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부과 산업에 ‘의약품’ 언급
약가인하 기조 계속될 듯, 바이오시밀러 수혜
생물보안법·공급망 재편…“반중국 정책 강화”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기치 아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가 출범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의약품 시장을 보유한 미국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끼칠 영향을 두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특유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에 도전과 기회가 동시에 덮쳐오고 있다.
3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1기부터 약가 인하를 주요 정책 과제로 삼았다. 2기에서도 약가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등 복제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 연구센터장 오기환 전무는 “바이오시밀러의 가격 경쟁력 덕분에 국내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 시간) 공화당 연방하원 콘퍼런스 연설에서 관세 부과 대상 산업으로 반도체, 철강에 이어 ‘의약품’ 등을 지목했다. 어떤 품목에 몇 퍼센트(%)의 관세가 부과될지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 오 전무는 “현재로서는 트럼프가 어떤 정책을 펼지 구체화된 것이 없다. 앞으로 임명될 공공기관 수장들이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따라 보건복지부(HHS)와 식품의약국(FDA)의 수장 교체가 예정되어 있다. FDA는 신약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자국 내 제조와 연구개발을 장려하는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내 생산 제품에만 혜택을 주는 리쇼어링 정책이 강화될 경우, 한국 기업들은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정윤택 원장은 “트럼프 1기에서 신약 허가가 크게 늘었고, 이는 해외 진출 기업을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과 연계된 결과”라며 “한국 기업들은 미국 FDA 기준에 맞춘 데이터를 준비하고, 미국 중심의 글로벌 기업에 기술수출을 강화하는 방향도 좋은 전략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약 허가 확대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 기술 수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이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외부 기술을 도입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어, 기술 라이센스 아웃(license-out)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의 입지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생물보안법·공급망연합…“어떤 형태로든 반중국 정책 강화”
중국 특정 기업을 미국 시장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생물보안법안도, 반중국 트럼프 기조를 봤을 때 올해 통과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특히 한국의 CDMO(위탁개발생산) 산업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한국 기업들이 안정적 품질 관리와 생산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도 따른다.
현재로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이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단순히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정책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밖에 중국에 의존하는 원료의약품 공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도 주시해야 한다. 원료의약품 등의 시장은 가격 경쟁력이 큰 시장이라, 세계 대부분 국가가 값싼 중국산 원료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6월 한국과 미국, 일본, 인도, 유럽연합(EU)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5개국 민·관 합동 ‘바이오제약 연합’(Biopharma Coalition) 출범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이들 국가는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 물질, 원료의약품 등의 생산이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의약품 공급망 지도를 구축하는 등 개선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현재 5개국 연합 논의는 바이든 정부 임기가 끝나면서 중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원장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이지만, 미국의 대중국 기조를 고려하면 어떤 형태로든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연장선…민·관 힘 모아야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단기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야기하기보다는 1기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점진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의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장기적인 전략과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미국 정책 변화에 대한 신속한 정보를 제공하고, 규제 및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들은 바이오시밀러, CDMO, 신약 기술 수출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과 글로벌 협력에 집중해야 한다.
정 원장은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데, 안타깝게 현재의 국내 정국이 불안정해 우려가 든다”면서 “국제적 측면에서 또, 미국의 우방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역할, 협력 등을 이끌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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