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가을이 되면 감나무에 달린 감을 모두 따지 않고 일부는 남겨뒀다. 이는 ‘까치밥’으로, 사람뿐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로운 배려의 표현이었다.
이와 유사한 가르침은 성경 신명기 24장 19절에도 나온다. “네가 밭에서 곡식을 벨 때에 그 한 뭇을 밭에 잊어버렸거든 다시 가서 취하지 말고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버려두라” 이 역시 우리 삶 속, 사회적 약자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지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대한사회복지회는 한화손해보험 후원으로 기부 마라톤 ‘오렌지런’을 주최했다.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행사로, 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 등에서 보호를 받다가 18세 이후 홀로서기에 나서는 매년 2천여 명에 달하는 자립준비청년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다. 참가비 전액이 기부되는 3천 명 규모의 행사는 예상보다 빠르게 조기 마감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나눔을 실천했다.
“저의 자립 과정은 마라톤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트랙을 혼자 달리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함께 뛰는 이들이 있었고, 힘들 때마다 응원해주는 손길도 덕분에 외롭지 않았습니다.”
이 날, 자립준비청년 대표로 단상에 오른 김다희 청년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 주변에는 비록 보이지 않지만 외롭고 힘든 사람들, 누군가의 손길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기억하자.
높은뜻광성교회 이장호 목사님은 우리 사회에 ‘거룩한 비효율성’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이는 단순한 생산성, 효율성을 넘어선 인간적이고 따뜻한 배려의 가치가 담긴 개념이다. 우리는 점점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인간적인 따뜻함이 사라지고 있는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누군가를 만날 때, 상대를 단순한 부품이나 수단으로 인식하지 말고 진정한 ‘사람’으로 바라봐야 한다.
영화 <아바타> 속 ‘I See You’ 인사말을 기억하는가? 이는 단순한 눈맞춤이 아닌 상대방의 존재와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의미를 담아 타인을 바라봐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볼 때, 단순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 아닌 우리와 같은 존엄한 존재로 인식하고 존중해야 한다.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함께 살아가며 서로 손을 잡아주는 순간, 사회는 더욱 따뜻한 온기로 가득할 것이다. 물론 즉각적인 이익은 창출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거룩한 비효율성’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힘이다. 우리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작은 배려가 더 많은 이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오늘부터 ‘I See You’의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자.
