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눈을 감고 소방관의 모습을 떠올리면 보통 큰 불길에도 거침없이 뛰어들며 시민을 구하는 영웅의 모습부터 생각날 것이다. 혹은 재난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이 생각날 수도 있다.

하지만 잠시 생각을 멈춰보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모습을 ‘남성’으로 그려내고 있지 않을까. 반대로 간호사의 모습을 연상하라고 하면, 당연하게도 환자를 챙기는 ‘여성’의 모습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엔지니어, 경영자와 같은 기술을 다루거나 리더십이 요구되는 직업에 남성이 적합하다고 보는 데 이어 간호사, 비서처럼 돌봄이나 지원 역할 혹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섬세한 업종은 여성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잔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3년 국가성평등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성평등지수는 76점으로 조사됐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지난해 성 격차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146개국 중 105위로 저조한 기록을 보였다.

일선 현장에서도 이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본보가 만난 △남성 보육교사 △여성 CEO △남성 간호사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 △여성 대리운전기사 △남성 플로리스트 △여성 자동차 정비사 △여성 인테리어 시공업자 △여성 소방관은 성별을 잣대로 둔 편견에 몸살을 앓아왔다.

이들을 통해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남성에게 “섬세하지 않다”는 색안경을 쓴 채 바라봤고 일부는 꼼꼼한 작업이 필요한 직종의 남성에게 반감을 드러내거나 성소수자로 오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더욱이 여성과 자주 만나는 직업에 종사하는 남성들에게는 성범죄를 우려하는 시선도 많았다.

여성에게는 양육에 대해 과도한 책임을 전가했으며 감정에 치우쳐있는 사람으로 여기기도 했다. 여기에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다루는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는 “남성에 비해 부족하다”며 비교하는 말을 쉽게 내뱉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처럼 ‘성별에 적합한 직업’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인식은 많은 이들의 선택을 제한하고 진로와 직업 선택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성 역할 고정관념은 단순한 사고방식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가 양성평등을 주도할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교육체계를 구축해 줄 필요가 있다. 더불어 돌봄, 미용 직종의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 그에 맞는 임금, 노동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이에 발맞춰 다양한 직군 현장은 특정 성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채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기존에 지닌 편협한 사고가 아닌 다채로운 시각으로 직업을 바라봐야 한다.

이제 성 역할 구분은 변화의 기로 앞에 섰다. 더 이상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으로만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평가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성별을 넘어 개인의 역량과 열정이 우선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때다.

남녀‘편견’지사(男女偏見之詞)를 넘어 남녀‘평등’지사(男女平等之詞)가 되는 날까지, 미래를 이끌 다음 세대들을 향해 “네가 하고 싶은 직업을 해”라고 당당하게 응원해 줄 수 있는 그날까지 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