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는 인터넷은행, 중장년층은 시중은행 유지
금융 소비자의 선택 기준, 편의성vs신뢰성
디지털 금융 혁명이 기존 금융권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등장은 단순한 금융 채널의 변화가 아니라 금융 서비스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모바일 중심의 금융 소비 패턴, 핀테크 기술의 발전 그리고 인구 구조 변화는 전통적인 시중은행에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으며, 금융시장의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인터넷은행의 탄생에 따른 금융권의 지각변동, 그리고 미래 은행의 생존 전략을 조망해 보고자 한다. 또한 인구감소와 고령화 시대가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디지털 금융, AI 기반 개인화 서비스, 비대면 금융의 확산 등 미래 금융의 패러다임을 살펴봤다.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2017년 처음 출범한 이후 빠르게 성장해 온 인터넷은행과 대형 시중은행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인터넷은행의 등장 이후 시중은행은 빠르게 디지털화됐고, 인터넷은행은 규모를 키우며 맞춤형 금융 상담을 제공하는 등 시중은행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16일 컨슈머인사이트가 전국 금융소비자 중 1만9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주거래 금융사 및 주거래 이유’ 리포트에 따르면 소비자의 80.7%가 주거래 금융사로 은행을 택했다. 핀테크 업체는 9.8%로 2위를 차지했다.
20~60대 모두 은행 주거래율이 가장 높고,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더욱 높다. 전통적 시중은행 브랜드 중심 주거래가 큰 비중을 차지하나 이중 20대의 인터넷은행 주거래율(29.2%)은 일반은행 이용률(58,5%) 대비 절반 수준으로 타 연령대보다 높은 편이다.
주거래 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19.7%), NH농협은행(15.8%), 신한은행(13.1%) 순으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인터넷은행 주거래율이 높은 20~30대는 토스뱅크, 카카오뱅크 주거래율이 10% 이상으로, 주요 일반은행 수준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주로 일반은행을 통해 거래하는 이유는 ‘오랜 기간 거래’, ‘수입 입금’, ‘생활비 관리’등 관성적 요인이 다수를 차지한다. 반면 인터넷은행은 ‘앱·홈페이지 거래 편의성’, ‘부가서비스 및 이벤트·프로모션’, ‘차별적 상품·서비스’에 대한 응답이 높아 전통적인 은행과 차이를 보였다.
지점 방문 없이도 계좌 개설부터 대출이 가능한 인터넷전문은행이 빠르게 성장하며 시중은행 역시 절차를 단순화하는 등의 새바람이 불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권에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낸 것이다.
비대면 시기 인터넷은행의 급성장에 멀티앱 기조를 유지하던 시중은행도 원앱, 슈퍼앱으로 눈길을 돌려 뱅킹앱 고도화를 이끌었다.
다만 컨슈머인사이트가 조사한 지난해 금융앱 이용자 만족도 순위에서는 토스·카카오뱅크·네이버페이 등이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핀테크와 인터넷뱅크가 상위권을 석권했다. 기존 금융권 앱은 NH콕뱅크, 하나원큐, 신한SOL뱅크, 올원뱅크가 10위권 안에 드는 수준에 그쳤다.
인터넷은행의 혁신, 시중은행에 스며들다
인터넷은행과 마찬가지로 이제 시중은행 역시 공인인증서 없이도 송금과 결제가 가능한 것은 당연해졌고, 예·적금 가입 및 대출 역시 간편해졌다.
2018년 12월 카카오뱅크가 처음 도입해 인터넷전문은행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모임통장’이 시중은행 시장에도 등장하는 등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의 영역 구분이 모호해졌다. 이에 각 은행권 역시 새로운 가입자를 늘려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고 거래를 유지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모임통장, 26주 적금, 기록통장 등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금융시장에 다양성을 높였다. 케이뱅크는 ‘제휴’를 통한 편의성을 강조했다.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제휴를 맺었고, NH투자·미래에셋·삼성·KB·한국투자증권과 제휴하는 등 편리하게 가상자산, 주식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토스뱅크는 수시입출금 통장에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도입하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다른 은행들과 시중은행, 나아가 제2금융권까지 금리가 높은 수시입출금 상품을 만들어내는 변화를 이끌었다. 또한 이자를 원할 때 받을 수 있는 ‘지금이자받기’ 서비스와 고객들이 금리인하요구권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상시금리인하요구권’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의 시도를 한 바 있다.
수십년의 역사를 가진 시중은행은 충성도와 안정성의 부문에서 인터넷은행과 두드러지게 우위를 점한다.
지난 1월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행한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주고객층은 X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로, 자산이 많은 중장년층은 여전히 시중은행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안정적인 금융 상품과 절세 상품에 관심이 많다.
시중은행은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위해 우량 기업 중심의 대출 전략을 취하고 있는 반면, 인터넷은행은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한편 국내 4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중은행들 또한 컨소시엄에 참여하며 비대면 서비스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