000억원 증가해 전월(5조7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주담대는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26조5000억원 증가했으며, 이는 지난 2021년 상반기 30조4000억원 상승 이후 3년 만에 최대폭이다. 

주담대 증가의 주요 원인은 신생아 특례대출 조건 완화 등 정책대출 증가와 스트레스 DSR 확대 도입을 9월로 미룬 것에 주로 기인한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국민에게 주담대 이용을 종용한 셈이다. 

한국의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75%에 달한다. 이는 미국(약 35%), 일본(약 50%)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가계부채 중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70%로 한국경제는 부동산시장에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정부가 당면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부동산 PF 연착륙이지만 가계부채 문제 역시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최대 위험 요인이라는 점에서 스트레스 DSR을 미룬 결정은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다. 지난 정권부터 시행을 미룬 결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대출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주거비 부담, 자산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경기는 순환한다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이다. 현재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정점 그리고 자산 가격 폭등이라는 경기 정점을 지나고 있다. 사이클상으로 경기는 수축 국면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취업자 증가 폭이 두 달 연속 10만명을 하회하며 ‘고용쇼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코로나19 사태를 제외하면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주목할 점은 고령층에서만 취업이 증가하며 전체 취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추후 고용시장 둔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특히 디레버리징 과정에서 높은 가계부채 수준과 고용쇼크는 가처분 소득의 빠른 감소로 이어져 심각한 내부 부진을 초래할 수 있다. 여기에 출산율 저하와 빠른 고령화로 인한 노동 인구 저하까지 더하면 바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시나리오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PF도 가계부채도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대출 조이기를 미뤄 인위적인 수요를 유도한 PF 연착륙이 최근 수도권 집값만 올렸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PF 문제의 핵심은 수도권이 아니라 지방 미분양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최근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는 1기 신도시 사업을 밀어붙이는 기조 등은 당초 정부가 요구한 부실 사업장 자정 노력을 훼손시킬 수 있는 자가당착적인 결정이 아닌지 되물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