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3억불’ 등 지난해 미수금 규모 13억불 이상
수주 규모 연간 300억불대 정체…“최악의 성적표”
“해외사업 수주 안전장치 마련 등 대책 강구해야”

국토교통부 박상우 장관이 지난 2월 26일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망대를 찾아 신도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뉴시스]
국토교통부 박상우 장관이 지난 2월 26일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망대를 찾아 신도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미수금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해외투자개발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해외사업 추진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정체된 수주 규모를 확대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수주한 건설사업의 미수금이 늘어남에 따라 리스크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지난 5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사업 미수금 규모는 지난 2021년 12억달러에서 2022년 13억5600만달러, 2023년 13억6300만달러로 점차 불어나는 추세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기준 미수금 규모를 국가별로 취합하면 이라크가 3억4230만달러로 가장 많았으며 멕시코(2억3300만달러), 이집트(1억6850만달러), 베트남(1억5140만달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단일 계약 중 가장 미수금 규모가 큰 사업은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으로 3억3000만달러에 달한다. 이 사업은 이라크 비스마야 지역에 10만 가구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지난 2012년 착공했으나 2022년 10월 미수금 문제로 공사가 중단됐다. 현재 7만여 가구의 공사가 남아있으며 사업재개를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업활동이 어려웠던데다 이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여건이 좋은 편은 아니다”라며 “개발도상국은 정권이 바뀌거나 정치가 불안정해지면 리스크가 높아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사업별로 계약을 어떻게 맺는지가 중요하다. 선수금을 먼저 받는 등 계약 조건을 잘 갖고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부동산경기 불황이 깊어지면서 일부 건설업계는 국내 사업 비중은 줄이면서 해외사업 비중을 높이려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해외사업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고 수익성도 들쭉날쭉해 보수적인 스탠스를 보이는 경향도 있는 등 각 기업의 여건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는 모습이다.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 규모는 3분기 현재 211억달러 남짓이다. 이는 2021년 같은기간 174억달러보다 많지만 2022년 224억달러, 지난해 235억달러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중동지역 수주 비중이 57%(119억달러)를 차지하며 그 외 아시아지역 14%, 북미‧태평양지역이 13%를 점하고 있다.

민주당 안태준 의원은 7일 지난 8월말 기준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실적에서 수주금액이 179억6000만달러 수준에 그친데 대해 “산술적으로 연말까지 269억 달러 수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이 기업들이 체감하는 효과로 나타나도록 지속해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소건설사와 토목‧건축 분야의 해외사업 위축이 눈에 띈다. 중소기업의 계약규모는 2010년을 전후로 계약금액은 50억달러, 계약 건수는 600건에 달했으나 올해는 계약금액 13억달러, 300건에 불과하다. 

토목과 건축은 1990년데 60%, 2000년대 30% 사이의 비중을 유지했지만 올해는 26.7%로 줄어들었다. 수주액은 2020년 150억달러 규모였으나 올해 8월 현재 기준으로는 48억달러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김상문 건설정책국장이 지난 7월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해외 투자개발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토교통부 김상문 건설정책국장이 지난 7월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해외 투자개발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부는 지난 7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해외 투자개발사업 활성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세부 방안에는 ▲민관협력 거버넌스 확립 ▲대규모 금융이 필요한 특성을 고려한 패키지 지원 강화 ▲도시개발분야 특화진출 확대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해외 수주 규모가 연간 300억달러대에 정체된 상황을 돌파할 추동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도급사업 중심을 벗어나 투자개발사업 비중 확대를 모색 중이다. 가격 경쟁 위주의 단순 도급은 중국, 튀르키예 등과의 경쟁으로 여건이 악화되고 있기에 사업 결정권을 갖고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투자개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통계로 보이는 것만큼 해외건설 수주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면서도 올해 목표한 400억달러 수주 달성에는 장담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석유화학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관련 사업들의 발주 등이 지연되고 있다. 발주처 입장에서는 공사에 착수하는 시점을 미루고 싶은 듯 하다”라며 “글로벌 경기가 수주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 공사 지연되거나 중단됐던 해외사업들이 꽤 있었다. 해외건설은 리스크가 있다보니 계약단계부터 미수금 등이 발생할 여지를 줄이고자 법률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또, 클레임이나 미수금이 발생했을 때 대응에 대해 법률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대부분 정부가 발주처다보니 정부간 대화에 미수금 안건이 포함되는 사례도 있다. 이라크 비스마야 사업도 항상 안건으로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해외건설 미수금 증가는 어려운 국내 건설사들의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건설사의 해외사업 수주 관련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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