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에서 0.75명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실제 2040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은 ‘슬픔’, ‘공포’, ‘혐오’ 등 부정적 감정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하 한미연)은 11일 국내 대표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Blind)’에 게시된 결혼·출산·육아 관련 게시글 약 5만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결혼 관련 게시글의 32.3%가 ‘슬픔’, 24.6%가 ‘공포’의 감정으로 분류됐다. 출산 관련 게시글에는 ‘혐오’(23.8%)와 ‘공포’(21.3%) 감정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행복한 감정으로 분류된 게시글은 결혼 9.3%, 출산 7.4%, 육아 13.1%에 머물렀다. 이를 두고 한미연은 “출산율 반등과는 별개로 여전히 청년층의 부정적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돈’과 ‘집’이라는 경제적 요소가 결혼·출산·육아 인식에 있어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드러났다.
한미연의 키워드 분석에 따르면 ‘돈’(28.9%)이라는 키워드는 결혼 관련 게시글에서 가장 많이 등장했다. 이는 출산 관련 게시글에서도 상위인 13.2%를 기록했다. ‘집’이라는 키워드 역시 육아(18.7%)와 육아휴직(29%) 관련 게시글에서 상위 빈도를 차지했다.
결혼 관련 게시글의 57.9%가 ‘결혼 준비와 조건’에 관한 내용이었다. 출산 관련 게시글에서는 ‘출산과 경제적 지원’(19.9%)과 ‘출산율 감소와 사회경제적 변화’(36.8%)가 주요 내용이었다.
육아와 육아휴직 관련 게시글에서는 가정 내 역할 분담과 직장 내 제도 활용에 대한 갈등이 주로 다뤄졌다. 육아 관련 게시글의 69.6%가 ‘가정 내 육아와 부모의 역할’에 관한 것이었으며 30.4%는 ‘직장 내 육아지원 제도와 커리어 관리’에 관한 내용이었다.
육아휴직에 대한 게시글에서는 ‘육아와 가정 내 역할 분담’(37.8%), ‘직장과 육아의 병행’(24.4%), ‘육아휴직에 관한 현실적·사회적 문제’(19.6%) 순이었다. 이는 청년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경제적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육아휴직 같은 지원 제도의 존재보다 실제 활용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더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게 한미연의 설명이다.
수도권 및 지방 인구 문제에 관한 논의에서는 ‘부동산’, ‘집’, ‘아파트’와 같은 주택 관련 키워드가 상위를 차지했다. 수도권 인구 관련 게시글에서는 ‘수도권 주택 시장과 인구 집중’(68.7%)이, 지방 인구 관련 게시글에서는 ‘지방 인구 감소와 주택 문제’(44.7%)가 주로 다뤄졌다.
한미연은 “지난달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합계출산율 0.75명은 9년 만의 반등이지만 증가 폭이 미미할 뿐 아니라 과거 팬데믹으로 지연된 결혼과 출산의 일시적 회복일 가능성이 높다”며 “출산율 통계에서 드러나지 않은 청년들의 인식 변화를 살펴보고 상승세를 지속가능한 흐름으로 만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한미연 유혜정 인구연구센터장은 “통계상 출산율 반등에도 불구하고 실제 청년세대의 결혼·출산·육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라며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해 청년들이 직면한 경제적 부담과 일·가정 양립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이에 유 센터장은 기업이 가족친화적 근무환경과 육아휴직 활성화해야 하며 정부는 주거 안정과 실질적 양육 지원책 확대를 위해 모든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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