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 반발에 3개월 만에 감사 재개
28일 임시회 전까지 실태 드러날 듯
‘시정감시기능’ 제대로 작동될지 의문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서울 시정(市政)을 감시해야 할 서울시의회가 오히려 시로부터 감사(監査)를 받는 처지에 놓이면서 시정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서울시의회 사무처는 17일 현재 서울시 감사위원회로부터 예산 집행과 관련한 시의회 수석전문위원·사무처 부서장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과 직원들에 대한 ‘갑질 논란’ 등의 감사를 받고 있다.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이틀 전부터 시의회 의원회관에 감사 사무실을 꾸리고 의회사무처 대상 감사에 착수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 4월 시의원들의 집단 반발 끝에 중단됐다가 3개월 만에 재개됐다.
의회 사무처는 시의회 운영을 위한 사무를 처리하는 조직이다.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사무처 직원 인사권은 시의회 의장이 가지고 있지만, 사무처를 감사하고 조사할 권한은 현재 서울시에 있다.
감사 내용은 ▲시의회 수석전문위원들과 사무처 부서장들의 업무추진비 등 각종 회계질서 문란 및 ▲직원 밤샘 업무 강요, ▲직원 이간질 시도 같은 ‘갑질’ 문제 등이다.
이번 감사는 시의회가 공직 기강 문란 행위와 관련한 내부 설문조사를 통해 해당 문제를 파악한 후 서울시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사무처 감사는 시의회 내부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설문조사 등에 따르면, 개방형 직위인 시의회 상임위원회 수석전문위원들 중 일부가 가족과 식사한 뒤 이를 업무추진비로 처리하거나 의정 운영 공통 경비 일부를 자신의 식사비용으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사무처 직원들에 대한 밤샘 업무 강요와 이간질 시도, 비합리적인 요구 의혹 등이 설문조사를 통해 불거졌다.
이에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지난 4월 15일 시의회사무처를 상대로 감사에 착수하려 했지만, 시의원들의 집단 반발에 부딪혀 잠정 중단했다. 특히, 상임위원장단이 “전례 없는 입법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업무추진비 문제가 드러난 일부 수석전문위원들은 11대 의회 전반기 임기 계약 만료로 시의회를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일부 인사들은 후반기에도 자리를 옮겨 요직에 앉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감사를 통해 시의원들의 업무추진비 편법 집행 관행이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는 업무추진비가 시의원들의 편의 제공을 위해 전용됐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
현재 지방의회는 인사권·예산권 등을 강화(독립)하는 ‘지방의회법 제정’을 정부에 건의,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업무추진비 편법 집행 문제와 ‘외유성 출장’, ‘갑질’ 등 각종 논란이 잇따르면서 이 같은 요구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오는 28일 서울시의회 임시회 개회 전까지 열흘 남짓 기간 동안 관련 문제가 어떻게 드러날지 관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