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LH 부실 감독-전관 업체 특혜·유착’ 판단
무량판 구조 102개 사업지구 중 23개 철근 누락
LH “전관유착-부실시공 직접 관련성 없어” 해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진출처=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지난해 인천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태로 논란이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관업체의 설계 오류를 눈감아 주거나 금품을 받았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LH의 설계·시공 부실 관리·감독을 전관 업체 특혜·유착으로 판단했다.

감사원은 지난 8일 이같은 내용의 LH 전관 특혜 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102개 공공주택사업지구 중 23개 지구(22.5%)에서 철근이 누락된 부실시공이 파악됐다.

무량판 구조는 슬래브(바닥 판), 수평 보(girder, 梁), 기둥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기존의 라멘구조에서 수평 보를 없애고 슬래브와 기둥만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다. 때문에 하중을 견디는 기둥에 철근(전단보강근) 설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번 감사에서 16개 지구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외에 7개 지구는 시공 단계에서 철근이 누락되거나 잘못 설치된 사실을 LH가 인지하지 못하고 승인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해당 설계 오류는 구조도면 목차나 철근 설치 간격 확인, 구조 지침과 구조도면 비교로 쉽게 알 수 있는데도 LH가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수행해 조치하지 못했다”며 “시공 감독을 소홀히 해 7개 지구의 부실시공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LH 일부 직원이 관리·감독해야 할 업체를 전관이라는 이유로 설계 오류를 발견하고도 벌점을 부과하지 않거나 품질 미흡 통보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관 업체에 상품권 등의 금품 수수 및 골프·해외여행을 접대받은 사실도 적발됐다.

구체적 사례로 LH 현장 감독이었던 A씨는 지난 직무관련 전관 업체 등으로부터 △상품권(80만원) 수수 △출처불명의 현금(4500만원)에 대한 재산등록(신고) 누락 △직무관련 업체 대표 등과 총 4회에 걸쳐 해외 골프여행을 하고도 소속 부서장에게 해당 사실을 미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LH 현장 감독 3명은 각각 지난 2021년부터 2023년 직무관련 전관업체 임원과 30여 차례 골프를 치면 회원제 및 군(軍) 골프장 예약 편의와 할인 혜택, 식사 등의 향응을 수수했다.

이에 감사원은 무량판 구조설계 검수 업무와 시공 감독업무를 태만하게 한 LH 관련자 13명과 전관 업체에 벌점을 미부과하거나 품질미흡통지서를 미발급 하는 등 공사·용역에 대한 관리·감독을 부당하게 처리한 LH 관련자 11명 등 총 24명에 대해 문책하거나 주의하도록 요구했다. 이와 함께 LH 승인 없이 무량판 구조설계를 부당하게 하도급한 17개 건축사무소에 대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또한 직무 관련 업체로부터 금품·향응을 수수했거나 전관 업체와 부당하게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등 특혜를 제공한 관련자 9명을 엄중하게 문책하거나 주의하도록 요구했다. 동시에 관련자 9명 중 4명에 대해 관할 법원을 통해 과태료가 부과되도록 통보했다.

LH는 감사 결과에 대해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면서도 “전관유착 사안은 기계·전기 분야 사례로 무량판 구조 부실 설계·시공, 감독 태만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도출되진 않는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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