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방식 촉각...공적자금 먹튀 논란에 고용불안 우려 겹쳐
정치권, ‘정상화 위한 매각 전제돼야’ 관점서 조명 나설 듯
국감 외에도 예보·금융위 상대 매각적정성 현미경 검증 예고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MG손해보험 매각 문제가 고용 불안 우려는 물론 공적자금의 공정성 시비로까지 비화되면서, 다가오는 국정감사와 맞물려 정치적 논쟁 소재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연달아 입찰이 무산된 데 이어 수의계약으로 전환됐지만, 가장 유력한 수의계약 대상으로 꼽히는 메리츠화재가 인수 후 대량 해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감에 메리츠화재를 소환하지 않더라도 예금보험공사를 대상으로 이 문제점을 짚을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예보는 24일로 예정됐던 MG손보 매각 ‘수의계약 참여 의향서’ 접수 마감일을 오는 10월 2일로 연기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려던 예보의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또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심도 싶게 다루는 것이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MG손보의 고용 불안 우려와 매각 적정성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는 의원실들이 있어, 방법이 어떻든 국감에서 이 문제가 조명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수의계약 시간표도 늦춰져...국감 증인 소환 의식했나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접수 마감일 연기는 재입찰에 참여한 원매자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명절 연휴 때문에 서류 접수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진행된 4차 입찰 재공고에는 메리츠화재와 사모펀드 데일리파트너스, JC플라워가 참여한 바 있는데, 금융권에서는 이번 수의계약에도 이들이 모두 뛰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예보는 다음 달 중 계약 이행·자본조달 능력 등을 고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매각 조건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MG손보 매각 스케쥴은 공개매각 추진 당시부터 난항이었다. 지난해 2월 1차 매각에서는 예비입찰 참여자 자체가 없었고 그해 8월 2차 매각에는 한 곳의 사모펀드 운용사만 인수의향서(LOI)를 제출, 유효 거래가 불성립했다.
올해 7월 3차 공개매각 본입찰에도 본입찰 자격이 있던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가 모두 불참했다. 3차 본입찰이 불발된 후, 재공고 입찰이 진행되면서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새로운 원매자인 메리츠화재가 뛰어들 길이 열렸다.
3차 매각 공고와 같은 방식과 조건으로 예보가 매각 재공고에 나섰지만, 재입찰(네 번째 입찰)역시 최종 유찰 처리됐다. 예보는 매각 주관사와 법률 자문사 검토 결과 등을 토대로 이같이 결정했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동일 차수 내 재공고가 진행된 입찰도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되지만, 수의계약 전환 이후에도 절차가 계속 지연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서 MG손보 노동조합이 줄곧 추진해 온 국감 쟁점화에 일정 부분 차질이 빚어질지 주목된다. 특히 MG손보 노조는 ‘메리츠 고위 관계자’의 증인 소환 관철을 목표로 노력해 왔는데, 서류 보강 등을 이유로 한 수의계약 일정 연기 상황은 사실상 이를 무력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메리츠화재 직접 소환 안 해도 여전히 쟁점 요소로 남아
실제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쪽은 MG손보 수의계약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면 국감 이슈화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앞서 지난 9월 MG손보 노조 관계자는 “환노위 일부 의원들도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다만) 환노위 쪽은 수의계약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 공론화에 나설 것”이라고 기류를 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10월 7일부터 25일 국감이 진행되는 가운데, 현재처럼 MG손보 수의계약 일정 자체가 지체되면 환노위 의원들이 직접 증인 소환 등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정무위에서의 문제 제기 가능성은 수의계약 절차가 늦어지는 것과 별개로 ‘여전히 살아있는 불씨’다.
현재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우선, 예보의 수의계약 자체가 제대로 진행되는지에 대한 ‘적정성’ 문제다. 다음으로 메리츠화재로 매각될 경우 ‘고용 불안’ 가능성도 정무위에서 예보 등을 상대로 질의될 수 있는 문제로 꼽힌다.
최근 시장에서 MG손보의 실제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재무건전성 때문에 추가 지출 부담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MG손보의 올 1분기 지급여력비율(K-ICS)은 52.1% 수준이다. 킥스 비율은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일시에 청구했을 때 지급 가능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사용되는데, 보험업법 규정상 100%를 충족해야 하고 당국에서는 150%를 권고비율로 잡는 등 오히려 법적 최저수준보다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 업계에서는 MG손보 인수 후 이 수치를 15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비용이 8000억~1조원가량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공적자금만 받고 빠지기? 공감대에 공정성 들여다 볼 필요 높아져
이미 예보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최대 5000억원까지 자금을 지원할 의향을 밝힌 바 있고, 입찰 방식에서 수의계약으로 전환된 터라 지분매각(M&A) 방식이 아니라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평가다.
자산과 부채를 모두 안고 매수에 나서는 M&A과 달리, P&A는 우량 자산만 가져가는 선별적 인수가 가능해 인수에 나서는 원매자 쪽에는 더 유리한 조건이 된다.
이런 가운데, 먼저 계약의 공정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한 정무위 소속 의원실에서는 “예보의 설립목적상, 이런 경우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한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공적자금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는 매각이 될 것인지, 전체 과정 등에 대한 판단은 필요하다”고 짚었다.
M&A 방식도 있는데 수의계약에서 결국 P&A 방식으로 결론내는 게 맞는지, 또 그 과정에서 적절한 원매자를 택하게 되는지도 감시 대상이라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3차 공고 재입찰 때 메리츠화재가 3개 참여 주체 중 중 공적자금 지원 규모를 가장 크게 적어냈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한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와 예보의 수의계약 관련 교감 내지 대결은 공적자금 지원 규모 부분을 둘러싼 줄다라기의 산물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메리츠화재 측이 적정선을 넘어선 공적자금 투입을 이끌어낸다면, 예보는 물론 예보에 MG손보 매각을 위탁한 금융위원회 등이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공적자금은 과거부터 ‘최소 비용(투입) 원칙’에 따라 운영돼 왔다. IMF 외환위기 여파가 진정된 후인 2009년에도 금융위원회 진동수 당시 위원장이 “구조조정기금 등 새로운 유형의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도 최소 비용의 원칙을 지킬 것 ”이라고 말했고, 2016년 금융연구원 김동환 당시 선임연구위원 보고서가 “기업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구조조정으로 발생하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하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며 이런 원칙을 재확인한 바 있다.
따라서 MG손보 매각시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문제점을 국회가 확인할 필요가 대두되는 것이다. 위의 정무위 관계자는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도 문제를 계속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수의계약 추진 과정에서 메리츠화재 측으로 갈 경우의 근거, 적정한 가격과 조건인지에 대해 국감은 물론,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찰과 압박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용 불안, 예보에 지적 가능’ 정치권 일각서 주장 대두
한편, 고용 불안 문제도 국감에서 거론될 수 있는 주요 이슈다. 현재 거론되는 원매자 후보군 중에는 메리츠화재의 경쟁력이 가장 강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MG손보 노조는 고용승계 가능성이 극히 작다는 이유로 메리츠화재 측으로의 인수에 결사 반대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MG손보지부 배영진 지부장은 “포트폴리오 비중을 볼 때 장기보험 분포에서 MG손보는 92%, 메리츠는 89%에 달한다”고 말했다. “장기보험 위주로 할 수 있는 기반이 메리츠 측에 이미 있으므로 고용승계 없이 계약과 우량자산만 갖고 가도 되는 구조”라는 것이 배 지부장의 우려다. 일각에서는 650명 MG손보 직원 전원 해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또다른 정무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예보에서 수의계약으로 가는 자체가 잘못은 아니기 때문에,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굳이 메리츠 측 관계자를 국감에 증인으로 소환할 필요는 적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예보의 MG손보 매각은 추진 과정에 ‘정상화를 위한 매각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연장선에서 고용승계 여부에 대해 예보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원의 고용 승계가 없는 가운데 고객 데이터베이스(DB), 우량자산, 공적자금 ‘열매만 챙기고 떠나는’ 방식으로 P&A가 악용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런 맥락에서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에 따라 수의계약 자체의 윤곽이 미뤄지는 경우와 별개로 내달 10일 예보 국감 일정 혹은 예보에 매각을 위탁한 금융위를 상대로 22일 종합감사 등에서 문제를 지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예보의 수의계약 추진 문제와 관련,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어떤 내용으로 정해질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의계약에 대해서도 “일단 참여는 하더라도 결과가 나오는 것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컨퍼런스콜에서 메리츠금융 김용범 부회장도 MG손보 인수 관련 질문에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경우 완주할 것이고 아닐 경우 중단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으로 일관한 바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가 사실상 완주할 가능성과 함께, 대량 해고의 불가피성 및 공적자금의 최대 투입 등으로 치닫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보가 사모펀드보다는 메리츠화재에 매각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면서, 수의계약 전환을 위해 재입찰 공고를 서둘러 냈다는 분석도 제기해다. 메리츠화재가 실사도 없이 갑작스레 등판하고, 이후 재입찰 불성립과 수의계약으로 흐른 것도 이 같은 구도의 방증으로 해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로서는 수의계약으로의 전환시 굳이 인원을 유지할 필요가 크지 않고, 상황이 예보와 공적자금 최대 투입 등을 줄다리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 등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재입찰 참여 단계부터 사실상 이 맥락에서 완주를 위한 방침이 서 있다고 볼 수 있고, 그에 따른 MG손보 직원들의 고용 불안은 예고된 수순”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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