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장애인 권리약탈 STOP 긴급 촉구 국회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장애인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비준된 국제인권협약의 국내 이행률이 2년 연속 1.8%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유엔(UN) 장애인권리협약(CRPD) 최종견해 이행지표 개발 연대’(이하 CRPD지표연대)에 따르면 전날 국회에서 진행된 ‘UN CRPD 최종견해 지표 2차년도 모니터링 결과 보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됐다. 

CRPD지표연대는 16개 장애·인권단체 및 법률가단체로 구성된 단체로 한국 정부의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촉구하기 위해 2022년 12월 발족했다. 2023년부터는 공동으로 지표를 개발하고 기초선조사를 진행해 왔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2006년 유엔 총회에서 192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국제조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12월 비준해 2009년 1월부터 발효된 바 있다.

해당 협약 본문 제35조에 의거해 협약에 가입한 당사국은 가입 이후 2년 이내에 협약 이행상황을 보고하는 보고서를 내야 하며 이후 4년마다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난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UNCRPD 한국정부 2, 3차 보고서를 심의하고 UN CRPD 조항별 한국정부 이행 현황에 대한 우려와 권고사항을 포함한 최종권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UN CRPD 1차 한국정부 심의에 대한 최종견해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유사한 권고들이 2, 3차 최종견해에도 나타나면서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UN CRPD를 실질적으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으로 이뤄질 한국 정부의 협약 이행 현황 차기 점검은 4, 5, 6차 병합으로 2031년 이후 심의될 것으로 예정돼 차후 심의까지 지속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고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111개 모니터링 지표 중 이행된 지표 2개, 부분 이행된 지표 16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지표는 45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로 분류된 지표는 48개였다.

이행된 지표는 ‘선택의정서 비준’과 ‘젠더 기반 폭력피해 여성 및 소녀를 위한 접근 가능한 서비스 지원 체계 구축’이다.

기타로 분류된 지표 중 기초선 조사 결과만 제시한 경우는 29개 지표다. 측정이 어려워서 그 결과값을 제시하지 못하는 지표는 19개로 파악됐다.

이행률은 1.8%에 불과했다. 이는 한 해 전인 2023년과 같은 수치다. 부분적으로 이행된 지표를 더해도 이행률은 16.5%로 저조한 수준을 보였다. 

이행되지 못했지만 2023년과 비교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은 지표로는 ‘국가 수준의 아동·청소년 복지 정책 내 장애아동 지원 사항 반영 비율(1.7% →2.4%)’, ‘거주시설 예산 대비 아동 포함 탈시설 전략 이행과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 예산의 비율(336%→373%)’ 등 8개다.

반면 전체 국민 대비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율(1.62배→1.94배), 실종사건 발생 비율(21.4%→30.6%), 빈곤율(2.59배→2.61배), 투표율 (112%→106%) 등 11개 지표는 같은 기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CRPD지표연대는 “2023년에 비해 개선·진보된 상황이 없고 권고사항에 따른 지침 마련, 법률 개정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더욱이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세부적인 지표 다수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계획 마련과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정지민 변호사는 장애인의 사법접근권에 대해 “이행 여부를 판단할 통계 자료조차 부족하다”며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장애 관련 구체적 통계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정한 활동가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 예산이 부족하다”며 “‘탈시설’ 용어 복구해야 하며 장애인 탈시설 지원에 관한 법률, 거주시설 폐쇄에 관한 법률, 시설피해 생존자 보상법 등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행사를 주최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장애인 당사자이자 국회의원으로서 해당 협약 이행의 필요성을 적극 알리고 협약의 내용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장애인 인권 증진을 위해 앞장서는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우리나라 정부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입법적, 정책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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