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세율’ 피하려는 매출 허위 신고부터 불법업종 세탁까지
모르는 이름인데 왜 결제됐지?…PG사명 오인한 신고 사례도
최근 카드 수수료율 낮아지며 불법 거래 위험도 덩달아 상승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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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세금 탈루를 위한 매출 조작이나 불법업종 세탁을 위한 ‘신용카드 위장가맹점’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실제 영업장이 아닌 다른 사업자 명의를 빌리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특히 최근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대폭 낮아짐에 따라 상거래 부담이 완화되면서 불법 거래 증가 위험도 함께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이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적발한 신용카드 위장가맹점 단속 건수는 총 6702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신의 가게 매출이 아닌 다른 가게의 매출전표를 대리 발행하는 ‘위장가맹점’ 운영 목적 중 하나로는 세금 탈루가 지목된다. 매출을 나눠 신고하게 되면 낮은 세율 적용으로 탈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개인사업자는 소득에 따라 누진세를 적용받게 되는데, 연간 소득 1400만원 이하인 경우 세율이 6%지만 1400만원을 초과하면 15%로 두 배 이상 오르게 된다. 이어 5000만원 초과분 24%, 8800만원 초과분 35%, 1억5000만원 초과분 38%, 3억원 초과분 40%, 5억원 42%, 10억원 초과분 45% 등으로 나뉜다.

위장가맹점 운영의 또 다른 이유로는 도박이나 성매매, 대부업 등 카드를 받을 수 없는 불법업종 운영이 있다. 주로 일반 음식점이나 쇼핑몰 이름을 차용해 카드 결제를 받는 방식이다.

상호와 결제 정보 다르면 위장가맹점 의심PG사 결제일수도

최근 서울의 한 술집을 방문한 직장인 A씨는 카드 결제 후 간판과 다른 상호가 찍힌 영수증을 보고 금융감독원에 문의했다. 작은 술집인데 법인명이 표기된 것이 이상해 위장가맹점 신고를 고려했지만, 해당 가맹점은 PG(결제대행)사를 통해 결제를 처리한 정상적인 사례인 것으로 확인됐다.

PG사는 카드사와 개별 사업자 사이에서 결제 시스템을 중개하는 업체로, 과거에는 인터넷 기반 온라인 결제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 키오스크·QR결제·배달앱 등 비대면 결제 방식이 증가하면서 이용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는 다날·KG이니시스·헥토파이낸셜·한국정보통신·NHN KCP 등 코스닥에 상장한 대형 PG사들부터 군소회사들까지 150여개 업체가 결제대행에 나서고 있다.

PG사를 이용하면 결제한 매장의 상호가 아닌 PG사의 법인명이 영수증에 찍히는 경우가 많기에 영수증의 가맹점명이 실제 업소와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위장가맹점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위장가맹점 오인 신고 중 많은 사례가 영수증에 PG사명이 찍혔는데 가게 상호와 달라 의심을 느낀 경우”라며 “PG업계에 유명 회사가 아닌 중소회사들까지 뛰어들면서 혼동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G사 활용한 불법행위 우려도…카드 가맹점 낮은 수수료는 ‘덤’

그러나 PG사 결제라고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상 가맹점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위장가맹점이 PG사를 이용한다면 불법 결제가 합법적인 결제로 둔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3년 국내 PG사를 이용한 불법 도박 사이트 결제 건이 적발된 사례도 있고, 일부 PG사는 의도적으로 불법업종 가맹점과 계약을 맺고 높은 수수료를 챙기기도 했다.

한 금융 전문가는 “PG사 내부 심사 허점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심각한 문제는 PG사가 메인 가맹점(대형)과 계약하고, 이 가맹점이 다시 여러 서브 가맹점(소형)과 계약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며 “이렇게 되면 서브 가맹점이 불법 업체라 해도 메인 가맹점을 통해 우회적으로 카드 결제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MCC 코드(Merchant Category Code, 가맹점 업종 특정)를 카드사에 제출해 정상 업종으로 위장하는 방식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낮아진 신용카드 수수료로 인해 탈루 등의 불법행위가 발생할 소지가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장가맹점과 카드깡 등의 문제는 카드 수수료율과 무관하지 않다. 가맹점 수수료가 낮아지면 상거래 부담이 줄어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는 점에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로 인해 위장가맹점 운영이 더 쉬워졌다는 얘기도 있다”며 “카드 수수료가 적정한 수준이라면 위장가맹점을 통한 절세 효과가 크지 않았겠지만 1% 밑으로 떨어진 수수료 인하로 인해 합법 신고보다 위장가맹점을 활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인식까지 생겼다”고 토로했다.

2015년 이전 3%대였던 카드 수수료는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가 꾸준히 인하정책을 펼치면서 현재는 0.8%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전문가 또한 카드 수수료 인하가 일부 불법행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다.

신용카드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깡이나 위장가맹점은 실제 거래 없이 가맹점을 통해 현금을 융통하는 방식으로, 이는 신용판매의 본질을 왜곡하는 불법행위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도 이를 명확히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재도 이뤄지고 있다”며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인해 상거래 부담이 완화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불법 행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위장가맹점 등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위장가맹점이나 카드깡을 이용하는 사업자는 전자금융거래법과 관련된 법률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국세청 또한 위장가맹점 신고 활성화를 위해 신고자에게 건당 1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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