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노조에서 탈퇴 후 조직 줄여...“메리츠에 인수되면 경영 불안” 공포감
감원 주인공 김인범 부회장, 이번 인수전에서 부각되는 모습에 반발감 높아져
MG손보 노조 ‘국감 증인 추진’ 공언...소환 없어도 국감장 입길 오를 듯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MG손해보험 매각이 연이은 입찰 실패 끝에 수의계약 추진 국면으로까지 접어든 가운데, 메리츠화재가 최종 인수 승기를 거머쥘지 주목된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3차 본입찰 후 실시된 재입찰에 깜짝 등장하면서 보험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이후 재입찰마저 무산되면서 예금보험공사는 MG손보 매각 문제를 수의계약으로 전환키로 했다. 이에 따라 예보는 계약 이행·자본조달 능력 등을 고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매각 조건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메리츠 측에서는 수의계약 참여 여부 자체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단 사진은 메리츠금융 김용범 부회장 [사진출처=메리츠금융]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메리츠 측에서는 수의계약 참여 여부 자체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단 사진은 메리츠금융 김용범 부회장 [사진출처=메리츠금융]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마지막 입찰 재공고 당시 레이스에 나섰던 메리츠화재와 사모펀드 데일리파트너스, JC플라워 등 3대 주자가 이번 수의계약에도 모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가운데 메리츠화재의 경쟁력이 가장 강하다는 평가가 있다. 다만, MG손보 노조는 고용승계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로 메리츠화재 측으로의 인수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반대 배경과 관련, 사무금융노조 MG손보지부 배영진 지부장은 “포트폴리오 비중을 볼 때 장기보험 분포에서 MG손보는 92%, 메리츠는 89%에 달한다”며 포트폴리오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장기보험 위주로 할 수 있는 기반이 메리츠 측에 이미 있으므로 고용승계 없이 계약과 우량자산만 갖고 가도 되는 구조’라는 것이 배 지부장의 우려다. 

즉 MG손보 노동조합에서 메리츠화재로 인수될 때 가장 우려하는 것은 결국 예보가 지원하는 공적자금은 자금대로 받고, MG손보가 가진 우량계약과 데이터 등만 빨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MG손보에서는 이와 관련, 이번 가을 국정감사에서의 공론화를 적극 모색해 왔다. 노조 측은 특히 “메리츠금융 김용범 부회장이 증인으로 소환되도록 하겠다”는 뜻을 집회 등 여러 기회에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현재 메리츠화재나 메리츠금융 관계자의 국감 증인 소환 자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메리츠화재가 수의계약에 나서는 것 자체가 불법 논란 여지가 있는 부분은 아니므로, 현재 상황에서 메리츠 관계자를 굳이 증언대에 세워야 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정치권 관계자도 있다.

다만, 이들조차도 MG손보 매각 과정에서 투입될 공적자금 때문에 ‘공정성’, 그리고 ‘고용 불안’ 문제를 살필 필요가 높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들은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상화를 위한 매각이 전제가 되는 것이므로, 공적자금 투입 등 전반 과정이 제대로 판단, 관리되는 것인지 또 그 과정에서 고용 불안이 왜 초래되고 이를 어떻게 해야 될 것인지 들여다 볼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메리츠화재로 우선협상대상자가 확정되지 않고 메리츠화재 및 메리츠금융 관계자가 국감에 소환되지 않더라도, 현재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 지적 가능성이 열려있다. 오히려 메리츠측이 없는 자리에서 메리츠 노동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지면. 상황이 더 미묘해질 수도 있다. 예보에 대해 질의가 이뤄지지만 사실상 메리츠가 도마에 오르게 되는 것. 

사실상 MG손보 노조가 거론해 온 김용범 부회장에게도 새삼 관심이 모아지는데, 앞서 증인 소환 이슈에서 언급된 사정 때문이다. 이는 그가 노동계에서 불만을 갖는 고용 불안 위기감을 키운 주인공 격이자, 이번 인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까지 겹쳐져 더 주목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MG손해보험 생존권 사수, 졸속매각 저지, 고용보장 촉구 조합원 총회 및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사무금융노조 이재진 위원장은 “메리츠화재는 과거 노조를 무력화시킨 바 있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할 경우 고용승계 무산 등 상황 악화가 불 보듯 훤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같은 달 14일 기자회견에서는 사무금융노조 이기철 사무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이 “메리츠화재는 과거에 우리 사무금융노조의 산별노조 전환 당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기업 중 하나였다”며 메리츠화재를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메리츠화재 지부가 산별노조를 탈퇴하면서 회사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많은 노동자가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단순히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전체 보험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였다”며 “이번 MG손보 인수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또다시 고용 불안에 시달리게 하고, 보험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들의 참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메리츠화재는 노조가 2011년 사무금융노조의 산별노조 전환 당시 소극적인 활동을 보였고, 이후 인력 감축 등이 진행된 바 있다. 이 시기는 김용범 부회장이 증권과 화재에서 몸집 줄이기를 진행하던 무렵이기도 하다. 

김 부회장은 옛 대한생명 등을 거쳐 메리츠에 합류했는데, 2011년 메리츠종금증권(현 메리츠증권) 최고재무관리자(CFO) 전무를 거쳐 2012년 메리츠종금증권 공동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15년 메리츠종금증권을 떠나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이후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및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겸임을 한 바 있다. 현재 메리츠화재 대표 자리를 내려놓고 현재는 부회장으로만 활동하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2015년 2월과 2016년 7월 500명가량이 회사를 떠났다. 당시 기준 전체 인원의 약 20%가 축소 대상이 됐던 것. 메리츠화재 노조의 반발이 있었지만, 김 부회장은 당시 조직 혁신 명목으로 이를 밀어붙였다. 증권에 이어 화재에서도 김용범식 경영을 관철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재 노동권에 나오는 메리츠 자본의 노동 탄압 등 발언들은 이 시기의 감원 이슈를 겨냥한 셈이다. 

김 부회장은 특히 컨퍼런스콜에서 MG손보 인수 관련 발언에 나서 주목받은 바도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 8월 14일 MG손해보험 인수 관련 질문에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경우 완주할 것이고 아닐 경우 중단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메리츠화재 김중현 대표가 아닌 김 부회장이 MG손보 인수 관련 질문에 마이크를 들었다는 점에서 눈길이 쏠린 바 있다. 그의 이런 행보에 MG손보 인수를 메리츠화재가 직접적, 개별적으로 추진한다기 보다는 그룹 차원에서 접근하는 대형 이슈로 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노동계는 이 발언조차도 노동가치 대신 주주가치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적 시각을 내세우기도 한다. 

MG손보 노조 배영진 지부장은 “애초 MG손보 인수는 지주 측 전략적 판단에 의한 것으로, 김 부회장이 컨퍼런스콜 답변에 나선 것은 특별하게 볼 것은 아니다. 그런 만큼 인수전에 완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메리츠가 현재 상황상 이점을 최대한 살려 공적자금 투입 조건 등에 대해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하려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대량 해고 가능성 등은 부차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우려했다.  

한성대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는 메리츠화재로 인수될 경우 대량 해고 가능성과 관련, “여타 M&A 상황과 마찬가지로 해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 부산경상대 해운무역학과 서무건 전 교수도 메리츠 측 인수 완주 가능성과 이 과정에서 당국과의 줄다리기 가능성에 대해 “메리츠 측은 젊은 경영 마인드라 치고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 번 재입찰 참여에서부터 이미 (인수시) 여러 경영상 이점 등에 대해 계산이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적자금 투입 조건 등에 대해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하려 할 것인데, 메리츠 측이 마음만 먹는다면 대량 해고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올 가을 예보 국감 등에서 MG손보 매각 문제를 놓고 메리츠식 노동 이슈, 김용범식 경영 방식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은 이 같은 그의 짙은 과거 그림자가 남긴 산물로 볼 여지가 있다. 

한편,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반노동적 문화와 경영방식이 있다는 지적에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좋은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한 적은 있어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계약 완주 가능성에 대해서도 “10월 2일 수의계약 의향서 접수 마감인데, 2일까지 참여할지 여부 자체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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