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위축되는 소비 심리에 ‘저가형’ 유통 채널 인기
2024 유통가...균일가·가성비, 중고 거래, C커머스의 약진

2024년 유통업계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삼고(三高)' 현상에 큰 타격을 입었다. 물가는 계속 오르지만, 소득은 제자리걸음에 머물며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사진 출처=뉴시스]<br>
2024년 유통업계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삼고(三高)' 현상에 큰 타격을 입었다. 물가는 계속 오르지만, 소득은 제자리걸음에 머물며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사진 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2024년 유통업계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삼고(三高)' 현상에 큰 타격을 입었다. 물가는 계속 오르지만, 소득은 제자리걸음에 머물며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던 지난해 기업들은 고군분투했다. 다만, 경쟁력을 잃었던 기업도 있고, 고물가 기조 속에 호황을 맞이한 업체들도 존재했다. 다이소, C커머스,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등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저가형 상품 채널과 플랫폼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확산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5년 유통산업 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해 소매시장은 20작년 대비 0.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024년 유통업계 10대 이슈 중 1위는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 위축’(60.7%)으로 나타났다. 이어 차이나커머스의 공습(54.3%),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21.7%), 편의점 장보기족 증가(19.7%), 다이소 화장품 인기(18%) 등이 주요 이슈로 꼽혔다.

대부분의 이슈는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 감소와 소비 지출 축소라는 공통된 맥락을 반영한다. 2024년 소비 흐름을 살펴보면, 외식이나 의류 구매에서도 가성비를 우선시하는 ‘불황형 소비’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소비 행태는 올해까지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다이소는 불황형 소비의 바람을 타고 성장한 대표적인 채널 중 하나다. 다이소는 5000원 이하의 균일가 상품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왔다. 지난해에는 생활용품 외에도 의류, 뷰티까지 카테고리를 적극적으로 확장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이소는 지난 2020년 2조4215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듬해에는 7.6% 오른 2조604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2022년에는 전년 대비 13% 상승한 2조9457억원을 달성했다. 2023년에는 3조4604억원의 매출고를 올렸다. 이처럼 다이소는 연 최대 매출을 경신해 오고 있다. 비상장사인 다이소의 2024 매출은 올해 상반기 발표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다이소 매출을 4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다이소 관계자는 “소비 양극화가 지속되면서 요노 트렌드 등 대외적인 흐름의 영향을 받아 성장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다이소는 질 좋은 상품과 저렴한 가격으로 본질에 집중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왔다. 올해에도 매장 수 확대, 다양한 균일가 상품 출시 등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2024년 국내 유통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지난해 9월 알리익스프레스는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제1회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셀러 포럼을 개최했다. [사진 제공=뉴시스]<br>
알리익스프레스는 2024년 국내 유통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지난해 9월 알리익스프레스는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제1회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셀러 포럼을 개최했다. [사진 제공=뉴시스]

지난해 유통가를 뜨겁게 달군 화두 중 하나는 ‘중국발 이커머스’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C커머스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들과 경쟁을 펼쳤다. 품질 이슈, 유해 물질 검출 등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의 C커머스는 고물가 기조 속 저렴한 제품들로 국내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1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까지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C커머스의 국내 누적 신규 설치수는 2462만건이다. 지난해 국민 절반가량에 달하는 수치다. C커머스는 국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해 왔다.

이 같은 성장에 국내 최대 유통기업 신세계 그룹이 알리바바와 손잡고 이커머스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를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C커머스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소비자를 공략한 것처럼, 중고 거래 시장도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2024년은 오프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온라인 플랫폼 ‘중고나라’ 등이 급성장하는 한해였다. 이 같은 성장은 올해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당근마켓은 경제 불황과 고물가 기조 속에 성장세를 이어온 대표적인 중고 플랫폼이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자료 요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근마켓 거래 규모’는 2021년 5100만건, 2022년 5900만건, 2023년 6400만건으로 매년 거래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거래 금액도 2021년 2조9000억원, 2022년 4조3000억원, 2023년 5조1000억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성장세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2024년 1월에서 9월까지 당근마켓은 4900만건의 거래, 5조4000억원에 이르는 거래 규모를 달성했다. 3분기 거래 규모만으로 전년 거래 규모액을 넘어섰다.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황용식 교수는 “당근마켓 같은 경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시기 급격한 성장을 이뤘던 채널”이라며 “고물가 기조로 인해 불황형 소비가 확산하면서 향후 성장성이 더욱 기대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고물가 기조가 확산하면서 가성비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채널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김대종 교수는 “불황으로 인해 담배, 술 등의 불황형 소비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도 내수 경기가 어렵고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서 이같은 플랫폼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25 한국 경제 성장률이 1.5%대까지 떨어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에도 불황형 트렌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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