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닉 콜드리(Nick Couldry)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 교수

빅테크 기업이 불러일으킨 데이터 식민주의, 권력 지형 바꾸고 있어
기술 위험 예측·비즈니스 모델 도전 정책·국가 협력 등 정부가 나서야
테크노크라트, 미래에 대한 고려 안 보여…위험한 결과 초래할지도
비판적 사고 강조하는 교육 위해 기업 아닌 시민 사회서 제시 필요
한국 빅테크 규제 독자적 노선 없어…정책 논의 및 글로벌 역할 중요
“데이터 패권 시대, 시민들이 직면한 도전 문제 및 대응 전략 인지해야”

디지털 사회가 또 한 번 진화했다. 기존 정보통신 사회에서 인공지능 기술 등의 등장으로 새 시대를 맞이하면서 다양한 산업군에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산업혁명 시대를 겪었던 사람들은 본인들이 역사에 남을 대변혁의 시대 속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처럼,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지금의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지 체감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新테크노크라시>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알고 있었지만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새로운 사회에 대해 탐구한다. 기술 문명이 필연적으로 정착된 사회에서의 영향을 고찰하고, 기술 발전 없이는 삶이 불편해질 정도로 의존하게 되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검토한다.

이 기획은 기존에 정의돼 있는 테크노크라시의 개념과 역사, 그리고 이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을 기반으로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개념의 테크노크라시를 정의한다. 또 최근 기술 발전으로 나타나는 크고 작은 영향과 문제점을 살펴보며 새롭게 정의된 테크노크라시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점검한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다양한 견해를 제공하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논의해 본다.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이 그린 디지털 중심 사회 ⓒ Midjourney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이 그린 디지털 중심 사회 ⓒ Midjourney

【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과학 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물리적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정신적 고뇌를 덜어주고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이는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기술 의존도가 증가함에 따라 기존의 정치적·경제적 지배구조는 붕괴되고, 새로운 형태의 권력 구조와 불평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테크노디펜덴시아(Technodependencia)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 가능하다.  ‘테크노디펜덴시아’는 ‘기술(Technology)’과 ‘의존(Dependencia)’의 결합어로, 사람들이 기술에 맹목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사회를 의미하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 사회에서는 기술이 생활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으며,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로부터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신테크노크라트(New Technocrat)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사회 구조는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형성되며, 기술과 데이터에 대한 통제가 점점 더 중요한 이슈로 부각된다. 바로 ‘데이터 식민주의’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식민주의는 데이터 수집 및 활용과 관련된 새로운 형태의 착취와 권력의 불균형을 설명하는 용어로 울리세스 알리 메히아스(Ulises Ali Mejias)와 닉 콜드리(Nick Couldry)가 책 <데이터 그랩(Data Grab)>을 통해 제시한 개념이다.

이들은 데이터 식민주의가 디지털 기술과 글로벌 데이터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기존 식민주의와 유사한 방식으로 특정 국가나 기업이 다른 집단의 데이터에 접근하고 이를 수집 및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지배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투데이신문>은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문화와 권력, 사회 이론을 연구하는 전문가로,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인 닉 콜드리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기술의존 사회와 데이터 식민주의 도래가 가져올 세상은 과연 어떠할지 ‘미래 키워드’를 통해 들어봤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 닉 콜드리(Nick Couldry) 교수 ⓒ LSE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 닉 콜드리(Nick Couldry) 교수 ⓒ LSE

■ 기술 의존도와 신뢰도

Dependency and Reliability of Technology

Q.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시민들의 기술 의존도가 점점 늘어나는 현대 사회에서 일상생활과 사고방식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는가.

디지털 기술은 오늘날 우리의 일상과 조직에 깊이 스며들어 새로운 사회적·경제적 질서를 형성하고 있다. 사회학자 노르베르트 엘리아스(Norbert Elias)는 사회 질서가 단순히 권력에 의해 위에서부터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간의 상호의존성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이 질서는 매우 편리할 수 있지만, 사회적 자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은 큰 불편과 높은 비용을 초래한다. 엘리아스가 강조한 것처럼, 새로운 질서는 새로운 권력 관계와 사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요구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권력과 질서의 합리화를 신중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Q.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오류는 방송 및 통신 대란을 일으키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마비시켰다. 이처럼 부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기술 의존적 사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특정 기술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수의 공급자에 의존할 때, 사회 질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은 막대한 권력을 가지게 돼 사회의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최근 MS 서비스 중단 사태는 이러한 문제를 잘 보여준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했을 때, 많은 사용자가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싶어했지만, 기존 팔로워와의 연결을 유지하기 어려워 결국 트위터를 포기하지 못했다. 페이스북 역시 사회적, 비즈니스 생활을 위해 필수적인 기능을 제공하므로 쉽게 대체할 수 없다.

이런 사례들은 우리가 점점 더 기술과 디지털 플랫폼에 의존하면서 발생하는 권력 문제를 신중히 고려해야 함을 보여준다.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이 그린 EU의 GDPR 형상화 ⓒ Midjourney

■ 데이터 독점과 디지털 지배구조

Data Monopolies and Digital Governance

Q. AI 빅테크라고 불리는 글로벌 기업들이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포함한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 및 활용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행태의 위험성을 짚어준다면.

많은 사람들은 AI가 환경 문제나 건강 위기 같은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저 역시 새로운 기술이 인류에게 유익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문제는 AI 기업들이 이러한 혜택을 명목으로 우리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환경에 해를 끼치는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AI 활용 사례에서도, 우리가 온라인에서 남긴 모든 데이터나 개인 정보를 수집할 필요는 없다.

과거의 식민주의는 ‘진보와 구원’이라는 명목으로 이뤄졌다면, 오늘날에는 ‘편리함’과 ‘초인적 능력’이라는 명목이 등장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러한 명목을 내세워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하고, 스스로 신화를 만들어내려 한다.

Q. 책 <데이터 그랩>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개인 정보를 수집해 이익을 얻으며 ‘데이터 식민주의’ 를 열었고, 이로 인해 인종, 계급, 성별에 따른 불평등 문제가 촉발됐다고 지적했는데.

데이터 식민주의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그 영향은 균등하게 분포되지 않는다. 디지털 플랫폼과 기술은 일부 사람들에게 차별, 소득 손실, 성희롱, 환경 파괴 등과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집단이 과거 식민주의의 희생자들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식민주의의 유산이 여전히 우리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발전, 정치적 갈등, 인종 및 성별 관계 등에서 이러한 유산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식민주의는 끝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데이터 식민주의는 과거의 식민주의와 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는 않지만, 그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

Q. 유럽연합(EU)의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이나 디지털 서비스법, AI법과 같은 규제들로 AI의 위험성과 데이터 학습의 남용을 제재하는 방법이 올바르다고 보는지, 또 데이터 활용 궤적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유럽연합은 미국 빅테크의 무제한적인 성장과 규제 없는 시장 확장에 맞선 첫 번째 글로벌 강대국이다. GDPR은 개인 데이터 수집이 인권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인권이 기업의 시장 권리보다 우선한다고 명시했다. 초기에는 집행이 느렸지만, 이제 GDPR 규정이 아마존, 애플, 구글, MS, 메타 같은 대형 빅테크 기업들의 관행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계도 존재한다. 이용자들이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 수집에 동의하지 않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EU의 새로운 법안은 대형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 하지만, 빅테크의 근본적인 운영 원칙에 도전하는 데는 주저하는 모습이다. AI 법안은 극단적인 AI 관행을 규제하지만, 대부분의 AI 사용은 방치하고 있다. 빅테크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은 거의 없으며, 소셜 미디어 문제의 근본 원인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Q. 디지털 지배구조가 기존 정치·경제적 지배구조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는지, 이는 사회에 어떤 새로운 도전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는가.

디지털 기술은 전기와 같은 같은 공공서비스보다 우리 사회의 세계관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로 인해 기술 의존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데이터 관리와 행정 기능을 위해 MS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Palantir Technologies) 같은 기업에 의존하는 정부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규제 기관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보니, 규제 기관이 오히려 산업 세력에 의해 장악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위험을 막기 위해 정부는 국경을 초월한 협력을 강화하고, 빅테크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과감히 도전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소셜 미디어의 데이터 추출과 같은 큰 사회적 해악을 초래하는 경우, 이에 대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Q. 기업 이익보다 인간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위해 사회·경제적 질서를 재구성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고 보는지.

저는 인간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비착취적인 기술과 사회·경제적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직접적인 정치적 개입이 필요하다. AI를 포함한 디지털 및 데이터 기술에 대한 규제는 대부분 국가에서 뒤처져 있으며, 규제가 있더라도 주로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 질서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규제뿐만 아니라, 현재의 규제 모델에 도전하고 정부에 압력을 가해 기업이 아닌 시민에게 이익이 되는 변화를 이루는 정치적 활동이 필요하다.

Q. 기업 이익보다 개인을 우선시하기 위해 사회·경제적 질서를 재구성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고 보는지.

저는 개인을 우선시하는 비착취적인 기술과 사회·경제적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직접적인 정치적 개입이 필요하다. AI를 포함한 디지털 및 데이터 기술에 대한 규제는 대부분 국가에서 미흡하며, 규제가 있더라도 주로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 질서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규제뿐만 아니라, 현재의 규제 모델에 도전하고 정부에 압력을 가해 기업이 아닌 시민에게 이익이 되는 변화를 이루는 정치적 활동이 필요하다.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이 그린 디지털 격차 사회 ⓒ Midjourney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이 그린 디지털 격차 사회 ⓒ Midjourney

■ 디지털 격차와 기술적 윤리

Data Monopoly and Digital Governance

Q.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에게 경제적·사회적 차이가 일어나는 것을 뜻하는 ‘디지털 격차’는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 방식이 필요할까.

기술에 대한 접근 부족이 일부 사람들에게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저는 기술 접근이 더 이상 문제가 아닐 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더 우려스럽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을 가지고 글로벌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참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 플랫폼에 가입할 때 동의해야 하는 이용 약관에 있다. 저는 이 이용 약관이 오늘날의 격차와 분열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인간과 기술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사회적 계약을 누가 작성할 권리가 있는지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Q. 기업·국가 단위의 기술 개발이 너무 빨라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술 개발과 윤리적 해결책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 같다. 기술 발전과 윤리적 문제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까.

우리는 기술 발전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기술 발전은 대부분 기술 산업에 의해 통제되며, 시민들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특정 기술이 진정한 발전인지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그 기술이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가이다. 이는 윤리적 문제로, 더 넓은 사회적 선(善)의 문제와 연결된다. 데이터 식민주의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의 이익보다 사회적 목표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시민들의 접근 방식을 재조정해야 한다.

Q. 과학 기술이 주는 만연한 영향에 저항하기 위해 빅테크 플랫폼을 거부하거나, 웹사이트 방문 시 쿠키 거부 등도 저항의 행동이 될 수 있을까.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저항의 방법으로 일부 사람들은 기술을 끊는 것이 해답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기술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의 삶이 이미 기술과 깊이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온라인에서 사생활을 보호하거나 기업 소유의 소셜 미디어 대신 연합된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그것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러다이트 운동의 중요한 교훈은 그들이 단순히 모든 기계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생계를 위협하는 기계와 그 소유주들에게만 저항했다는 점이다. 오늘날 많은 시민들이 일부 형태의 AI를 거부하는 모습에서 새로운 러다이트 운동의 조짐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Q. 사회적 격차 및 불평등을 줄이는데 과학 기술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회적 목표를 염두에 두고 과학 기술을 적용하면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빅테크 기업들은 시장 경쟁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불평등 해소를 위한 사회적 목표를 우선시하지 않는다. 이들 기업은 이미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MS나 테슬라 같은 기업들이 AI의 ‘민주화’를 이야기하지만, 이는 자사 제품을 더 많이 팔고 사용자를 늘리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우리는 데이터와 기술에 대해 보다 사회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부 닉 콜드리(Nick Couldry) 교수 ⓒ영림카디널<br>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부 닉 콜드리(Nick Couldry) 교수 ⓒ영림카디널

■ 신테크노크라시

New Technocracy

Q. AI 기술의 발전이 국가 발전에 큰 영향을 주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국가간 기술 패권 경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전문 지식인이나 과학기술자들이 국가 관료로써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의 ‘테크노크라시’ 필요성이 제시되기도 하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떤 형태의 정부든, 소수에게 결정을 내릴 권한을 부여하면서 민주적 견제와 균형이 부족하다면 의심해야 한다. 물론 세상에는 전문가가 필요하며, AI 같은 기술이 전문가의 손에 주어지고 그들이 책임을 다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테크노크라트는 그 자체로 전문가가 아니다. 그들은 결과에 대한 깊은 고려 없이 단순히 모델을 적용할 뿐이기에,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소셜 미디어와 AI 같은 기술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지 목격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오늘날 빅테크 기업의 CEO 같은 소수의 기술 전문가들이 우리 사회에서 기술의 사용 방식을 결정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엘리트들이 돈과 권력으로 정부에 영향을 미치도록 허용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Q. AI 기술을 선도하는 소수 기업 및 CEO 등이 이용자들의 학습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것을 디지털 지배 일종으로 볼 수 있을까. 기술이 더욱 발전함에 따라 미래 사회 구조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우리는 모두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표현에 익숙하다. 기업이나 정부가 개인에 대한 데이터를 보유하는 것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다. 이 데이터는 개인, 집단, 소비자뿐만 아니라 시민들을 조종하는 데 최적의 방법을 결정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이 힘은 지배를 위해 사용될까, 아니면 해방을 위해 사용될까. 식민주의의 역사를 보면 답은 명확하다. 이 힘이 억제되지 않으면, 식민주의가 시작한 거대한 불평등은 더욱 강화되고 확장될 것이다.

Q. 제프 베이조스, 빌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과 같은 ‘신테크노크라트’가 디지털 지배를 넘어 우리 사회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존재로 보는가.

저는 개인에게 너무 많은 중요성을 부여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권력 구조를 대표하며, 기술, AI, 그리고 미국 백인 남성 지도자들을 드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 데이터 식민주의로 이익을 얻는 엘리트들은 과거 ‘문명화 이야기(Civilising Stories)’라 불렸던 것을 필요로 한다.

‘문명화 이야기’는 식민지 시대와 제국주의 시기에 사용된 개념으로, 특정 문화나 기술이 다른 문화에 비해 우월하다는 서사를 뜻한다. 이 서사는 식민지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됐으며, 식민지 지배자들이 자신들의 문화와 기술이 피지배 민족을 문명화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제공했다.

빅테크 기업 역시 그들만이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득하려는 시도다. 개별 기술 리더들은 이 시도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이 그린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미래 시민들 ⓒ Midjourney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이 그린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미래 시민들 ⓒ Midjourney

■ 디지털 리터러시와 미래 사회 전망

Digital Literacy and Prospects for future society

Q. 기술 발전이나 기업 및 국가 차원의 데이터 패권 경쟁이 일반 시민(혹은 이용자)들의 현재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데이터를 추출하는 기술과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의존이 증가하면서, 우리의 자유에 장기적인 위험이 발생할 것이다. 알고리즘 훈련에 사용되는 데이터셋에 사회적 불평등이 내재돼 있어 불평등의 패턴이 심화되고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감시 없이 살던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조차 잊어버릴 위험도 있다.

가장 큰 자유의 상실은 자유가 어떤 느낌이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데이터 식민주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가장 근본적인 의미에서 자유를 잃을 위험이 있다.

Q. 미래 사회에서 시민들이 어떤 의식과 준비를 해야 할까. 특히 기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디지털 활용 능력을 갖추는 것이 왜 중요한가.

역사적 식민주의는 땅과 자원을 점령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을 식민화하고 서구의 세계관을 보편화하는 데 성공했다. 데이터 식민주의에 대응하려면 마음가짐부터 탈식민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는 창의성과 상상력을 통해 가능하다.

물론 교육과 문해력 캠페인 등을 통해 이 과정이 이뤄질 수 있겠지만, 제도화된 교육은 종종 권력자들의 이익을 위해 설정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는 교육이 필요하며, 이러한 대안은 기업이 아닌 시민 사회에서 나와야 한다. 많은 교육 기관의 커리큘럼이 기업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Q. 한국이 AI를 비롯한 과학 기술에서 세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지, 또 윤리적인 문제를 얼마나 준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한국은 과학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일찍부터 높은 수준의 연결성을 채택했으며, 디지털 플랫폼이 정치적 저항을 조직하는 데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또한 카카오, 네이버 등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주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중국 빅테크의 권력에 따른 위험에 직면해 있다. 아직 한국은 빅테크 규제에 대한 독자적인 정책을 개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머지 않은 미래에 이러한 정책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저는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며, 한국이 이 중요한 논쟁의 글로벌 리더가 되기를 기대한다.

Q. 기술 변혁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현대 사회에서  기업과 정부가 데이터를 이용해 가치를 추출하려는 시도는 모든 사회의 권력 관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새로운 데이터 수집은 우리의 삶과 맺는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시민들은 어떤 분야나 영역에 있든 이는 도전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