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존재 확인 및 지원하는 보호출산제 시행
입법 과정부터 시민사회와 전문가 우려 집중돼
시민연대 “보편적인 양육 지원부터 수립해야”
허민숙 입법조사관, “지원 제도 보완 정도가 관건”
“아이·산모 잘못되는 경우를 막는 것에 초점둬야”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오늘부터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사실이 지자체로 등록되는 출생통보제와 위기임산부 보호를 위한 보호출산제가 함께 시행된다.
19일 정부의 발표를 종합하면 출생통보제는 지난해 6월에 발생한 수원 영아사망사건 이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들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미신고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됐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과 정보를 출생 후 14일 안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전달하고, 심평원은 다시 지자체에 통보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또한 출생 이후 한달 내에 신고 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지자체는 출생신고 의무자에게 7일 이내에 아동의 출생신고를 하도록 통지한다. 신고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면 지자체에서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을 등록하도록 한다.
이에 후속적 조치이자 최후의 수단으로 제시된 보호출산제(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는 아이를 기르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위기임산부의 신분을 가명으로 보호해 신생아가 유기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다.
단, 제도가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임산부는 양육 지원 상담을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며, 보호 출산 이후 최소 7일 이상 직접 아이를 양육하는 숙려 기간을 가져야 한다. 입양 허가가 떨어지기 전까지 보호 출산을 철회할 수 있다.
법 시행에 따라 현재 전국 17개 시·도에 위기임산부 상담기관 16개가 설치돼 임산부들은 임신·출산·양육 관련 상담과 지원을 보다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이 같은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출생미동록 아동 발생을 줄이고 국가가 아동의 존재를 확인해 빈틈없이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출생통보제 도입은 모든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를 보장하고 공적 체계에서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라며 “모든 아동들이 건강하게 자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제도를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순기능과는 달리, 보호출산제는 입법 과정에서부터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우려를 한몸에 받아 왔다. 위기임산부와 미혼모를 향한 경제적·현실적 지원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는데 아이를 합법적으로 포기할 제도부터 섣부르게 개정됐다는 지적이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와 고아권익연대 등이 소속된 보호(익명)출산제 폐지 연대(이하 폐지 연대)는 이날 오전 8시 국회 정문 앞에서 ‘보호(익명)출산제 폐지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보호출산제 폐기 ▲보편적 임신·출산·양육 지원법 제정 ▲장애아동 양육 인프라 구축을 촉구했다.
보호출산제가 무엇인지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실정에 해당 제도는 미혼모와 아이를 합법적으로 분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본질이라는 것이 폐지 연대의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익명 출산이 아니다”라며 “산모의 출산 사각지대를 없애고, 안정적인 양육을 할 수 있도록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양육지원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조사관은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관건은 정부의 지원 제도가 앞으로 얼마나 많이 보완되느냐”라며 “보호출산제의 목적이 위기임산부가 직접 찾아오게 해서 직접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안내하는 건데, 지원 제도가 잘 마련돼 있지 않으면 아이를 기를 결심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담을 할 때 충분한 제도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고 직접 양육을 해도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현 제도는 그 수준에 이르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시민사회의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합법적인 아동 유기 통로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지만, 이 제도는 아이를 살해하거나 혼자 아이를 낳다가 둘 다 잘못되는 경우를 막는 것에 초점을 두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가 빠르게 추가적인 제도를 보완하고 발표하면 원래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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