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이익 악화, 자회사 부진·백감 판매 저조
8년의 기다림 알리글로, 올해 실적 반등 발판

GC녹십자 본사 전경 [사진제공=GC녹십자]
GC녹십자 본사 전경 [사진제공=GC녹십자]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지난해 GC녹십자의 실적 부진은 백신 접종 지연과 자회사 지씨셀의 영업 수익 악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기대됐던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매출이 예상보다 저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GC녹십자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6799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21억원으로 6.8% 감소했다.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자회사 지씨셀의 부진이 꼽힌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검체 검사 서비스 매출이 줄어든 데다 연구개발(R&D) 비용이 증가하면서, 지씨셀은 매출 1744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외에도 독감 유행이 예년보다 늦어지면서 백신 매출이 반영되지 않은 점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올해 1분기부터 독감 백신 매출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알리글로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유진투자증권 권해순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알리글로의 미국 판매액이 GC녹십자의 목표치 4분기 450억원, 연간 600억원를 밑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회사 관계자는 “알리글로가 회사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줬지만, 목표치에 다소 못 미친 것은 맞는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알리글로의 초기 시장 침투 속도가 예상보다 느렸다는 평이다. 키움증권 허혜민 연구원은 알리글로의 미국 출시 시점이 환자 부담을 줄이는 코페이(Co-pay) 지원 프로그램 운영 시기와 맞지 않았다고 그 배경을 분석했다.

허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환자가 부담해야하는 자기 분담금이 있고, 제약사가 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운영하는 코페이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며 ”보통 연초에 시작하기에 8월 출시한 알리글로의 코페이 프로그램이 늦게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삼수 끝 美 진출 알리글로, GC녹십자 실적 반등 발판 될까

GC녹십자의 알리글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은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제다. 선천성 면역결핍증 환자의 감염 예방 및 치료에 쓰인다. 미국 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품목으로, 시장 규모 역시 13조원에 달한다.

GC녹십자는 몇 년간 실적 부진을 겪으며 알리글로에 대한 기대를 키워왔다. 지난 2022년 매출 1조7713억원, 영업이익 812억원을 기록했던 GC녹십자는 2023년 매출 1조6266억원, 영업이익 344억원으로 실적이 둔화됐다. 이에 2023년 11월, 희망퇴직과 함께 전체 부서 10%를 통폐합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가기도 했다.

알리글로의 미국 진출을 위해 GC녹십자는 오랜 기간 공을 들였다. 2015년 FDA 품목허가를 신청한 이후 세 차례 도전 끝에 8년 만에 허가를 획득, 지난해 8월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1380억원을 들여 미국 혈액원 운영사 ABO홀딩스의 지분을 전량 인수, 안정적 원료 공급망을 확보했다.

유통망 구축도 빠르게 진행됐다. GC녹십자는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의 약 50%를 차지하는 전문약국(Specialty Pharmacy)과 계약을 체결하고 시그나 헬스케어,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블루크로스 블루실드 등 주요 보험사의 처방 목록에 알리글로를 등재하는 데 힘썼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사보험 가입자의 80%를 대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익스프레스스크립츠(ESI) 등 미국 3대 처방급여관리업체(PBM)를 포함한 6곳의 의약품 구매대행사와 계약을 완료하며 수직통합 유통망을 완성했다.

GC녹십자는 올해 알리글로 매출 목표를 1500억원으로 제시하며, 향후 연평균 50%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GC녹십자는 “미국 내 마케팅과 영업력을 더욱 강화해 매출 확대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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