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기업 모두 상반기 관련 매출 성장
최대 시장 美 공략 초점…제품 확대 맞춤 공략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국내 보툴리눔 톡신 3대 회사인 대웅제약, 휴젤, 메디톡스가 올해 상반기 수출 확대에 힘입어 톡신 부문에서 나란히 호실적을 거뒀다. 이들 회사는 효자 품목으로 떠오른 톡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최대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 전략이 가장 관심을 모은다. ‘선의의 경쟁’ 끝에 오히려 2019년부터 미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대웅제약과 여타 업체 간 선순환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
보툴리눔 톡신(이하 톡신)이란 보툴리눔 박테리아에 의해 생성되는 신경 독소를 통해 신경 신호의 전달을 차단, 근육의 수축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근육의 과도한 수축을 줄여 주름을 펴거나 다한증, 편두통, 사시 등의 치료에 쓰인다. 최근 피부 미용에 대한 관심과 함께 톡신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톡신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웅제약과 휴젤, 메디톡스 각사의 톡신 제제 상반기 매출은 각각 903억원, 853억원, 572억원으로 나타났다. 세 회사 모두 톡신 제제 품목에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9%, 14.6%, 28.5%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웅제약의 톡신 제제 나보타는 해외 매출을 기반으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나보타 매출의 약 85%가 해외에서 나왔다. 현재까지 63개국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미국 시장을 비롯해 영국·독일·이탈리아·오스트리아·스페인 등 유럽 5개국, 호주 등에서 출시됐고 타 국가들에서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톡신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가 눈에 띈다. 미국 시장의 경우 톡신의 원조인 애브비의 ‘보톡스’가 약 70% 정도의 점유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대웅제약 나보타는 현지 시장 진출 5년 만에 약 13%까지 확보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톡신 시장으로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디시전 리소스 그룹, 보스턴 컨설팅 그룹 등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은 지난해 기준 미국 톡신 시장 규모를 약 3조2500억원으로 평가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및 특허 받은 고순도 톡신 제조기술의 품질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넓히는 한편 발매 국가 및 공급량 확대, 선진국 치료시장 진출 등을 통해 글로벌 대표 블록버스터 톡신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매출 확대에 힘입어 대웅제약 나보타의 올해 2분기 매출은 53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327억원에서 62% 성장하며 분기 매출 500억원 대에 진입했다. 현재 추이대로면 올해 나보타 매출은 지난해 매출 147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에서도 올 하반기에도 매출 성장 효과를 전망하고 있다. 하나증권 박재경 연구원은 “대웅제약 나보타는 지난해 에볼루스의 재고 조정으로 매출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재고 조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하반기에도 에볼루스향 매출이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에볼루스 실적발표에 따르면 미국 미용 톡신 시장에서 점유율이 순조롭게 확대되고 있어 나보타를 통한 호실적이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휴젤도 해외 지역 매출이 크게 뛰었다. 중국, 태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매출이 발생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제품이 선적되는 등 2분기 해외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62% 늘었다.
특히 휴젤은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앞서 휴젤은 올해 2월 말 3수 끝에 FDA로부터 품목허가를 따낸 바 있다. 지난달 자사 톡신 제제 ‘레티보(국내 제품명 보툴렉스)’의 미국 시장 초도 물량을 선적하고, 현지 파트너사인 베네브와 함께 현지 유통이 진행 중이다. 휴젤 관계자는 “올해는 미국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한편 기존에 출시한 국가의 점유도 계획 확보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기존 선점 기업과 경쟁을 고려해 학술대회 등 마케팅 활동은 기본이고, 합리적 가격, 다른 해외 국가에서 쌓은 노하우 등으로 공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타입 톡신 개발 등 제품군 확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도 엿보고 있다. 기존 A타입이 투여 3~7일 이후 효과가 나타나고 6개월 이상 약효가 지속되는 것과 견줘 E타입은 24시간 내 효과가 나타나며, 약효는 약 한 달 정도다. 빠른 효과를 얻고자 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할 수 있다. E타입 톡신이 아직 시장에 등장하지 않은 만큼 출시 시기에 따라 시장의 독보적 지위를 구축할 수 있다. 휴젤 관계자는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이며, 균주 확보까지 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서미화 연구원은 “휴젤은 24년 하반기부터 미국 수출 톡신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6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향 톡신 매출도 전년 대비 증가하면서 이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메디톡스는 국내외 시장에서 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다. 2분기 톡신 매출은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180억원, 1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24% 성장했다. 주력 사업인 톡신과 필러 모두 국내는 물론 아시아, 유럽, 중동 등 해외에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6%, 167%, 33% 상승했다.
메디톡스는 미국 진출에 재도전 중이다. 지난해 12월 FDA에 비동물성 액상형 톡신 MT10109L의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올해 2월 심사 거절돼, 올해 다시 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에는 미국 직판을 위해 현지 법인 루반티스를 설립하고, 최고경영자(CEO)에 앨러간 출신 인사를 선임했다.
메디톡스의 경우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간판 제품 메디톡신을 비롯해 세계 최초의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 이노톡스, 내성을 유발하는 분자량을 덜어낸 코어톡스, 계열사 뉴메코가 개발한 차세대 톡신 뉴럭스 등 4종으로 다양한 소비자를 맞춤 공략하고 있다.
대신증권 한송협 연구원은 “메디톡스는 올해 말부터 3공장에서 생산된 뉴럭스의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해외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톡신의 수출 공급가는 내수 시장 대비 2~3배 이상 높아 수출 비중 확대는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 집중해 보자면, 한국 톡신 3사의 선의의 경쟁이 예상된다. 2019년 미국에서 나보타를 론칭한 대웅제약이 가장 발걸음이 빠른 가운데, 두 회사의 추격과 시장 잠식 경쟁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일단 진출을 막 시작했거나 준비 막바지 단계인 후발주자인 휴젤 및 메디톡스보다는 대웅제약이 기존에 점유해 놓은 시장을 기반으로 상당 부분 선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제품별 특징에 따라 각자 자기 제품 선호 고객 시장을 넓혀 나가는 면이 더 클 것으로 생각돼 서로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보다 긍정적 기대감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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